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한글 깨우친 게 자랑일까?
스마트폰으로 한글 깨우친 게 자랑일까?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6.02.12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아이가 위험한 이유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사람은 누구나 자극을 추구한다. 호기심이 많다. 에너지와 관심을 풀어낼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른들은 가만히 있어도 신경을 쓸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온갖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는 자극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떤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라는 좋은 대상이 있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책으로 하는 공부는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자극적이지 않다. 아이들은 더 많은 재미를 추구한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다 함께 놀았다. 모두가 친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낮에 놀이터에 나가도 아이들이 없다. 죄다 학원에 앉아 있다. 흉흉해진 세상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모르는 사람들과 말하는 것조차 싫어한다. 결국 아이들은 집 안에서만 놀게 된다. 그러나 집에서의 놀이는 너무 제한적이다. 이 때 엄마나 아빠마저 자신의 일 때문에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없다면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하겠는가?


“우리 아이가 휴대전화로 한글을 깨우쳤어요!”


“우리 손자는요, 저보다 컴퓨터를 더 잘해요.”


우리 주변에서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른들 입장에서야 기특할 수 있지만, 오죽 아이가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많이 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게다가 요즘에는 상당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심지어 학령 전의 아이들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워낙 졸라서 사주었다는 부모도 있고, 아이들과 항상 연락을 할 수 있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라는 부모도 있다. 충분히 이해는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지, 그 결과 어떨지 과연 생각해 보았을까? 어떤 부모들은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도 오락실 있었잖아요. 오락실 좀 다녔다고 문제가 되나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 좀 한다고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또 스트레스 풀만한 것은 있어야 하니까요.”


예전과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오락실에서 오락을 좀 하더라도,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었다. 다시 말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락만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게다가 금전적인 부담도 오락을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다르다. 밖에 나가도 친구가 없다. 게다가 부모님도 부재중인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 있으면 아이들은 하루 종일 돈 걱정 않고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다. 호기심에 음란물을 접할 수도 있다. TV를 틀면 하루 종일 즐거운 만화가 나온다.


아이들을 스마트 기기가 돌보게 해서는 안 된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을 스마트 기기가 돌보게 해서는 안 된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임을 어렸을 적부터 즐겨했거나 TV 시청을 과하게 했던 사람들은 만나서 상담을 하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대인관계를 상당히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어색한 시선 접촉이다. 면대면으로 앉아서 이야기를 할 때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뭔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점은 집중능력이 현저히 감소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TV나 게임이 상당히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글(텍스트)보다는 그림(이미지), 그림보다는 영상(애니메이션), 일방적인 영상보다는 게임이 자극적이다. 따라서 TV나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한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집중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심리학자로 진로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마약 중독 치료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원 다닐 때는 알코올 전문병원과 치료공동체에서 일을 했고, 논문 주제도 알코올 중독이었다. 또한 대학원 선후배들과 함께 인터넷 중독치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처럼 여러 중독분야에서 일하고 관련 논문을 읽으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있다. 바로 중독을 잘 예측하는 변인 중 하나는 시작연령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술을 먹어도, 게임을 해도 중독자가 되지 않는 사람과 쉽게 중독에 빠지는 사람의 차이 중 하나는 언제부터 그것을 시작했느냐였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면서 아예 TV를 구입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아이들에게 우리 부부의 휴대전화도 만지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가급적 아이들 앞에서는 컴퓨터를 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애니메이션은 컴퓨터를 통해 보여주고, 휴대전화로 친척들과 통화도 하게 한다. 필요한 경우 아이들과 함께 컴퓨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아이들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 때 휴대전화도 사줄 것이다. 컴퓨터 사용도 허락해 줄 것이다. 필요하다면 TV를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유익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제 TV를 똑똑하다(스마트)고 부른다. 물론 무엇이든 활용하기 나름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준비하지 못하고 정신 차리지 않으면 스마트 시대에 기기는 점점 스마트해 지는데, 우리의 아이들은 점점 이디어트(idiot, 바보)해질지 모른다. 이것이 스마트 시대의 역습이다. 이 역습에 당하지 않으려면 아이들을 스마트 기기가 돌보게 해서는 안 된다. 부모들이, 특히 아빠들이 나서야 한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스마트 시대의 역습을 막을 수 있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