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교수 "아이의 실패, 격려해주세요"
정재승 교수 "아이의 실패, 격려해주세요"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5.11.30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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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창의력을 길러주고 싶어한다. 창의력은 21세기형 리더의 필수 조건이자 성공의 키워드가 되기 때문이다. 창의력이 높은 아이는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새롭고 유용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 힘이 강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를 창의력이 높은 인재로 기를 수 있을까?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다양한 시도를 격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승 교수는 지난 28일 오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진리관 A, B에서 열린 '2015 푸르니 컨퍼런스 - 아이들의 미래를 그리다'에서 '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길러지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번 컨퍼런스는 '창의성과 인성 교육'을 주제로 푸르니보육지원재단과 연세대학교 어린이생활지도연구원이 함께 개최한 행사로, 영유아 교육의 중요성 등에 대한 폭넓은 통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강사로 나선 정재승 교수는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연구원, 콜롬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에게 뇌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과학자다. 지난 2009년 다보스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된 바 있으며 주요저서로는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1.4kg의 우주, 뇌' 등이 있다.


2015 푸르니 컨퍼런스 - 아이들의 미래를 그리다'(창의성과 인성교육)에서 '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길러지는가'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2015 푸르니 컨퍼런스 - 아이들의 미래를 그리다'(창의성과 인성교육)에서 '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길러지는가'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정 교수는 "우리사회는 보상중심사회다. 아이에게 '이번에 1등하면 아이패드 사줄게', '100점 맞으면 뭐 해줄게' 식의 대화를 자주 한다. 원하는 대학에 보내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학습을 하도록 만드는데, 오히려 인센티브를 줬을 때 결과가 좋지 않다는 학계의 연구가 많다"고 운을 뗐다.

 

실제로 톰 우젝(Tom Wujec) 박사의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에게 실, 마시멜로, 스파게티, 테이프 등으로 탑 쌓기 미션을 줬을 때 10팀 중 4팀이 탑 쌓기에 실패했다. 하지만 '탑을 가장 높이 쌓은 1등 팀에게 1200만 원을 준다'는 보상을 걸었을 때는 10팀의 탑이 다 무너지고 말았다. 보상을 걸었을 때 오히려 결과가 더 나빴다.

 

"최소한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만큼은 아이를 보상에 민감한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동기로 충만한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탐구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 교수는 "절차적 과정을 끊임없이 가르치고 그것을 학습이라고 믿는 것보다 혼자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습뿐만 아니라 놀이 역시 마찬가지다. 놀이는 자발적으로 놀 수 있고, 과정을 즐기는 것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동네 놀이터와 바닷가의 모래사장 중 어디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할까? 정 교수는 "모래사장"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형화된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놀아라'고 놀이를 제시해준다. 하지만 '모래'는 굉장히 열려있는 놀잇감"이라고 설명했다. 모래는 혼자 놀아도, 다같이 가지고 놀아도 되며 여러 번 반복해서 만져도 매번 다르게 사물을 만들고 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오랜 시간 놀 수 있다.

 

"뇌는 시기별로 발달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 6살 이전에 악기를 배우면 절대음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색을 보면 색의 영역을 섬세하게 기억한다. 때문에 아이 때는 해변처럼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우선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치원은 오감을 발달시키는 인테리어가 중요하다. 다양한 색, 모양의 공간이 많으면 좋다. 네모 모양의 똑같은 교실, 아파트가 아니라 유치원에서 만큼은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도록 해야 한다. 조명을 통해 벽, 바닥 등이 시간대 별로 색이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도 방법. 빛의 움직임에 따라 문양이 달라지게 하는 것도 요즘 트렌드다.

 

음악도 마찬가지. 이 때 음악을 배우면 섬세한 사운드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도라도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음색이 다름을 안다. 실제로 아이들이 연주해보는 사운드 룸이 있으면 좋다.

 

많이 뛰놀 수 있는 운동 환경도 중요하다. 운동은 신체건강에도 좋지만 뇌발달에도 좋다. 때문에 야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운동량을 늘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또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도 있어야 한다. 2명이 짝을 지어 놀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 3명이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또 4명이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등 그룹의 사이즈를 조금씩 늘이면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아울러 아이가 기분이 안 좋을 때 혼자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굉장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공간자체가 아이의 사고를 확대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고안돼야 한다. 요즘 유럽 유치원은 바닥을 울퉁불퉁하게 만든다. 또 시간에 따라 바닥 모양이 변하기도 한다. 아이가 발을 어디 딛을 지 생각하고 걷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아이의 사고를 넓혀준다.

 

정 교수는 "우리 뇌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도록 디자인 돼 있지 않다. 생존에 유리하도록 돼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택한다"고 전했다.

 

패스트팔로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먼저 시도하기보다 이미 새롭게 나온 아이디어, 제품, 전략 등을 쫓아가는 것을 뜻한다.

 

정 교수는 "서양에서 창의적인 사례가 나오는 것은 이들이 늘 먼저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험심이 높고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크다"며 "실패를 해도 격려하고 북돋아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튀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여긴다. 늘 다른 사람이 먼저 뛰어들기를 바라고 있다. 남들과 조금 다르면 재기가 불가능한 사회구조다. 이런 사회에서 '왜 먼저 나서는 사람이 되지 않느냐', '창의적인 사람이 되지 않느냐'고 물으면 안 된다."

 

정 교수는 "다양한 시도가 격려 받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아이들이 창의적인 사고를 잘 하려면 주입식 교육이 아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활동, 공간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격려하는 이러한 문화 속에서 의외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예측을 넘어서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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