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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엄마는 나가고 싶다, 어디든!

현실은 백화점으로··· 아기와 갈 수 있는 곳 많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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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연재]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오늘의 날씨부터 확인한다. 미세먼지 수치를 포함한 통합대기 수치에 따라 우리 모자의 하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통합대기가 좋거나 보통 이하라면 외출 계획을 세운다. 특히 수치가 ‘좋음’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집 밖으로 직행이다. 물론 ‘나쁨’이나 ‘매우 나쁨’이면 창문도 꽁꽁 닫은 채 강제 ‘방콕’이다.

출산 후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단연 부족한 수면시간일 것이고, 그다음으로 힘든 건 아기와 단둘이 집안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출산 후 거의 100일간은 병원 가는 일 아니라면 외출할 일이 없기 때문에 진짜 집안에만 머물게 된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아기와 단둘이, 조용한 집에서 하루 종일 있다 보면 괜히 외롭고 바깥세상을 그리워하게 된다.

8개월이 된 아기는 호기심이 왕성해졌다. 빨래통이며 뭐며 엄마가 들고 다니고 만지는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인다. 그런 아기를 쫓아다니다 보면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8개월이 된 아기는 호기심이 왕성해졌다. 빨래통이며 뭐며 엄마가 들고 다니고 만지는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인다. 그런 아기를 쫓아다니다 보면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기는 8개월이 됐고 따뜻한 봄도 왔다. 외롭고 서글픈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지금도 아기와 단둘이 집에 있다 보면 나가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른다. 아기는 개월 수가 늘어날수록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있다. 뒤집고 배밀이를 하다가 네발로 기기까지. 멀뚱히 누워서 모빌만 바라보다가 자기 스스로 집안 곳곳을 누비니 얼마나 좋겠는가! 지치지도 않은지 작은 몸으로 온 집안을 쓸고 다닌다.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혹시 넘어질까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아기는 아기대로 엄마가 가는 곳을 졸졸 따라다니기 바쁘다. 설거지라도 잠깐 하고 있으면 바짓가랑이를 잡아 흔들고, 화장실 가서 집중 좀 하려면 화장실 문턱에 턱 괴고 엎드려 빨리 나오라고 성화다. 빨래 좀 널러 나가면 ‘감히 나를 두고 어딜 가냐’며 소리를 꽥꽥 지르다 자지러지게 운다. 아기는 현재 ‘분리불안’이라는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을 겪고 있지만, 엄마 입장에선 그런 아기가 기특하면서도 솔직히 지칠 때가 있다. ‘누워 있을 때가 편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참으로 공감되는 요즘이다.

집에 있으면 설거지, 빨래, 쓰레기 정리 등 해야 할 집안일이 수두룩한데, 그걸 외면한 채 아기만 바라보고 있기는 쉽지 않다. 아기 혼자 좀 놀았으면 해서 장난감을 쥐어줘도 잠깐뿐, 뭐든 엄마와 함께 하려고 하니 힘이 빠진다. 그럴 때 간절한 게 외출이다.

“우리 오야 갈까?”라는 말에 사정없이 양발을 흔들며 오케이 사인을 내리는 아기. 부랴부랴 기저귀며 물티슈, 빨대컵, 손수건, 혹시 모를 여벌옷에 장난감까지 싸놓고 외출 타이밍을 기다린다. 외출 타이밍은 아기가 잠에서 깨 젖을 충분히 먹은 바로 그때. 물론 아기가 막 잠이 들려고 할 때도 외출 타이밍으로 나쁘지 않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아기도 엄마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응가까지 미리 쌌다면 “효자”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밖에 있는 내내 엄마가 기저귀에 코를 킁킁 거리는 수고를 덜어주니까 말이다. 앞에는 아기띠, 뒤에는 기저귀 가방을 메면 외출 준비 완료.

현관문을 열고 맡는 바깥 냄새는 유쾌, 상쾌, 통쾌하다. 햇빛가리개 사이로 눈만 배꼼 내민 아기도 세상 구경을 한다. 신이 나는지 양발을 통통 찬다. 아기 낳기 전에는 이 짧은 외출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너무 당연해서, 늘 있는 일상이라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아기와 함께 하는 외출은 더욱 간절하다.

