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예산, 누구도 만족할 수 없었다
보육예산, 누구도 만족할 수 없었다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2.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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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통과 뒤에도 맞춤형보육, 누리과정 둘러싼 갈등 여전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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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국가 살림살이가 어떻게 꾸려질지 밑그림이 나왔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2016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그중 보건복지부 예산은 55조 8437억 원으로 통과됐고, 총지출 규모는 올해 53조 4725억 원보다 2조 3712억 원이 늘어난 55조 8437억 원이 됐다.


보육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증액됐다. 국회는 보육예산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1912억 원 증액했다. 복지부는 보도자료에서 “▲보육료 인상 ▲보육교사 처우 개선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로 예산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 0~2세 보육료를 올해보다 6% 인상해 표준보육료의 99.3% 수준으로 인상했다”며 “어린이집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 반쪽짜리 보육료 인상


복지부의 설명대로 보육예산이 증액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에 정부는 증액할 생각이 없었다. 정부는 여당과 9월 보육료를 3%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고서 정작 예산안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맞춤형보육 도입을 이유로 만 0~2세 보육료를 올해보다 5.6% 감액해 보육료를 인상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육예산을 올린 건 국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예산안을 검토하면서 “보육서비스의 질은 보육교사의 근로환경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며 만 0~2세 보육료를 10%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후 예산결산위원회의 검토를 거치며 만 0~2세 보육료는 6%는 오르게 됐다.


국회는 보육교사 근무환경개선비도 인상했다. 정부는 근무환경개선비를 동결하려 했지만, 국회가 인상하기로 하면서 기존에 월 17만 원을 지급하던 것을 월 30만 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단체를 중심으로 이런 조처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회장 장진환)은 8일 ‘보건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낸 논평에서 “보건복지부가 보육료가 인상됐다고 발표했지만, 만 0~2세의 보육료만 인상했을 뿐 3~5세 유아의 보육료는 인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육료가 인상됐다고 해도 맞춤형보육이 도입되면 상승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맞춤형보육 보육료는 종일반의 20% 수준으로 책정했다. 따라서 보육료를 6% 인상한다고 해도 맞춤형보육을 하게 되면 보육료가 20% 줄어든다. 민간·가정어린이집의 0세를 기준으로 맞춤형보육을 이용하면 내년에 지원받는 보육료는 1인당 6만 6000원이다. 현행 7만 7000여 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영아를 주로 담당하는 가정어린이집은 걱정이 크다. 김옥심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맞춤형보육을 도입하면 보육료가 사실상 깎인다고 볼 수 있다”며 “3명이 정원인 0세 반에서 만약 3명이 모두 맞춤형보육을 이용한다면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무엇보다 보육교사의 처우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육교사 임금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오르는데, 이렇게 지원받는 보육료가 낮아지면 현실적으로 임금을 올려주지 못하는 어린이집에서는 음성적으로 임금을 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보육교사의 임금 80%는 안정적으로 보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맞춤형보육 문제로 여론이 들썩였던 9월 무렵, 양육수당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전업주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다. 이것 역시 말뿐이었다. 정부 예산안에 양육수당 인상은 반영되지 않았고, 국회에서는 증액 의견조차 나오지 않았다.


국회가 2016년도 정부 예산 심의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영아를 돌보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전인 27일 국회 시정연설을 열고 2016년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고 복지 예산 증액, 육아수당과 어린이집 대체교사 확대 등을 발표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국회가 2016년도 정부 예산 심의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영아를 돌보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전인 27일 국회 시정연설을 열고 2016년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고 복지 예산 증액, 육아수당과 어린이집 대체교사 확대 등을 발표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 3년 연속 빠진 누리과정 예산


만 3~5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더 불안하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3년째 반복되는 탓이다. 만 5세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누리과정은 2012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만 3~5세로 확대해서 시행됐다. 대상이 늘어나면서 들어가는 예산 규모도 당연히 커졌다.


그런데 정부가 2014년 예산을 짜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국가 예산에 편성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그 뒤로 매년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고, 정부와 지자체는 누가 부담할지 공방을 계속해 왔다. 올해도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에서 부담하라며 예산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정부가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하지 않자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를 비롯한 보육교사 단체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등은 국회와 정부기관 앞에서 누리과정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을 펼쳤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3일 통과된 보육예산에 누리과정 예산은 없었다. 3000억 원을 목적예비비로 편성돼 누리과정예산으로 사용하도록 했을 뿐이다.


지방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8일 열린 회의에서 본래 예산안 심사에서 누리과정 예산 2525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경기도의회는 이보다 앞선 11월 말 예산심사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삭감했으며, 광주시의회도 10일 예산심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598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충남‧충북‧강원‧제주도는 누리과정예산을 두고 지방의회와 교육청이 전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각 지방교육청이 “누리과정은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며 누리과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예산안을 제출하자 의회가 교육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만약 올해 안으로 이러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지자체가 예산 편성과 집행을 거부하면 당장 내년 초부터 누리과정 지원은 중단될 수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김호연 의장은 정부가 나서 갈등을 해결하고 누리과정이 안정을 찾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리과정의 취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불평등 해소였다”며 “공약의 본래 취지가 실현되려면 지방교부세를 올려서 지자체가 누리과정예산을 감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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