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마트, 아빠가 육아휴직 쓸 바엔 나가라?
[단독] 롯데마트, 아빠가 육아휴직 쓸 바엔 나가라?
  • 윤지아 기자
  • 승인 2016.03.1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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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신청하자 "롯데 못 다니게 할거다" 협박 결국 육아휴직 도중 사표…무너진 한 가장의 꿈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롯데마트에 다녔던 아이 아빠인데요. 육아휴직 신청 후 폭언, 퇴사 권유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결국 육아휴직을 받긴 했지만, 다신 못 다니게 한다는 말에 도중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네요. 제보가 될까요?”

 

얼마전 베이비뉴스로 한통의 제보가 도착했다. 롯데마트 관리직에 종사했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30대 중반의 평범한 남성이자 4살 딸 아이 아빠였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지만 용기가 생겨 말하려 합니다. 지금도 육아휴직을 꿈꾸는 아빠들을 위해서요.”

 

최근 경기도 한 카페에서 제보자 김주형(가명·35) 씨를 만났다. 그는 제보는 처음이라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 그리고 아빠로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고 있는 김 씨. 누가 이 평범한 직장인이자 아빠인 그를 카메라 앞에 세운 걸까? 아이와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가장은 왜 직장을 스스로 사직서를 내야만 했을까.

 

 

'롯데마트, 육아휴직 빨간불' 롯데마트 한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하고 있던 중 직장상사의 폭언과 협박을 못이겨 퇴사를 선택하는 일이 있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롯데마트.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롯데마트, 육아휴직 빨간불' 롯데마트 한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하고 있던 중 직장상사의 폭언과 협박을 못이겨 퇴사를 선택하는 일이 있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롯데마트.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육아휴직 1년 쓰겠습니다”


마트는 일의 특성상 잔업이 많았고, 쉬는 날마저도 출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달콤함도 잠시, 쉬는 날엔 집에서 잠만 자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게다가 잦은 회식과 잔업으로 정시 퇴근은 꿈도 못꿀 정도. 회사 일에 집중할수록 아내와의 사이는 멀어졌다. 다툼이 잦아졌고 딸아이와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족과 멀어진다는 것,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김 씨는 육아휴직을 결심했다. 그렇게 김 씨는 육아휴직을 얻기 위한 사투를 시작했다.


‘사투’라는 표현을 써야할 만큼 육아휴직이 통과될 때까지의 과정은 치열했다. 김 씨의 상사는 욕설, 협박 등으로 육아휴직을 막아섰다. “육아휴직을 낼 바엔 퇴사했으면 좋겠다”, “남자 육아휴직, 처음 본다” 등의 말로 김 씨를 압박해왔다.

 

결론적으로 김 씨는 윗 선의 허가로 육아휴직을 받았다. 제일 먼저 보고가 올라갔던 직속 상사에서부터 벽에 부딪쳐 윗선에 어떻게 보고가 올라갔는지 정확한 정황을 모른다. 확실한 건 육아휴직을 내자마자 상사는 하루가 멀다하고 '육아휴직=퇴사' 공식만을 되풀이했다. 그 치열했던 사투 끝에 쟁취한 육아휴직이었다. 육아휴직 신청서를 제출하자마자 날아드는 욕설, 협박, 퇴사권유를 이겨낸 결과로 얻은 ‘육아휴직’의 기쁨은 굉장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육아휴직을 받고 인수인계를 위해 출근했을 때도 김 씨에 대한 상사의 압박은 이어졌다. “인수인계 받지 않겠다”, “너 내가 롯데 못 다니게 할 거다” 등 상사는 김 씨를 끊임없이 압박해왔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었다.

 

김 씨는 복직을 생각만 해도, 상사의 폭언과 보복, 해꼬지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복직한다 해도 상사와 이미 틀어진 관계가 회복될 거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김 씨는 대기업 협력업체로 근무하다 대기업의 꿈을 품고 1, 2, 3차 면접까지 모두 합격해 어렵게 입사한 정규직 직원이었다.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정말 많이 힘들었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런 회사를 '육아휴직' 때문에 제 발로 걸어 나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날은 억장이 무너졌다. 퇴사를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 개인의 일만은 아니다

 

이렇게 육아휴직를 거부당하거나 퇴사로 이어지는 것은 김 씨만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육아휴직’의 연관검색어는 ‘육아휴직 거부’가 잇따를 정도로 우리 주변의 이야기다. 육아휴직을 처음부터 거절당하는 경우는 허다하고, 김 씨처럼 육아휴직을 받더라도 복직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얼마나 될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남성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남성 근로자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에 비해 이용실적은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근로자 육아휴직 비율은 2013년 2293명에서 2014년에는 3421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6만 7323명에서 7만 3412명으로 증가한 여성 육아휴직 비율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지난 10년간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을 살펴봐도 ▲(’03) 1.5% ▲(’04) 1.9% ▲(’05) 1.9% ▲(’06) 1.7% ▲(’07) 1.5% ▲(’08) 1.2% ▲(’09) 1.4% ▲(’10) 1.9% ▲(’11) 2.4% ▲(’12) 2.8% ▲(’13) 3.3% ▲(’14) 4.5%로 대부분의 남성들은 육아휴직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김 씨의 경우처럼 육아휴직을 받는다고 해도 복직 후 직장유지율 또한 50%정도로 육아휴직 사용자의 절반정도 수준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4)의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 이후 복귀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을 조사한 결과 1위가 고과, 승진 등 직장 내 경쟁력 약화(26%)를 차지했다. 자리유지 및 배치전환 걱정(18.9%), 직장 분위기 적응(15.5%)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이유들이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

 
어렵게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된 김 씨도 이 같은 이유로 육아휴직 기간 중 사표를 냈다. 육아휴직 기간 중 인수인계를 하러 나간 김 씨에게 “인수인계 받지 않겠다”, “너 다시는 롯데 못 다니게 하겠다”와 같은 압박이 이어졌다. 


