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 A 씨는 지난 7일 충격적인 일을 목격했다. A 씨는 세 아이 중 네 살, 다섯 살 두 아이를 서울 금천구 한 구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아이가 울면서 어린이집에 등원했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교사가 33개월밖에 안 된 아이를 화장실에 불을 끄고 문을 닫아 울음을 그칠 때까지 가둬둔 것. 어린이집 밖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직접 현장을 목격한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형사 고발을 하고, 국회 소통광장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하소연했다.
이 사실은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전 국민이 알게 됐고, 뒤늦게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중구, 성동구, 동대문구 등 총 6개의 구립 어린이집의 학대와 관련한 제보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관내 31개 경찰서 형사과에 어린이집 교사의 원생 폭행사건을 담당하는 전담팀 편성을 지시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립 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수사한 후 민간 어린이집으로 수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 서울시내 국공립 어린이집만 640여 개이며 가정, 직장 어린이집 등을 합치면 6,000여 곳이 넘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모들은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 부모들이 언제든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으나, 보육교사들과 인권단체 측에서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맞서고 있다.
우선 CCTV 설치를 주장하는 부모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19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모든 어린이집, 놀이방에 CCTV 의무 설치 법안 마련하길 바란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많은 부모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서명 목표 인원은 5만 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영유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일부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를 어린이집 원장들이 철거했다는 의혹이 MBC 보도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지난 2005년 추진된 적이 있는데, 당시 인권단체들과 보육교사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지난 26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CCTV 설치를 의무화하되 그 공개 여부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나 피해자, 보육교사의 동의를 얻도록 한다면 인권침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절충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면서 우선적으로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교사의 질도 높아져 보육 질도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1일 12시간씩 보육을 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상의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주 40시간 근무를 초과하는 것이다. 2009년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 평균 근무시간은 평일 9.5시간, 토요일 5.8시간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지난 9월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월 평균 급여는 126만 1,000원에 불과하고, 각종 수당을 합해도 138만 5,000원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가정 보육시설 교사의 월 평균 급여는 114만 원으로 3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117만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 의원은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을 통해 보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일 논평을 통해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난 어린이집 실태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다. 재발방지와 보육시설 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 양질의 보육교사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 보육교사 처우 개선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 모두 안전하고 행복한 보육환경 조성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에 적극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발 벗고 나설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것과 동시에 아동 폭행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아동학대가 적발된 보육교사는 영구 퇴출하고 학대사례 신고 시 포상금을 인상하는 한편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아들 얼굴이네요..
보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