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확대, 물 건너가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확대, 물 건너가나?
  • 소장섭 기자
  • 승인 2011.06.28 02:16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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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형어린이집과 자율형어린이집 시범사업 논란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위한 세부방안은 왜 없을까

직장 문제 때문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야하는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부모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더 이상 국공립어린이집을 확대할 생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정부는 공공형어린이집과 자율형어린이집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보육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7월부터 공공형어린이집 시범사업 실시

 

공공형어린이집은 정부가 국공립어린이집의 대안으로 내놓은 새로운 유형의 어린이집이다. 우수한 민간어린이집에 안정적인 우영과 품질 관리를 위한 운영비를 지원해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의 공공보육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국의 민간 개인·가정 어린이집 900개소를 대상으로 올해 7월 1일부터 2012년 6월까지 1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해 공공형 어린이집 운영 모형과 효과성을 현장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공공형어린이집 시범사업에는 평가인증 90점 이상을 받고, 신청일 현재 정원 충족률이 70% 이상이어야 참여할 수 있다. 또 유아(보육연령상 3~5세) 현원이 10명 이상이고, 유아 현원이 총 현원의 40% 이상이어야 한다. ▲행정처분 중이거나 1년 이내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급식 사고 어린이집, ▲장애아, 영아전담, 방과 후 전담 어린이집 등의 인건비 지원 대상 어린이집은 배제된다.

 

공공형 어린이집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어린이집은 규모에 따라 운영비를 차등적으로 지원받게 된다. 20인 이하는 96만원, 21~49인은 248만원, 50~76인은 440만원, 77~97인은 560만원, 98인 이상은 824만원이 운영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것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어린이집은 아동 학대, 급식 사고 등 부모가 우려하는 중대사고가 한차례 발생하더라도 바로 대상에서 취소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된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우선돼야

 

이런 공공형 어린이집 시범사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담하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공공운수노조(준) 보육소분과,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등 10개 정치·사회단체는 지난 5월 5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형·자율형 어린이집 시범사업을 폐기하고, 국공립 보육시설을 50%까지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주최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 3만 8,021개소 중 5.3%에 불과한 2,034개뿐이고, 전체 155만 6,808명의 아동 중 9.9%인 15만 3,792명만이 국공립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위한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2011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부모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내년에 국공립 보육시설 90개소를 신축할 수 있도록 정부예산안에서 251억 원을 증액해 346억 원으로 예산을 새로 짰다. 하지만 국회에서 최종 확정된 예산안은 117억 원뿐이다.

 

정부가 사실상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포기함에 따라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에는 112개소가 신축됐는데, 2008년 50개소로 줄어들더니 2009년에는 38개까지 줄었고 급기야 2010년에는 10개소로 신축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국공립보육시설은 10개소 신축 계획만이 잡혀 있을 뿐이다.

 

현 정부 들어 작성된 ‘아이사랑 플랜’(2009년 4월)에 따르면 정부는 2012년까지 국공립 보육시설 2,119개소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최근 들어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공공형 어린이집, 무엇이 문제인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KYC는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이명박 정부 보육정책, 이것이 문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정부의 ‘공공형 어린이집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이날 토론회 주제 발표자로 나선 가톨릭대 김종해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는 “공공형 보육시설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공공보육 인프라로 기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공형 시설은 현재 계획처럼 국공립시설을 대체하기보다는 국공립시설을 우선 확충하고, 그 보완시설로 활용할 때 그 효과가 클 수 있으며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공공형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민간보육시설의 정체성이 확립돼야 하며 효과적인 감독 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김 교수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배경에는 바로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김 교수는 “공공형보다 많은 재정을 지원한 서울형의 경우에도 시설환경의 개선,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 등에서는 부분적인 효과를 나타냈지만 보육서비스의 내용이나 질적 측면, 보호자의 보육비용 부담(보육료는 인하됐지만 기타 비용이 추가됨으로 해서)은 개선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공공성은 단순히 공적 재원의 비용 분담으로만 충족될 수는 없으며 공적 전달체계에 의한 서비스 제공과 결합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김 교수의 주장인 것이다.

 

자율형 어린이집 비판은 더욱 거세

 

사실 보육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공공형 어린이집과 함께 내놓은 자율형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더욱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실정이다. 자율형 어린이집은 우수한 어린이집이 부모의 수요에 맞춰 다양화·특성화된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육비용 상한과 보육과정 운영에 있어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어린이집으로 내년 3월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김성희 서대문구 구립보육시설연합회장은 “요즘 보육현장과 관련된 보육정책들이 보육주체들과 충분한 공론화과정 없이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매우 혼란스럽다”고 소회를 밝히며 “우리사회는 아이들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잘 키우는 정책, 어른 중심이 아닌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향후 5년, 10년을 내다보는 진정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저출산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부모들의 과중한 보육료 부담 및 양질의 보육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육재정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공공형, 자율형 등 민간으로 편중된 서비스 전달체계의 지원방식은 다수의 부모들이 ‘가까운 곳에 믿고 맡길 데가 여전히 많지 않다’라고 하는 보육의 현주소를 심각하게 파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민간시장에 떠넘겨 결국 정부가 기대하는 공공보육 인프라 구축과는 요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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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ka**** 2011-06-30 09:45:00

..........답답하다는 소리밖에

d**** 2011-06-29 16:23:00
어유.
둘째 낳으면.. 맡겨야 될지도 모르는데..

yaongi**** 2011-06-29 01:18:00
정말 답답한..
완전 누굴위해 만드는 시스템인지 모르겠어요.
국공립이 가득한 나라가

kjh4**** 2011-06-28 22:30:00
민간어린이집에대한 지원보다는..
믿고 맡길수 있는..그리고 육아지원에 도움되는
국공립어린이집

je**** 2011-06-28 20:57:00
답답해지는 기사네요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정말이지 엄마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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