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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저자 김형훈

ke.kim@ibabynews.com

 

11년 전 한창 인기 있던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삼순이는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라 한라산을 찾았다. 그해 삼순이를 포함한 제주도 방문객은 502만여 명. 강산이 한 번 바뀔 세월이 흐른 작년 한 해 동안에는 1366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도 땅을 밟았다.


그간 관광객이 3배 이상 늘어난 제주도는 전국에서 제일 높은 땅값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시내는 물론 굽이굽이 촌동네에도 개발 바람이 불어 발 닿는 곳마다 미끈하게 빠진 건물들이 관광객을 반긴다. 10년 새 이만큼의 변화라면 10년 후는 어떨까. 과연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제주에 가서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딸들하고 월정리에 가서 ‘여기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리스 같대요. 그리스를 가보지 않았는데도 외국을 떠올린 거죠. 지금 제주도 곳곳이 월정리처럼, 지역의 특색을 없애는 개발이 계속되고 있어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제주의 기억과 추억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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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의 저자 김형훈 씨. ⓒ베이비뉴스
책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의 저자 김형훈 씨. ⓒ베이비뉴스


책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2016, 나무발전소)를 쓴 김형훈 씨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잔뜩 서려 있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은 개발 붐을 반길 거라 생각했던 건 일차원적인 사고였다. “개발된다고 해서 좋을 거 하나도 없다. 돈 버는 걸 위해서라면 오히려 자연 그대로 두는 게 낫다”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개발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당장은 돈 되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돈 없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자식들한테 물려줄 재산이 위태로워지거든요. 그리고 지금처럼 원래의 모습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하면 상품성은 떨어지게 될 겁니다. 제주 자체의 모습이 소멸돼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잃게 될 테니까요. 어떤 식으로든 후손들에게 우리는 면목이 없어질 거예요.”


김형훈 씨는 제주도 토박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제주도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 직업은 기자다. 제민일보 신입기자 시절부터 지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까지 20년 넘도록 펜을 잡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토박이보다 제주도 속사정에 좀 더 밝다. 개발을 마냥 곱게 볼 수 없는 이유를 숱하게 봐왔고 최근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를 쓰면서 문제의식을 더욱 느끼게 됐다.


“2000년 초반에 여행 기사 쓸 때 묻어둔 글감이 있는 장소를 다시 다녀 봤어요. 그런데 너무 많이 변했더라고요. 좋은 방향이 아니라 나쁜 방향으로요. 사람들은 자꾸 제주에 더 많이 오는데, 제주는 엉망진창이 돼가고, 제주 다운 제주를 소개하는 책도 없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제주를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쓰인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는 다른 제주도 여행 서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지역의 역사와, 골목마다 밴 사람들의 이야기와, 글쓴이의 사색이 담겨 있다. 화사하게 편집한 사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 솔직하게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곶자왈 환상숲에 가보세요. 우리는 생명의 숲이라고 해요. 이곳을 보존해야 하는지 아닌지는 가보면 알 수 있어요. 날이 따듯하니까 산담을 보러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영혼이 드나드는 문’이라고 해서 쌓는 돌무덤인데, 제주도 사람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삶과 죽음이 가깝다’는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문화예요.”


장소를 설명하는 저자의 목소리와 책 속 행간에서 제주도를 깊이 이해한 사람의 애정이 넘쳐난다. 아쉬운 마음에 쉬엄쉬엄 멈춰가며 책 읽다 보니 훌쩍 제주도로 떠나 호젓한 돌담길 걷고 싶은 충동이 인다. 추천받은 몸국(저자는 몸국을 몸:국으로 읽게끔 써달라고 당부했지만 우리 한글의 매력을 웹으로 표현할 수 없어 아쉽다.)이랑 갈칫국 먹으러 갈 생각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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