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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좌충우돌 학부모 입성기

종일반대신 돌봄교실을, 학원 대신 방과후 수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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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

 

따스한 봄바람이 싱그러운 3월입니다. 두꺼운 머플러보다 산뜻한 스카프가 반가운 이 아름다운 계절, 저는 드디어 학부형이 되었습니다. 솔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 저녁, 네 식구가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초콜릿 케이크에 초를 꼽고 솔이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를 열었습니다. 아이는 내심 긴장하는 듯 했지만 애써 씩씩한 모습을 내보였지요.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에 아는 친구가 없어 걱정을 하는 저에게, “나는 친구 사귀기 선수!”라며 큰 소리를 뻥뻥 치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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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이 입학에 긴장한 것은 엄마인 제가 더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이의 방과 후 스케줄.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종일반’이 있어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겨 둘 수 있었지만 학교는 이와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는 것은 오후 1시 남짓. 일하는 엄마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시간이지요.

 

그런데 초등학교에도 유치원의 종일반과 비슷한 제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돌봄 교실’인데요, 취약계층과 맞벌이 자녀(1, 2학년만 해당)를 대상으로 학교에서 방과 후 일정시간까지 돌보아주는 시스템입니다. 운영 시간은 학교 마다 각기 다른데, 솔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오후 다섯시까집니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럽던 지요. 벌써부터 어린 아이를 학원으로 내몰아야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세금 내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나라에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봄 교실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습니다. 신청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 추첨을 하는데 다행히 1학년에 우선권이 있어 솔이는 무난히 돌봄 교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봄 교실이 여의치 않다면 방과 후 수업을 듣는 방법도 있습니다. 방과 후 수업은 정규 수업 이후 학교에서 하는 일종의 사교육인데, 종류가 몹시 다양합니다.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부터 줄넘기, 농구, 탁구, 방송 댄스 등 스포츠, 첼로 바이올린과 같은 음악, 회화와 공예 등 미술, 그 외에도 독서, 스피치까지 정말 가지각색이더군요. 교육비도 일반 사교육에 비해 경제적이라 굳이 맞벌이 자녀가 아니더라도 한 두 과목씩은 참여하는 추세인 듯합니다. 여하튼 이 덕분에 솔이는 적어도 오후 다섯 시까지는 학교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이가 학교에 다녀온 첫 날, 저는 갑자기 극성 엄마로 돌변해서는 아이를 붙잡고 질문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급식은 뭘 먹었는지, 친구는 사귀었는지, 선생님은 좋으신지 등등 말이지요.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자랑스레 오늘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벌써 네 명의 친구를 사귀었고, 더불어 곧 있을 자신의 생일에 초대했다고요. 저는 그제야 온종일 바짝 긴장했던 마음을 조금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솔이는 그 이튿날 저녁부터 아침까지 내내 고열을 앓았습니다. 게다가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까지 쏟아냈고요. 등교 첫 날의 그 기세등등한 자태는 어디로 가고, 어느새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고 불던 두 돌 무렵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지요. 아이는 1교시부터 4교시까지, 매 수업 시간마다 의자에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고요. 본래 솔이는 누구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도 친구들과 노는 것이 즐거워 매일 아침 빨리 가고 싶어 안달을 했을 정도니까요. 이런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니, 오죽 낯설고 외로웠으랴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심지어 오늘 아침 등굣길에는 제 품에 뛰어들어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답니다.

 

우는 아이의 눈물을 닦이고 겨우 달래, 교문 안으로 들여보낸 뒤 아이의 축 처진 어깨가 작아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출근하는 내내 우는 아이의 얼굴이 어른거려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오더군요. 나 편하자고 학기 초부터 과중한 스케줄로 아이를 힘들게 한 건 아닌지, 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친해 질 수 있는 기회라도 만들어 주면 좋으련만….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애써 외면해온 일하는 엄마로서의 미안함과 죄책감이 다시금 울컥 솟구쳤습니다.

 

능력 있는 사회인과 좋은 엄마, 두 가지 모두 잘해낼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무엇이든 처음에는 낯선 법이야. 곧 괜찮아질 거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건 딸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아이에게 했던 얘기를 스스로에게 나지막이 되뇌어 봅니다.

 
*칼럼니스트 김보영은 두 딸 솔이와 진이의 엄마이자 국회방송 아나운서로 <투데이 의정뉴스>, <TV, 도서관에 가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육아서 <대한민국 대표엄마 11인의 자녀교육법>을 내고 워킹맘을 위한 강연 및 기고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워킹맘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email protected])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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