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엄마가 되기엔 내가 너무 어리석은 걸까?
똑똑한 엄마가 되기엔 내가 너무 어리석은 걸까?
  • 기고 = 장혜란
  • 승인 2015.08.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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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첫 임신 준비에 고군분투 워킹맘 장혜란 씨

[특별기고]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4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우리 아기, 친구들에겐 쉬워 보였던 임신이 나에겐 너무 오랜 기다림이었다. 임신준비를 한다고 벌써 챙겨 먹던 엽산은 벌써 몇 통째, 병원에 다닌 지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갈 때쯤, 이젠 마지막으로 정말 의술의 힘(인공수정)을 빌리기로 하고 준비하던 중 뜻밖의 반가운 소식이 우리 부부에게 찾아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한 테스트기가 두 줄!


‘뽀기’가 나에게 온 그 날 아침, 그 가슴 벅참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늦은 결혼,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 부부에게 온 ‘축뽀기’여서 감동은 더욱 컸다.

 

하지만 감동을 마음껏 느끼기도 전에 울렁거림과 피곤함이 몰려왔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지라 임신부를 많이 보았지만, 내가 임신부가 되어보니 그때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후 3시만 되면 꾸벅꾸벅 졸음이 쏟아졌다. 내가 나를 컨트롤 하기엔 나의 몸을 지배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동료가 일을 두 배 해야 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음껏 휴식시간을 가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버텨야 했다. 오후 3시엔 정말 눈꺼풀이 땅에 꺼졌지만 견뎌야 했다.


임신부라고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최선을 다하고 퇴근해서도 또 퇴근길 지하철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임산부용 자리는 마련되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앉아 계시기에 티도 안 나는 배를 들이 내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왜 이리 냄새는 민감한지. 땀 냄새와 담배 냄새, 음식 냄새 등 평소에는 무딘 성격으로 냄새에 예민하지 않았는데 임신하고 나서는 냄새도 너무 민감해졌다. ‘지옥철’을 벗어나 집에 가면 잠을 청했다. 그렇게 일찍 잠을 청하지 않으면 다음 날 너무 힘들었기에.

 

◇ ‘임산부 배려 카드지갑’과 엽산


지옥철 이야기를 했더니 신랑이 보건소에서 엽산과 ‘임산부 배려카드 지갑’을 받아왔다. 그 날 이후 임산부 배려카드 지갑을 가방에 달고 다녔다. 임산부 배려 카드지갑을 보고, 양보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악한 사람보다는 선한 사람들이 더 많음을 느낀다. 임신 초기 임신부에게 보건소 방문을 권한다.


그렇게 임신 초기를 보냈다. 지금은 20주. 1, 2차 기형아 검사를 받아 아이가 건강하다고 진단을 받았다. 너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나에겐 고민이 생겼다. 아이가 생기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배 속의 아이에게도 돈이 이렇게 많이 들 줄 몰랐다.


◇ 산전검사는 보건소에서


축뽀기의 존재를 알고 그날 아침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임신 5주. 아기집이 약하게 보였다. 37세의 고령임신이어서 유산방지 주사를 맞자고 했다. 유산방지주사를 맞고, 임신확인증을 만들어주면서 고운맘 카드를 만들라고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그날 진료비는 사비로 진행했다. 1주일 후 2차 검진에는 초음파를 하고 피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런데 17만 원이 넘는 검사비용 이게 산전 검사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검사항목에 대해 자세히 듣지 못해 생긴 무식함이 부른 참사였다.


그런데 병원도 너무했다. 이 병원은 임신 준비 때부터 다니던 병원이라 산전검사 내용이 다 남아 있을 텐데도 똑같은 검사를 또 진행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리석었지만, 그땐 몸도 좋지 않고, 첫아이고, 또 노령 임산이라는 말에 겁을 먹어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진행했다. 그리고 1주일 후 초음파검사 2만 5000원, 또 1주일 후 2만 5000원. 두어 번의 초음파 검사, 1차 기형아검사비 9만 3000원.


벌써 3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이 들었다. 1차 기형아 검사 후 2차 검사는 보건소에서 하겠다고 병원에 말했더니 1, 2차 검사 결과로 확인해야 정확하다고 하여 2차 검사(4만 6000원)도 병원에서 진행했다. 아직 정밀초음파, 임당 검사, 막달 검사까지 남았는데 50만 원의 고운맘 카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똑똑한 엄마가 되기엔 너무 어리석었던 걸까? 일한다는 핑계로 주중에만 검진하는 보건소 진료를 하려면 월차를 내야 하고. 병원에만 의존했던 것이 이렇게 어리석은 결과를 낳았는지…. 임신이 확정되면 보건소에서 산전검사를 진행하라고 예비 임산부에게 적극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은 산후조리원이란 고민에 빠졌다. 시어머니는 일하시고, 친정엄마는 시골에 계셔 산후 조리원에서 조리해야 하는데 조리원 비가 만만치가 않다. 적금을 해지해야 하나? 시설이 좀 깨끗하다면 250만 원 이상이다. 200만 원 내외로 찾고 있는데 서울에서 200만 원 내외의 산후 조리원은 찾을 수가 없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집으로 오시는 분을 모시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라 한다. 친구 말대로 하면 집으로 오시는 분을 모시려면 정말 운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서로 성격이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더 힘들다고 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지금 고민 중이다.


◇ 나라에서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을 만들면 어떨까?


나처럼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라에서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을 만들어서 혜택을 주면 어떨까 싶다. 출산율이 낮다고 하기 전에 먼저, 아이를 행복하게 낳아서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똑똑한 엄마가 되기엔 첫아이를 임신한 고령 임산부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정책과 방향을 제시해 주면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아이를 낳기 전, 축복을 마음껏 누리기도 전에 찾아오는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 임산부에게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축뽀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아름다운 우리나라에서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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