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양희석의 육아픽
몇 년 전부터 놀자의 여름은 집 근처 공원에서 나오는 분수에서 시작되었다. 6월경 분수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우리 가족은 매주 주말엔 분수대 근처에 자리를 잡고 나른한 오후를 즐긴다. 올 여름은 메르스로 인해 아직 분수는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놀자가 처음 분수 놀이를 시작하던 때, 유난히도 겁이 많은 놀자는 형,누나들 심지어는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도 뿜어져 나오는 물살을 즐기며 놀고 있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괜찮아. 아프지 않아”라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놀자는 물살이 약간이라도 솟아 오르면 도망가기 바빴다.
다른 아이들의 놀이모습이 너무나 즐거워 보였던걸까? 세게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에 놀라 도망가던 놀자가 마음에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몇번의 물줄기를 맞고 나서는 그 누구보다 물줄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놀자가 두려움을 이겨낸 원동력은 나와 놀자엄마의 괜찮다는 말보다는 즐기고 싶은 호기심이었다. 여전히 놀자는 스스로를 ‘겁장이’라고 부르는 겁이 많은 아이다. 그러나 그 겁많음을 놀고싶다라는 생각하나로 하나하나 이겨내고 있다.
이글을 쓰고 있는데 놀자가 사진을 보더니 "아 분수 나왔으면"이라고 한다. 빨리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해봅니다.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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