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놀이터엔 아빠가 반, 엄마가 반"
"핀란드 놀이터엔 아빠가 반, 엄마가 반"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1.07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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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명희 신구대 아동보육전공 학과장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복지 선진국가로 잘 알려진 핀란드. 뛰어난 복지정책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뻗친 만큼 엄마들 편에 서는 정책 역시 세심하게 정비돼 있다. 그 중에서도 '머터니티 패키지'(maternity package)는 우리나라 임산부들과 육아맘들이 들으면 매우 부러워할 만한 복지 서비스다.

 

이 패키지는 핀란드 임신부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선물 상자로, 아기옷, 유두크림, 책, 장난감 등 엄마가 된 여성과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한 갖가지 용품들로 꾸려져 있다.

 

머터니티 패키지는 단순히 임신·출산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국민의 탄생을 다 같이 기뻐하고 함께 기르겠다는 약속이다. 국민의 탄생을 정부가 나서서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 나라도 아기를 함께 키우겠다는 것, 그리고 엄마의 편에서 생각하는 마음을 정책으로 펼쳐가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핀란드의 머터니티 패지지와 같이, 우리에게도 진정한 축하의 의미가 담긴 감동적인 육아정책이 있을까?

 

6일 오후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최명희 신구대 아동보육전공 학과장을 만나 핀란드의 머터니티 패키지 등 선진국의 육아정책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우리나라 육아·보육정책, 그리고 저출산 대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 핀란드의 '머터니티 패키지'를 직접 보고 왔다고 들었다. 핀란드를 어떻게 방문하게 됐고, 머터니니 패키지를 보면서 무엇을 느꼈나.

 

"2013년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선진보육시찰' 해외연수 차 다녀왔다. 당시 헬싱키의 패밀리센터를 방문해 그들의 복지 서비스를 엿볼 수 있었다.

 

패밀리센터는 우리나라 보건소와 같은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병원 등 민간차원 복지가 잘 돼 있는 반면 핀란드는 국가차원 복지가 굉장히 잘 구축돼 있다. 보건소가 국가 전체적으로 확대돼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센터에서는 가족, 건강, 임신, 출산, 교육 등과 관련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무리 출산에 대해 지원을 해줘도 부모들은 '그럼 뭐해,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머터니티 패키지는 정말 한 생명을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다 포함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봉까지 아주 소소한 것들이 다 들어있다. 심지어 콘돔과 같은 피임도구도 있다. 정말 신중하고 섬세한 정책이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오래 탐색한 느낌이 들었다."


- 핀란드의 머터니티 패키지 정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머터니티 패지키는 일회적 선물, 기쁨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써야하는 용품들이 있다.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우리도 짧은 기쁨, 일회성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쁨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티 패키지 안에 들어있는 물품들. ⓒ최명희
티 패키지 안에 들어있는 물품들. ⓒ최명희

 

티 패키지 상자의 디자인도 섬세하다. ⓒ최명희
티 패키지 상자의 디자인도 섬세하다. ⓒ최명희

 

- 올해 1월 1일부터 부산시가 둘째 자녀 이상에게 출산용품을 지원하는 시책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출산율이 높은 해남의 경우 이미 출산용품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크진 않지만 출산선물을 제공하는 자치구도 많이 있다. 한국에도 핀란드와 같은 머터니티 패키지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금 보육예산 문제부터 정리가 안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급선무가 머터니티 패키지를 시행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머터니티 패키지는 1960년대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핀란드는 이 정책이 절실했다. 가난으로 영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 정책이 그들에게는 급선무였고 최선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들에게는 이 정책이 너무나 당연한 문화가 됐다.

 

우리가 지금 당장 이 정책을 시작하기에는 어렵다. 만일 이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면 개개인의 욕구를 잘 반영해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기호가 너무나 뚜렷한 시대다. 더 독특하고 존중받는 느낌이 드는 것을 원한다. 따라서 물품을 일괄적으로 주는 것은 큰 매력이 있지 않다. 지역, 계층, 선호도 등에 따라 패키지를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별적이고 개별화된 패키지가 필요하다."


