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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생등록제, 아이 구할 구원투수 될까?

"아동 생존권 보장하자" vs "산모 보호 전제돼야"

eunsil.kim@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의료진의 출생등록을 의무화한 법안이 발의됐다. 산부인과에서 한 가족이 갓 출산한 자녀를 바라보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의료진의 출생등록을 의무화한 법안이 발의됐다. 산부인과에서 한 가족이 갓 출산한 자녀를 바라보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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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이 권리를 누리려면 한 가지 자격,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격이 필요하다. 출생신고는 이 자격을 얻기 위한 첫 관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규정한다. 아이를 출산한 어머니나 아버지는 아이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해 1개월 이내에 출생지에 신고해야 한다. 출생신고를 마치면 아이는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받는 존재가 된다.


바꾸어 말하면 부모가 출생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아이의 존재를 알 수도 없고, 아이는 법의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진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가족관계등록법개정안은 이런 허점을 메우기 위해 발의됐다. 지난달 13일 개정안을 발의한 부좌현 의원 외 9인은 "부모가 신고를 게을리할 경우 출생 아동의 보호 및 복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불법·탈법적인 입양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신생아의 분만을 확인한 의료진이 출생증명서를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한다. 전자정보처리조직을 이용한 등록도 포함했다. 만약 의료진이 이를 어기면 과태료 5만 원을 내야 한다.


◇ "현행 출생신고제 보완 필요하다"


출생신고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의 출생등록 제도에서는 영아가 적절한 사법적 감독을 받지 못한 채 입양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조처를 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올해 5월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그 자체로 시민권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내 자식이라고 신고해야 시민권을 인정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제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법의 적용을 받는 의사들이 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지난달 17일 성명서를 내고 병·의원 출생등록 의무화 법안 폐지를 요구했다.


전의총은 성명서에서 '출생등록은 부모의 의무'라고 선을 긋고는 부모가 출생등록을 하지 않고 아이를 책임지지 않는 이유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육아 부담이 큰 데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이 법안으로 인해 오히려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들은 출산을 불법적인 곳이나 의료 기관이 아닌 곳에서 시도하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아동의 생존과 미혼모 보호 사이


이처럼 출생등록을 두고 아동의 권리와 부모의 권리, 그중에서도 출생신고를 꺼리는 미혼모의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은 입양특례법을 개정할 때 이미 한차례 겪은 바 있다.


올해 5월 시행된 입양특례법은 출생신고가 된 아이에 한해 입양을 허가한다. 이 때문에 출산 기록이 남는 걸 두려워하는 미혼모들이 입양을 포기하고 아이를 유기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이비룸(구 베이비박스)을 담당하는 주사랑공동체의 조태승 목사는 “법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출생신고를 원치 않는 산모를 보호하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해당 법이 통과되면 많은 미혼모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미혼모가 출산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해서 출산을 병원이 아닌 집에서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무조건 출생등록을 하면 산모들이 받아야 할 의료 서비스까지 꺼리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료진의 출생등록을 지지하는 김수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아이와 미혼모라는 두 약자가 갈등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미혼모들의 처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그들의 주장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동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출생등록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출생등록은 아이의 생존권·생명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갈등을 해결하려면 아동과 미혼모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아동의 권리와 미혼모의 권리 향상은 함께 가야 할 문제다. 미혼모의 출생등록을 엄격하게 제한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비밀을 유지하는 환경을 만든다면, 아이와 미혼모의 권리를 함께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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