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픽] 놀자의 첫 친구 만들기
놀자의 친구가 날 구해주다
[연재] 양희석의 육아픽
놀자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건, 놀자를 어린이집에 보내느라 고생하던 어느날이었다.
놀자는 15개월이 되던 때부터 어린이 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맞벌이로서는 다행이도 15개월이나 놀자를 데리고 있을 수 있었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를 ‘남’일 수밖에 없는 어린이집에 보낼 때 아내와 나의 마음은 무척 무거웠다. 특히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어린이집 사건들을 보고 듣노라면 그 무거움은 더욱 커져갔다. 아내가 직장을 그만둘 수 도 없고, 여유시간이 많은 사진찍는 일을 한다곤 하지만 하루종일 놀자와 있을 수 만은 없는 우리입장에서는,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와 같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놀자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지 몇개월 지나지 않아서부터, 50미터가 채 안되는 우리집 현관에서 어린이집현관까지 가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놀자가 어린이집에 잘 가려하지 않아서였다. 처음엔 어린이집 가는길에 있는 놀이터 하나를 지나가지 못했고 결국은 어린이집을 가기위해 아파트단지에 있는 놀이터 전체 순례를 마치고서야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그러다 보니 집을 나온지 1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이도 놀이터에 놀자또래의 친구가 있으면 잠시 놀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놀자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결국은 나의 재촉에 못이겨서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어린나이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는게 못내 안스러웠던지라 놀자에 대한 나의 재촉은 더욱 미안함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놀자를 데리고 놀이터순례를 해야하는구나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놀자가 스스로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막뛰어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어린이집 문앞에선 놀자또래의 아이가 엄마손을 잡고 들어가고 있었다.
놀자는 그 아이의 뒤를 쫓아 어린이집으로 바로 들어갔다. 그 아이도 엄마의 출근길에 어린이집에 가는길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그 아이 엄마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매일 전화통화를 통해 그 엄마가 나오는 시간을 맞춰서 중간에 만나면 놀자는 곧바로 어린이집으로 직행했다.
그렇게 놀자는 첫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놀이터 순례없이도 어린이집에 잘 가는 착한 아이가 되었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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