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우리 동네 층간소음 해결사"
"어르신은 우리 동네 층간소음 해결사"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1.1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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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벽산타운5단지 주민, 자치 위원회로 갈등 해결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공동기획] 층간소음 down 이웃행복 up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문제는 대부분의 층간소음이 아이들이 뛰거나 걷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이들과 이웃이 함께 행복하려면 부모가 층간소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 베이비뉴스는 국토교통부와 알집매트 후원으로 '층간소음 down 이웃행복 Up' 층간소음 줄이기 연중캠페인을 진행한다.


ⓒ벽산타운5단지관리사무소
ⓒ벽산타운5단지관리사무소


서울 금천구 관악산 서쪽 끝자락 아래 있는 관악산 벽산타운5단지. 대로와 떨어져 있고, 주변도 주택 단지인 곳이다. 산이 가깝고 한적해 2810세대 아파트에 1만여 명이 보금자리로 택했다. 12일 오후 취재 차 방문했을 때도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재작년까지는 이곳에서도 소음으로 주민 간에 갈등이 생기곤 했다. 층간소음 탓이다.


몇 년 전에는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날 뻔한 적이 있었다. 밤에 일하고 낮에는 집에서 쉬던 한 주민이 윗집과 다툰 것.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잠을 청해야 했던 주민은 윗집과 자주 싸웠다. 속옷 바람으로 위층에 올라가 불만을 강하게 표하더니 급기야 칼까지 들고 올라가 위협했다. 그의 위협을 견디다 못해 이사한 가정이 둘이나 됐다.


◇ 직장서 은퇴한 주민들 위원회 참여


벽산타운5단지 관리사무소
벽산타운5단지 관리사무소


충격받은 주민들은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고, 해결책으로 아파트 분쟁조정위원회 내에 층간소음조정위원회를 지난해 봄에 구성했다. 층간소음조정위원회에는 전직 공무원·교사·교수 등 사회 경험이 풍부한 은퇴자 9명이 참여했다. 단지 내 공고를 보고 자발적으로 지원한 이들이다.


층간소음조정위원들은 지난해 총 3번에 걸쳐 층간소음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이달 29일에는 (사)공동주택생활소음관리협회가 발급하는 층간소음관리사 자격증을 받을 예정이다.


층간소음조정위원회는 관리사무소로 들어온 층간소음 민원을 처리한다. 층간소음 민원이 관리사무소로 들어오면 관리사무소는 동 대표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동 대표가 민원 내역을 정리해서 층간소음조정위원회에 전달하는 식이다.


민원을 전달받은 층간소음조정위원들은 민원을 제기한 방문과 위층을 각각 방문해 사정을 듣는다. 그리고 위층에는 의자 아래에 붙이는 소음방지 패드를 직접 부착해 주고, 필요하면 아래층에서 소음을 측정해준다.


마지막으로 두 가정이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위원들이 자리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 동석해 대화로 갈등을 풀도록 돕는다. 지난해부터 이달 12일까지 접수된 민원은 7건, 그중 4건은 해결했고, 3건은 조정 중이다.


공석완 분쟁조정위원회 회장은 “원수처럼 지내던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실제로 위원회의 조정으로 서로 인사도 하지 않던 이들이 마음을 열고 같이 술 한잔 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고.


◇ 함께 시 짓고, 공부하는 공동체로 변신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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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었던 건, 벽산타운5단지 내에 모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벽산타운5단지 주민들은 4년 전부터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모임을 만들었다. ▲재능기부를 나누는 교실 벽오의 품격 ▲시를 짓고 공모전을 여는 문학회 ▲단지 내 인사 나누기 캠페인을 펴는 해피하우스가 그것이다.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주민 간의 소통이 원활해 지고 갈등도 자연스레 줄어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공석완 분쟁조정위원회 회장은 “혼자 사는 분들이나 주말 부부 같이 집에서 대화할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 층간소음에 더 예민한 사례가 많다. 그런 가정은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 회장은 이런 사례가 접수되면 윗집이 아랫집에 자주 인사하도록 권유하며,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마을 모임에 나와 함께 어울리면서 스트레스를 풀도록 돕는다.


벽산타운5단지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민원은 층간소음뿐만이 아니다. 층간소음조정위원회가 속한 분쟁조정위원회는 관리사무소로 접수된 단지 내 각종 민원을 처리한다. 단지 홈페이지로 들어온 민원도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다룬다.


주민과 관리자들은 만족스러워한다. 한양조 관리사무소 소장은 “관리사무소에서 개입하기 어려운 일들을 위원회가 나서 중재해주니 갈등이 원만히 해결된다. 덕분에 관리사무소의 다른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평국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은 “주민들 사이에서 생기는 일반적인 분쟁을 묶어서 위원회에서 관리하니 관리소는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있고, 위원회 분들은 봉사할 수 있어 서로 좋다. 입주자들의 반응도 아주 좋다”고 전했다.


벽산타운5단지의 활동은 지자체에서도 주목했다. 금천구에서는 벽산타운5단지의 문학회와 층간소음조정위원회 활동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지난해 선정해 공동체 운영비를 지원해줬다. 같은 해에 열린 ‘2015 서울시 공동주택 한마당’에서는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의 우수 사례로 선정돼 25개 자치구에서 시행된 198개의 공모사업 중 동상을 차지했다.


공석완 분쟁조정위원회 회장은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주민이 직접 갈등을 해결하는 자치 활동이 활발해지길 기원했다. “성격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것. 공 회장은 “층간소음을 해결하는 모임은 공동주택에 꼭 있어야 하는 봉사단체다. 경륜이 있는 분들이 나서서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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