- 머터니티 패키지와 더불어 핀란드에서 시행하는 육아정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핀란드 방문 시 인상 깊었던 육아정책은 무엇이었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그들은 1990년대부터 출산, 양육, 가정 등의 정책을 신경 썼다. 국가 중심의 집단 보육을 다 관장하고 여성이 직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족재구조화' 정책을 펼쳤다. 부모가 양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러한 정책을 시행한지 30년이 지난 지금, 핀란드 놀이터에는 아빠가 반, 엄마가 반이다. 정착이 된 것이다.


또 스스로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패밀리센터에는 자조 프로그램, 커뮤니티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가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발적으로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핀란드는 생후 10개월 이전에는 보육시설에 보내지 못하도록 돼 있다. 부모가 무조건 양육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아동의 권리보다 부모의 편의에 맞춰진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핀란드는 아동의 권리에도 신경 쓰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보육시설 시스템도 우리와 다르다. 다들 국공립보육시설에만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가정보육시설의 특수성과 차별성을 국가에서 인정해주고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지역의 조그마한 민간보육시설은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어 부모들이 원하는 곳을 선택해서 보낸다."

 

- 핀란드의 보육시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린다.

 

"우리나라는 부모와 보육시설 간 신뢰가 낮다. 핀란드에서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님이 '10년간 정해진 시간보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온 부모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처럼 핀란드는 보육교사와 부모 간의 신뢰가 굉장히 두텁다. 부모는 정해진 시간을 잘 지킨다. 만일 부모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교사는 '부모가 아이를 유괴했을까, 학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응급센터 등을 찾는다.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이 강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비춰 볼 때 부모와 교사 모두가 서로의 역할을 균등하게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 아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화다."

 

- 핀란드뿐만 아니라 스웨덴에도 다녀오셨는데, 우리가 본 받을 만한 육아정책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에서 시행하는 좋은 육아정책도 소개를 부탁드린다.

 

"스웨덴도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가족재구조화 작업을 했다. 당시 육아와 관련된 정책을 아주 많이 강화했다. 지금 30년이 지났으니 이러한 문화가 강하게 정착된 것은 당연하다. 스웨덴과 같은 나라에서는 여성 국회의원들이 의원실에서 아이 젖을 물리고 일을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지금 몇 년 동안 육아휴직 등 정책을 굉장히 밀어붙이고 있는데, 10년 후면 정착이 될 것 같다."


가족, 건강, 임신, 출산, 교육 등과 관련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의 패밀리센터. ⓒ최명희
가족, 건강, 임신, 출산, 교육 등과 관련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의 패밀리센터. ⓒ최명희

 

- 최근 무상보육, 누리과정 등 육아 보육정책을 두고 말이 많다. 우리나라 육아 보육정책, 그리고 저출산 대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달라.

 

"한 청년에게 '결혼할거냐'고 물었더니 '결혼은 할 건데 아이는 낳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하더라. 그 이유는 자신의 부모처럼 자식에게 희생하는 부모가 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청년층의 부모들은 과거 아이 키우는 일에 지나치게 치중했다. 자신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고 자식만 본 것이다. 이들 부모 밑에서 큰 현재 청년들은 부모가 되는 게 어렵다는 걸 학습해버렸다.


또 사회에서 '아이 키우기 어렵다'고 몰고 가는 분위기 때문에 이 같은 인식이 더욱 굳어졌을 수도 있다. 때문에 사회에서 '아이 키우는 것이 행복하다'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부모가 되는 것이 두려운 청년들을 위해 힘이 될 수 있는 선물 '머터니티 패키지'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부모가 된 이들에게는 국가가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줘야 한다. 부모교육 등 지식 중심의 정보제공이 아니라 부모상담, 부모 소모임,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정책이 부모들의 역량을 훨씬 키워줄 것이다.

 

출산율과 인구문제는 같이 봐야 한다. 이제 다문화가정, 이민가정을 위한 정책을 고려할 시대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혼인가정의 출산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학자들은 '전통적 가족주의 때문에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미혼모가정, 다문화가정을 인정하는 분위기와 입양 문화가 적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낳은 아이가 다가 아니다. 생명을 보는 시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이민문화, 입양문화를 넓히고 미혼모 등이 법적, 사회적으로 보호받아 자유로워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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