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영재? 아이를 책에 가두지 마세요"
"독서 영재? 아이를 책에 가두지 마세요"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6.04.14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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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와의 건강한 애착 형성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얼마 전에 유명한 독서 영재 강사로 알려진 분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의 중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하루에 100권, 200권의 책을 읽게 했다. 아이는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밤늦게, 심지어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읽어줘라. 잠 좀 늦게 잔다고 키 안크는거 아니니까 걱정마라. 우리 아이는 키가 180cm가 넘는다."


실로 무책임한 말입니다. 저 또한 책 좋아하는 아빠로서 독서 교육의 필요성이야 이견이 없습니다만, 문제는 키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 분이 문자 중독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집은 아이가 책을 너무 안본다고 한탄하지만, 반대로 책에 빠져서 문자에 중독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성장기 아이들은 호기심이 왕성하여 뭔가에 한번 꽂히면 쉽게 빠져듭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게임기나 TV,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것은 걱정하면서도 책에 중독되면 오히려 흐뭇해 합니다. 이는 큰 착각입니다. 중독의 대상이 무엇이 되건 간에 도가 지나치면 몸과 마음에 해가 되어 장애를 겪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모델. 휴일에 엄마 아빠와 함께 어린이 직업센터 체험왔어요.ⓒ권성욱
오늘은 모델. 휴일에 엄마 아빠와 함께 어린이 직업센터 체험왔어요.ⓒ권성욱


언제부터인가 '영재' 열풍이 불면서 독서 교육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독서 교육이 영재로 만든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독서 경쟁에 아이를 내모는 모습을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영유아때가 가장 뇌가 말랑말랑한 시기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각종 선행 학습을 통해 지식을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노력합니다. 2살, 3살 짜리에게 더 많은 책을 읽게 하겠다며 글자 읽기도 가르칩니다. 과연 아이들의 뇌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도한 정보 주입은 아이의 능력을 개발하기는 커녕 오히려 뇌세포를 파괴해 지능을 떨어뜨리거나 불균형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뭐가 좋다는 얘기만 듣고 덮어놓고 따라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해가 됩니다.


책은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며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도구이지만 그렇다고 독서 효과를 과장해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책은 결코 모든 것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어릴 때보다 어른이 되어서 책을 더 가까이 해야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식이란 무조건 주입한다고 머리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연결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경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너지 효과가 생깁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거꾸로 되어 어릴 때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왕성한 독서를 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책을 멀리하죠.


성장기에는 억지로 책을 읽히기보다 부모와의 정서적 교감에 목적을 두어야 합니다. 즉 주(主)는 부모와의 건강한 애착심 형성이며, 독서는 부차적인 것입니다. 아이에게 혼자 책을 읽으라고 하는 대신, 함께 책을 읽고 주제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대화를 해야 합니다. 또한 주말에는 가족들이 함께 야외로 나와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함께 요리도 해보고 청소나 설거지같은 가사일을 돕게도 해보세요. 아이의 올바른 인성은 책이 아니라 생활에서 만들어 갑니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반드시 어른이 되어서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 또한 아닙니다. 몸에 좋은 보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입니다. 뭐든 적당한 것이 가장 좋습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며, 적당히 읽고 적당히 놀고 적당히 먹으면서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하게 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요.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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