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가벼운 우울감, 겁내지 마세요"
"출산 후 가벼운 우울감, 겁내지 마세요"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5.26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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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심리와 산후우울증의 이해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최근 자신의 아기를 학대하는 엄마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지난 4월 수원의 김 모(22)씨는 자신의 7개월 된 아기를 지속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생후 7개월 된 우 모 군이 울고 분유를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바닥에 던지고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는 등 약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우 군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경기 부천에서 생후 40일이 된 아이가 부부의 폭행에 의해 사망에까지 이르는 등 최근 언론은 영아폭행·사망사건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런 사건이 놀라운 점은 일반적으로 자식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클 시기의 엄마가 자신의 아기를 폭행하고 살해했다는 점일 것이다. 최근들어 이런 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보통의 임산부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심리를 갖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항상 들뜬 채로 행복만을 누리고 사는 사람은 없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서 찾아올 수 밖에 없는 가벼운 우울함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임산부의 심리적 변화와 산후우울증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살펴보자.

일반적인 우울증은 처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산후우울증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펑펑 울게 되는 경우가 많다. ⓒ 베이비뉴스
일반적인 우울증은 처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산후우울증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펑펑 울게 되는 경우가 많다. ⓒ 베이비뉴스


◇ 평범한 사람도 산후우울증 겪을 수 있어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사람은 주로 어떤 괴로움을 호소할까? 구성심리상담센터 이은주 소장은 “임산부들은 주로 감정기복이 심해지면서 감정조절이 힘들어지고 갑자기 요새 눈물이 많이 나온다는 증상을 호소하며 찾아온다. 이런 우울감의 주된 원인은 몸조리 등으로 인해 집에 고립되는 외로움, 가족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신을 잘 알아주지 않는다는 심리 상태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이 소장이 밝힌 지극히 평범한 우울증 사례를 들어봤다.

이선주(가명) 씨는 지방에서 근무를 하다가 출산이 임박해지자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이 있는 서울에 혈혈단신 올라왔다. 남편은 야근이 많은 분야에서 근무를 했기에 홀로 출산 준비를 다 할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출산 당일에도 남편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부부관계는 좋았지만 문제는 아기 양육이 시작되면서 터졌다. 이 씨는 아이를 혼자 돌보며 양육자로서의 행복과 프라이드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 마저 상실했다. 그 결과 자주 의기소침해지며 별일 아닌 일에도 울음이 많아지면서 심리상담을 받게 됐다.

이 소장은 “일반적인 사람도 임신을 하게 되면 감정에 잘 휩싸이게 되며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원하게 된다. 열에 일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조금씩 산후우울증을 겪기 마련이다. 성격이 안정적이더라도 출산 후에는 이따금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남편에게 충분한 신뢰와 사랑, 인정과 위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여기서 폭행 등 극단적인 문제행동까지 가는 임산부의 공통점은 주관적인 우울감이 너무 강해 감정컨트롤이 안 된다는 점이다. 또한 본인이 주목받지 못하거나, 임신을 했어도 축복받지 못하는 경우, 또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 남편과 가족의 정성에도 성이 안 차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최근 영아 폭행 보도는 과장된 면 있어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최근의 잇달은 영아 폭행 사건에 대해 “기사들이 너무 원색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위험한 엄마들이 늘고 있다기보다는 방송에 나오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아주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아기에게 폭행을 가하진 않는다.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할 때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는 것을 망설이다 보면 그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치료가 꼭 필요하다. 병원에 온다고 무조건 약을 쓰진 않고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을 한다. 모유수유를 끊고 약을 먹는 것이 좋은지 수유를 하면서도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인지 가족들과 같이 상의를 하니 병원에 일단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언론에 보도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산후우울증은 왜 생기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 것일까. 홍나래 교수의 자문으로 풀어봤다.

◇ 산후우울증 왜 생기나

임신부우울증도 있기는 하지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산후우울증이다. 산후우울증의 이유로 출산을 하게 되며 바뀌는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을 들기도 하는데, 단지 호르몬이라는 생물학적 이유만으로 설명을 할 수는 없다.

아이를 탄생시키는 것 자체가 엄마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싱글에서 아내로, 엄마로 변화하는 정신적 ‘발달’단계가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다.

출산직후 1~2주 정도는 마치 갱년기우울증처럼 호르몬의 급작스런 변화로 누구나 우울해지는 면이 있다. 정신건강의학 용어로는 ‘포스트-파툼 블루(Post‐partum blues)’라고 불리는, 산후에 겪는 약간의 우울감을 맛보는데 길어야 1~2개월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독 어떤 사람들은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이 우울감이 정신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아기가 악마처럼 보인다든지 날 죽일 것 같다는 과한 정신증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하는 경우다.

또다른 이유로는 우리 문화 특유의 타이트한 산후조리 문화를 들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던 엄마들이 출산 후 갑자기 한 달, 길게는 몇 달까지 밖으로 못 나간 채로 아기와 단둘이 있어야만 하는 생활이 산후우울증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 산후우울증이 위험한 이유

엄마와 아기와의 초기관계 맺기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산후우울증이 있는 엄마는 아기와 관계 맺기가 어려워진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처지는 경우가 많은데 산후우울증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펑펑 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엄마 감정의 폭이 커지면 아기를 잘 돌보기 힘들고, 엄마와의 경험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얻게되는 아기들은 엄마에게서 이러한 점을 배우기 어렵다.

특히 산후우울증을 넘어 산후정신증까지 발달한 경우에는 엄마와 아이를 잠깐이라도 격리시키는 것이 엄마 스스로나 아이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권고한다.

◇ 자가진단

기분이 처지거나 오르내리는 것이 생활에 방해가 될 경우 산후우울증으로 의심할 수 있다. 임산부일 경우 직장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어질 정도일 때. 또 감정기복이 심해 아기 돌보는데 방해가 돼 보이거나 본인이 너무 견디기 힘들 경우, 주변에서 “너 같지 않다”라는 말을 들을 때다.

앞서 말한 포스트-파툼 블루는 일종의 감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금 처지거나 잠깐 우울감이 들다 마는 경우는 병원에 꼭 올 필요는 없으며, 누구나 겪는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 예방법과 가족의 도움

아기에게 집중하기 보다 짬짬이 즐길 거리를 찾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스스로가 아기를 잘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많이 느끼지 않아야 한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땐 생전 첫 육아경험이고, 둘째 아이를 낳아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은 처음이기에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처음이라 잘 못하는 일을 ‘형편없는 엄마’, ‘모성애 없음’이라고 자책하지 말자.

주변 가족들은 아기의 탄생에 대해 축하해 주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초기에 감정이 오르내리는 엄마를 ‘아기 낳았다고 유세 떤다’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생물학적인 부분이기도 하니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모유는 잘 나오니”, “아기를 그렇게 안고 기르면 계속 엄마 품 떠나선 안 잔다”, “네가 그렇게 기르니까 아기가 그렇지 않냐”는 등 엄마에게 부담을 주는 언행은 조심하며, 지나친 관심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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