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행동 통제하려면 환경 통제하라
책을 읽게 하라면 책 읽을 수 있는 환경 만들어줘야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심리학자들은 행동을 수정할 때 먼저 기능 분석(functional analysis)을 실시한다. 기능 분석이란 수정하고 할 행동이 어떤 상황에서 시작되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분석하는 절차다. 간단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A → B → C
A는 선행자극(antecedent) 혹은 촉발사건(activating event), B는 행동(behavior), C는 결과(consequence)를 의미한다. 이 말은 어떤 행동(B)이 지속된다면 그 이유는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A) 때문이거나 행동의 결과(C) 때문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 행동을 유발하는 환경이나 자극 때문이거나, 아니면 결과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놀이 규칙이 있다. 두 아들이 어린이 집이나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면 숙제를 한 다음에는 저녁식사 전까지 완전한 자유시간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든 밖에 나가서 자전거를 타고 놀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준다. 하지만 기상 후 어린이 집이나 학교에 가기 전, 그리고 저녁식사 이후부터 취침 전까지는 책을 읽거나 준비물을 챙기고, 가족끼리 대화하는 시간이다. 아침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차분하게 지내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든 규칙이다. 물론 아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이를 위해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칭찬(강화)해 주기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야단(처벌)을 치기도 하는 등 행동(B)의 결과(C)를 통제해서 행동을 변화시키고 유지하려고 했다.
규칙을 세우고 며칠은 아이들이 이 규칙을 잘 지켰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거실로 나왔는데, 내 눈에 장난감이 들어왔다. 그 순간 ‘내가 아이라면...?’이라고 생각해 보니 자동적으로 장난감에 손이 갈 것 같았다. 아차 싶었다. 아이들 앞에 장난감을 버젓이 놓아둔 상태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말라고 한 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바로 장난감을 한쪽 구석으로 치웠다. 잠시 후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거실로 나왔다. 거실을 좀 돌아다니더니 책장 앞으로 가서 책 하나를 뽑아서 읽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처럼 아이들의 행동을 잘 관찰해 보면 그 행동(B)을 유발하는 자극(A)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바로 이 자극을 통제하는 것도 좋다. 아니 행동 후 통제보다는, 행동 전 예방이 더 좋지 않겠는가! 아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본 후에 그에 따라 강화나 처벌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심산에 다름 아니다. 차라리 이보다는 아이가 그런 행동을 아예 하지 않도록 자극을 통제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 집 가기 전이나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책 읽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서 우리 부부가 통제한 자극은 장난감 치우기만은 아니다. 장난감을 한 쪽으로 치워버리니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행동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거나 준비물을 챙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빈둥거리고 있었다. 사실 가장 좋다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부모를 모방하려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아이들 보는 앞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식사 준비와 출근 준비 등으로 바쁘다 보니 아침부터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책장의 위치에 변화를 주고, 책을 몇 권 거실 바닥에 내려놓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무래도 책을 꺼내기 쉽고, 눈앞에 책이 자주 보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이들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적절한 수준에서 자극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TV 시청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거실 정면에 TV가 떡 하니 붙어 있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리모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데 어떻게 안 볼 수가 있겠나. 부모들은 더 이상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행동의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도 중요하다. 행동이 나타나기 전에 먼저 자극을 통제하는 선수를 쳐야 한다. 아들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다녔던 맹모는 바로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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