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육아환경, 이대로 좋은가-⑦첫째는 지원없는 육아정책
“부모님 도움 없이 열심히 맞벌이로 돈을 모았지만 원룸 정도의 전세금밖에는 마련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형편에 출산을 한다는 게, 이이를 낳아 키운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난 5년간 피임으로 아이를 미뤘고, 6년차가 돼서야 아이를 임신해 현재 6개월째 접어들었어요.”
아이 키울 것이 걱정돼 결혼 후 6년 동안이나 임신을 미뤄온 이정아(33·서울 강남구 개포동)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지원이 없는데 어떻게 어려운 형편에 출산을 고려하겠습니까? 첫째 아이부터 지원해줘야 부담을 줄이고 계속 출산을 고려하지 않을까요”라고 정책을 만드는 이들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박은경(38·서울 동작구 상도동) 씨도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정책을 보니 첫째 때 해당되는 사항이 없더라고요.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으로 위기라고 하면서 막상 지원을 해주지 않네요. 첫째부터 지원을 해줘야 그다음 둘째, 셋째를 생각할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라고 부족한 현 대책을 지적했다.
지난 9월 초 공개된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안.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하나 키우기도 어려운데…’라고 말하는 부모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표> 2009년 출생통계 결과 中 출생아수(명). 출처: 통계청
(단위: 명)
계 |
첫째아 |
둘째아 |
셋째아 |
넷째이상 |
미상 | |
1981 |
867,409 |
355,314 |
290,618 |
142,504 |
78,963 |
10 |
1982 |
848,312 |
355,094 |
300,907 |
125,641 |
66,667 |
3 |
1983 |
769,155 |
344,208 |
294,027 |
86,146 |
44,768 |
6 |
1984 |
674,793 |
333,587 |
254,940 |
57,479 |
28,782 |
5 |
1985 |
655,489 |
337,643 |
246,541 |
49,467 |
21,827 |
11 |
1986 |
636,019 |
337,701 |
235,935 |
44,568 |
17,801 |
14 |
1987 |
623,831 |
338,834 |
232,769 |
38,587 |
13,630 |
11 |
1988 |
633,092 |
343,141 |
241,391 |
37,051 |
11,502 |
7 |
1989 |
639,431 |
343,693 |
248,780 |
36,739 |
10,205 |
14 |
1990 |
649,738 |
348,260 |
253,002 |
38,694 |
9,758 |
24 |
1991 |
709,275 |
377,191 |
283,385 |
39,817 |
8,860 |
22 |
1992 |
730,678 |
380,185 |
295,244 |
46,201 |
9,025 |
23 |
1993 |
715,826 |
372,610 |
286,826 |
47,920 |
8,435 |
35 |
1994 |
721,185 |
359,474 |
301,906 |
51,459 |
8,284 |
62 |
1995 |
715,020 |
345,574 |
307,930 |
53,820 |
7,574 |
122 |
1996 |
691,226 |
334,483 |
293,986 |
55,424 |
7,167 |
166 |
1997 |
668,344 |
322,692 |
281,016 |
57,869 |
6,742 |
25 |
1998 |
634,790 |
310,161 |
262,416 |
55,792 |
6,419 |
2 |
1999 |
614,233 |
306,769 |
246,027 |
53,808 |
6,253 |
1,376 |
2000 |
634,501 |
298,388 |
268,314 |
59,757 |
6,271 |
1,771 |
2001 |
554,895 |
263,254 |
234,079 |
50,117 |
5,482 |
1,963 |
2002 |
492,111 |
237,839 |
201,706 |
43,787 |
4,834 |
3,945 |
2003 |
490,543 |
240,659 |
199,221 |
41,380 |
4,667 |
4,616 |
2004 |
472,761 |
239,413 |
184,452 |
40,399 |
4,677 |
3,820 |
2005 |
435,031 |
223,162 |
166,888 |
36,985 |
4,465 |
3,531 |
2006 |
448,153 |
231,232 |
171,180 |
37,513 |
4,601 |
3,627 |
2007 |
493,189 |
262,154 |
181,850 |
41,011 |
4,902 |
3,272 |
2008 |
465,892 |
242,024 |
176,079 |
39,360 |
4,973 |
3,456 |
2009 |
444,849 |
230,184 |
170,090 |
36,789 |
5,073 |
2,713 |
통계청이 지난 8월 24일에 발표한 ‘2009년 출생통계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 출생한 첫째 아이는 23만 184명으로 2008년 24만 2,024명 비해 1만2천 명 정도가 줄었다. 둘째 아이는 2008년(17만 6079명)에 비해 6천 명 정도가 줄어든 17만 90명, 셋째 아이는 2008년(3만 9360명)에 비해 2천 명이 줄어든 3만 6,789명이었다. 첫째 아이 출생이 유난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렇게 정확한 수치로 입증되고 있지만 제2차 계획안에서도 아예 아이를 가지려고 하지 않는 부부들보다는 다자녀 가정 쪽에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경선(33·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씨는 “아이를 갖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 낳아서 기르는 것도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근데 아이 하나를 낳아 키우는 것도 힘든데,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최소 두 명이상은 낳아야 가능한 거잖아요. 한 명 키우기도 벅차서 출산을 고려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하네요”라며 다자녀 가정에 집중된 정책의 수정을 요구했다.
많은 부모들을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은 신혼부부에게는 부담 없이 첫째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자녀가 있는 부부에게는 둘째나 셋째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체계적이고 다각적으로 모색해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처해진 상황에 따라 특화된 정책으로 출산을 유도해야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저출산정책과 한 관계자는 “물론, 첫째를 낳아야 둘째와 셋째로 이어진다는 말에는 공감을 한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재원이라는 게 누군가는 그 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큰 비용없이 지원이 가능하다면 첫째부터 지원하는 것도 상관없겠지만 현재로서는 마련된 재원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첫째 키우기도 어려운데..
둘째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