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아빠가 만든 짜장 떡볶이
"퇴근이 늦은 아내, 빈자리는 아빠와의 시간으로"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3월 새학기라 정신없는 아내. 오늘 저녁은 회식이랍니다. 아내가 퇴근이 늦으면 요리 초보인 저는 아이에게 뭘 먹일까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퇴근 후 학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물어봅니다. "오늘은 뭐 먹을까?" "응! 난 피자!" 피자 킬러답습니다. 그런데 단골 피자집이 문을 닫았네요. "피자집이 오늘 안하네. 다른거 먹자" "그럼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 피자만큼이나 중화요리도 좋아하는 나은공주. 하지만 요새 걸핏하면 외식으로 떼우는 느낌입니다.
"짜장면 말고 아빠가 짜장 떡볶이를 만들어줄께."
"그게 뭐야?"
"먹어보면 알아. 맛있어"
"알았쪄. 피자랑 짜장면은 다음에 먹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합니다. 마침 예전에 사은품으로 얻은 3분 짜장 세트가 잔뜩 있습니다. 마트에 들려 카레용 돼지고기와 떡볶이를 샀습니다.
후라이팬에 돼지고기를 볶은 다음, 짜장과 떡볶이를 넣고 약불로 이리저리 휘저으며 볶습니다. 마지막으로 양파를 넣고 볶으면 끝.

꽤 맛있는지 입 짧은 아이가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는 아빠 꺼까지 넘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짝지근한 짜장에 쫄깃한 떡볶이의 결합, 여기에 돼지고기와 양파를 넣어서 그런가 봅니다. 저같은 요리 초보자도 꾸준히 요리를 하면 실력이 느는군요. 밥이라기보다 간식에 가깝지만 나름 뿌듯합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두집 중 한집은 맞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남성들의 가사 육아 참여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입니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가사 육아 참여도는 남녀평등이 잘되어 있는 서구는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 타이완 등 같은 유교권 국가들에 비해서도 한참 낮습니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직장 생활에 가사 부담까지 오롯이 떠맡습니다. 즉, 남편은 '돈도 잘 벌어오고 집안일도 잘 하는 아내상'을 원하는 것이죠. 더욱이 외벌이인 경우 대다수 남편들이 가사일은 당연히 아내의 몫으로 여기고 퇴근 후에는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남편들은 직장일도 힘든데 집안일까지 해야 하냐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아내들은 직장 생활을 하건 안하건 집에 오면 집안일과 씨름한다는 점에서 '가사와 육아는 당연히 여자몫'이라는 생각은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일 뿐이죠.
아빠가 가사, 육아에 적극적일수록 자녀들과의 관계가 좋아집니다. 자녀, 특히 딸에게 이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만들어 줍니다. 또한 양성성을 발달시켜주고 사회성과 창의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아빠의 자리를 만드는 것은 아빠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나이가 지긋하게 든 뒤에야 가족들과의 보이지 않는 벽을 확인하면서 '나는 돈 버는 기계일 뿐'이라고 자조하는 아버지들을 많이 봅니다. 젊은 시절 앞만 보고 달리는 사이, 가족들과는 멀어져 외롭고 고독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가부장적인 대가족 문화에서 아버지는 그 존재만으로도 절대적인 권위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서구화되고 핵가족이 된 지금은 아빠의 자리는 가족들과 함께 할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아내가 퇴근이 늦거나 자리를 비웠을 때, 그 빈자리는 아빠가 메꾸어주면 어떨까요? 아빠가 요리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에 대한 자녀들의 신뢰와 애정은 한층 올라가고 나 자신도 뿌듯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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