집 밖에 나오면 엄마는 집안일을 모른 척할 수 있어서 좋고, 아기는 바깥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외출을 하면 이상하게 시간도 빨리 간다. 아기는 밤에 깨지도 않고 잘도 잔다. 여러모로 외출은 엄마에게 좋은 게 많다.

특히 밖에 나오면 나처럼 유모차를 끌거나 아기띠를 멘 엄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나 아닌 다른 엄마를 만난다는 건 독박육아를 하는 엄마에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강렬했던 출산의 감동 뒤에 따라온 육아는 참 어려웠다. 아기가 울면 기저귀부터 본 뒤 젖을 물리고 재우면 된다고만 배웠지, 하루 종일 우는 아기 달래느라 산후조리는커녕, 세 시간도 못 잔다는 사실은 몰랐다. 젖 물리기만 하면 모유가 철철 나오는 줄만 알았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딱딱하게 젖이 굳어 엉엉 울 줄도 몰랐다. 아기 예방접종 맞으러 가면 의사선생님한테 물어볼 건 왜 그리도 많은지. ‘별걸 다 물어본다’는 눈빛이 무안해 육아카페를 검색하며 스스로 답을 찾기도 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나만 혼자인 것 같은 느낌. 말도 안 통하고 울기만 하는 아기와 갑갑한 집안에 단둘이 있다 보면 외로울 때가 많았다. 남편이 제발 칼같이 퇴근하길 시계를 보며 기도하기도 했다. 친구들은 모두 미혼인데 나만 아기 엄마라 외톨이가 된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처럼 사는 사람이 또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또 다른 엄마를 만나는 게 왜 반갑지 않겠는가. 일면식도 없는데 내 편이 생긴 것만 같아 너무나 반갑다. “아기 몇 개월 됐어요?”라는 질문은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 외출 한번 하면 몸은 녹초가 되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든든하다. 어쩌면 내가 외출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또 다른 엄마들을 마주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 아기도 밖에 나오면 에너지가 넘친다. 처음 보는 아주머니에게 함박웃음도 날려주고 징징거리지 않고 거뜬히 외출을 즐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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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준비를 마친 아기가 신나는지 미소를 짓는다. 외출은 엄마와 아기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외출 준비를 마친 아기가 신나는지 미소를 짓는다. 외출은 엄마와 아기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 모자에게 잠깐의 외출은 참 행복한 일상이 돼버렸다. 날씨만 좋고 아기 컨디션만 괜찮으면 매일 해도 좋겠다. 하지만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아기와의 외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기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느냐다. 아기가 배고파할 때 바로 먹일 수 있고 뭔가를 쌌을 때 바로 처리해줄 수 곳 말이다. 그런 환경이 마련된 곳이 백화점(혹은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마트)이다 보니 단골 장소처럼 백화점만 가게 된다.

백화점은 유아휴게실이 너무나도 잘 돼 있다. 유아휴게실에는 기저귀를 가는 기저귀 교환대, 모유나 분유를 먹일 수 있는 수유실, 아기가 잠을 잘 수 있는 수면실까지 갖춰져 있다. 이유식을 먹는 아기를 위한 아기의자와 전자레인지도 있다. 아기에게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유아휴게실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유아휴게실을 지키는 직원까지 상주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아기와 단둘이 외출한 엄마의 화장실 이용에 큰 도움을 준다. 엄마가 화장실이 급한데 어린 아기를 함께 데리고 갈 수 없을 경우 직원이 잠깐 아기를 지켜봐 주기 때문이다. 항상 유모차 대여도 가능해 아기띠만 하고 가도 걱정 없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만큼 엄마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곳은 없을 것이다.

예전에 아기와 함께 방문했던 관할 구청조차도 수유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 옆 건물 보건소 수유실을 이용한 적이 있다. 급한 마음에 들렀던 지하철 화장실은 기저귀 교환대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시커멓게 때가 끼어 있기도 했다. 혼자였을 때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던 곳이 아기와는 절대 못 갈 곳이 되기도 한다.

백화점의 유아휴게실만큼은 아니더라도 아기와 함께 하는 엄마를 배려하는 환경이 어느 정도만 마련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은 더 따뜻해지고 매일 아침 아기와 나갈 생각에 들뜨는 요즘,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진다면 아기와의 외출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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