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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이스크림 시대, 끝났다

빙과업계, 권장소비자가 표시 및 납품단가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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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안 사고 그냥 나왔어요."

8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슈퍼마켓을 찾은 조민제(가명, 32세) 씨는 평소 좋아하던 '더위XX' 아이스크림을 사려다 깜짝 놀랐다. 평소 사먹던 가격보다 2배 가량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하나에 4~500원으로 생각하고 평소처럼 여러 개 집었다. 그런데 포스기에 찍히는 황당한 가격에 그냥 안 샀다"며 "저렴한 가격에 자주 사 먹었는데 가격이 올라 아쉽다"고 전했다.

지난 8일부터 아이스크림 정찰제가 시작됐다. 사실상 '오픈프라이스'(최종 판매자인 가게 점주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정하는 것) 제도가 폐지된 것이다.

국내 빙과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빙과 4개 사는 아이스크림 제품에 권장소비자가를 표기하고, 편의점, 대형마트를 제외한 소매점에 대해서는 빙과류 납품단가를 인상하는 등 아이스크림 '제값 받기'에 나섰다.

메로X, 비비빅X, 호두XX, 누가X 등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과 탱크XX, 빠삐X 등 쭈쭈바는 대게 800원, 붕어XXX, 빵또X, 빵빠X, 더블XXX 등 아이스제과, 콘 아이스크림은 1300~1800원으로 책정됐다.

업계는 이번 조정으로 들쭉날쭉한 아이스크림 가격이 안정화되고 이로 인해 혼탁한 빙과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슈퍼마켓 등 소매점과 소비자의 반발이 커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 시내 한 슈퍼마켓의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정찰가격'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9일 서울 시내 한 슈퍼마켓의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정찰가격'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브랜드 가치 회복할 것"

빙과업계가 이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비정상적인 아이스크림 상시 할인체제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가격은 출고가, 유통마진이 합쳐져 최종 판매가가 형성되는 일반적인 상품과 달리, 판매가와 유통마진을 맞추기 위해 출고가를 역으로 조절하는 다소 특이한 구조를 지닌다. 판매가격을 정할 권한은 최종 판매처인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가지고 있고, 또 이들이 업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업체는 출고가를 내려서라도 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의 이익은 매년 마이너스.

실제로 빙과업계는 올 여름 평년을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별다른 호재를 누리지 못했다. 빙과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이 약 25% 하락했고, 롯데푸드는 15% 이상 하락세를 기록했다. 해태제과는 빙과류에서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이번 여름뿐만이 아니다. 2014년 2조 원 가량했던 빙과업은 지난해 5000억까지 매출이 줄기도 했다. 2년 사이 22.3%나 급감한 것.

롯데푸드 관계자는 "그간 아이스크림 가격은 엉망진창이었다. 빙과 시장이 무너져버린 상태"라며 " 가격을 정상화해도 커피 전문점 등 대체제가 늘어 이익을 회복하는 것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가격 정찰제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가격이 적히지 않은 아이스크림에 혼란을 느끼고 신뢰하지 않는다. '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시중 아이스크림은 싸구려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 가치를 높여야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고 빙과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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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 아이스크림 만들어줘야 할 판?"

하지만 소매점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다. 그간 50% 이상 할인된 아이스크림을 미끼 상품으로 내놓아 매출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

서울 사당동에서 중형 마트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당장 마진이 많이 줄고, 소비자가 줄어들 수 있다. 애로사항이 많다"며 "업체들은 제조원가는 비슷한데 가격은 슬그머니 올리고 있다. 나중에는 소매점이 대리점에 도와달라고 손 벌릴 수밖에 없다. 대리점도 나름 고충이고, 서로 목조르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들도 아이스크림 정찰제가 탐탁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 특히 아이스크림의 주 소비층인 아이들과 부모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육아맘은 "동전으로 사 먹을 게 없어진다"고 넋두리를 했다. 다른 육아맘도 "전기도 태양열로 만들어 쓰고, 이제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먹어야 할 판"이라고 불평했다.

일부 부모는 차라리 편의점 행사 상품을 이용하거나 패스트푸드점 아이스크림을 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육아맘은 "편의점에서 '2+1' 행사할 때 사는 게 더 저렴하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은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800원, 편의점에서는 1000원이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2+1' 행사를 할 경우에는 2000원에 바 아이스크림 3개를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통신사 할인 등을 적용받으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 슈퍼마켓에서 2400원에 바 아이스크림 3개를 구매하는 것 보다 저렴하다는 것.

두 아들을 키우는 김기성(가명·노원구·39) 씨는 "가격이 갑자기 올라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사줄 때도 지갑 사정 생각 안 할 수가 없다"며 "맥XXX 소프트콘을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선용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조사팀장은 "아이스크림이 미끼 상품으로 사용되면서 가격이 반값으로 내려갔지만, 실제로는 양도 줄었다. 그런 의미에서 권장소비자가가 합리적으로 설득될 수 있는 가격인가 의문이 든다"며 "업체가 대형마트, 소매점에 주는 포션이 다른데, 현재 대형유통, 제조업체의 힘에 의해서 자영업체가 휘청거리는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가격이 지켜질 지는 확실치 않다.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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