당시 김 씨는 ‘복직은 꿈도 못 꾸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복직을 하더라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던 순간이었다. 육아휴직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고 믿은 '롯데마트'에서, 대기업 정규직이었던 김 씨가 그만둘 수밖에 없던 이유다.

 

롯데 측 육아휴직 담당자는 김 씨의 사례를 김 씨 상사였던 한 사람의 문제라고 발뺌했다.

 

"작년 한해만 해도 남성 육아휴직 5명이나 된다. 다른 고용센터에 올라오는 기업들 중에서는 적은 수치는 아니다. 김 씨의 육아휴직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상사 개인의 문제다. 팀장이나 매니저 교육이 있을 때 육아휴직을 내더라도 욕설이나, 거부는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현재 롯데는 육아휴직 우수기업사례로 선정될 정도로 육아휴직이 잘 진행되고 있다."

 

이 담당자는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인사평가 상 절대 그런 불이익을 줄 수 없게 돼 있다”며 “한 개인의 상사가 심하게 대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홍보팀 측도 남성 육아휴직을 거부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남성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안 지킬 수가 없다. 육아휴직은 인사팀 명령이 떨어지면 롯데 내 인트라넷에 다 공유가 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불리한 처우나 육아휴직을 거부할 수 없다. 주변 남성 직원들도 육아휴직 기간을 자율적으로 정해 눈치없이 쓰는 편이다."

 

이 관계자는 롯데 내에서 "남성육아휴직을 거부했다거나,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의 사례를 따로 보고 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맥 등을 동원해서라도 '널 못 다니게 하겠다'는 상사의 보복성 언질은 김 씨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아이 아빠’로서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했다. 

 

김 씨는 롯데마트 측의 반론에 씁쓸한 심경을 내비쳤다.

 

"참 씁쓸하다. 통계수치로만 따지면 나 역시 육아휴직을 받고 잘 지내고 있는 사람 중 1명일 것이다. 육아휴직 신청이 수월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었고, 결국 압박에 못 이겨 퇴사했지만 나는 통계 속 남성 육아휴직 사례로 남고 말았다."

 

이어 김 씨는 "육아휴직을 받은 남성 직원 중 1년 간 맘 편히 쉬는 사람은 얼마나 됐을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직장상사의 폭언과 협박에 견디지 못해 육아휴직 도중에 퇴사를 하게 됐다고 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제보자는 직장상사의 폭언과 협박에 견디지 못해 육아휴직 도중에 퇴사를 하게 됐다고 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 아빠들이 육아휴직 쓰기 편한 사회는 언제쯤

 

“다시는 나와 같은 아빠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아빠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가 되길 바라요.”

 

김 씨가 제보를 결심했던 건, 육아휴직을 꿈꾸는 아빠들이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아빠의 대표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누군가는 나서 목소리를 내야 조금이나마 사회 분위기나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용기를 내야하는 ‘육아휴직’이 아닌, 회사 자체에서 가라고 하는 자연스러운 기업 분위기를 바란다. 그런 분위기가 되기까지는 물론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누구보다 직접 경험해서 더욱 잘 알고 있는 김 씨다.

 

아빠들이 보다 편히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분위기는 언제쯤 자리 잡게 될까.


육아정책연구소 기초연구·통계팀 도남희 팀장은 "남성의 휴가 지원 홍보와 지원을 확대하면서 남성도 출산과 육아휴가제도의 수혜자라는 인식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도 육아휴가 제도의 수혜자인 만큼 실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자녀양육은 남녀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확대는 물론 인사상 불이익, 경제적 불이익 등에 대한 우려도 해소될 수 있도록 육아휴직기간 부모 할당제 등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권장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홍승아 연구위원 역시 "남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제도의 활성화와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며 "남성이 일하는 조직문화 변화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기업의 중간관리자의 역할과 인식 변화가 조직문화와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교육 및 제도 안내·고지 의무 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을 스스로 나오게 된 김 씨지만, 육아휴직을 냈던 것은 후회하고 있지 않다. 김 씨는 아빠들에게 “육아휴직, 용기내서 다녀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빠의 용기로 가정과 아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김 씨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치 안보고, 자유로운 육아휴직이 아빠들에게 주어지면 참 좋겠다. 복직이 보장되고, 복직 후 패널티가 없는 맘 편히, 진정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쓴다면 회사 내 나의 입지는 어떻게 될지, 승진도 포기하고 다른 직원들의 눈치는 어떻게 감당해야 될지, 복직은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머리 터지는 고민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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