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정책 진단]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은 어디에?
[보육정책 진단]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은 어디에?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6.12.16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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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축 국공립어린이집 겨우 90곳···'거꾸로 가는 보육정책'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긴급 진단] 거꾸로 가는 보육정책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현 정부 정책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보육정책에 대한 부모들의 불신은 걷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부모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무상보육’이라고 내세웠던 보육 정책들이 현재 후퇴의 길로 들어서며 부모는 물론, 보육 관계자들까지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뉴스는 2017년을 앞두고 보육정책의 전반적인 흐름과 현실을 짚고자 기획특집으로 ‘보육정책 진단-거꾸로 가는 보육정책’을 진행한다.

<기사 싣는 순서>

“맞춤형 보육은 부모 기만”
② 누리과정, 국가책임은 ‘축소’ 부모 걱정은 ‘확대’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은 어디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정책이 방향성을 잃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정책이 방향성을 잃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 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를 ‘하늘에 별따기’라고 말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소 대기를 걸어놓고 무작정 기다린다.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의 대기순번은 100번을 넘어가지만,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꿈을 저버릴 수 없다.


한 엄마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애 낳자마자 대기에 걸어뒀는데 75번째다. 우리 동네는 아파트가 많아서 그나마 빠른 순번”이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조금이라도 믿음 가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모들의 이 같은 기다림이 언제 끝날지 미지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공약이 방향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육을 민간시장에 떠넘기는 형국이라, 보육정책의 기조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짙다.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국가 문제로 떠오르며 보육정책은 핵심적인 저출산 대책으로 주목받았다.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1991년 이후부터 2004년까지 보육시설 확충이나 보육내용을 내실화하는 방안으로 보육정책이 시행됐고, 2005년을 기점으로는 ‘보육 공공성 강화’가 주요 정책 목표로 설정됐다. 정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전 계층 무상보육’을 내세우기 시작했고, 박 대통령도 2012년 ‘보육 정책, 국가 책임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밀며 만 0세부터 5세까지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했다.

 

보육 공공성 강화라는 목표 아래 무상보육에 쏟아 붓는 예산은 한 해만 수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2016년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영유아 보육료에 3조 1066억 원이, 0~2세 보육료 2조 9634억 원이, 긴급보육바우처 607억 원이, 보육교직원 인건비 및 운영비 8168억 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대대적인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책 수요자인 부모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시민단체가 만 0~5세 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육정책 평가’ 설문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의 보육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 평균 1.74점에 불과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육정책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는 모양새다. 특히 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 정책’에 1.53점이라는 가장 낮은 점수를 매기며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만들어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 입소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을 알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 사이트를 통해 국공립어린이집 등에 입소대기 신청을 해놓은 모습.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 입소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을 알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 사이트를 통해 국공립어린이집 등에 입소대기 신청을 해놓은 모습.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체 어린이집은 4만 2517곳. 이중 국공립어린이집은 2629곳으로 6.2%에 불과하다. 국공립어린이집이 채우지 못한 나머지 86.3%(3만 6700곳)는 가정·민간어린이집이 대신하고 있다. 이외 나머지는 사회복지법인이나 직장어린이집이다. 2010년 전체 어린이집 3만 8021곳 중 국공립어린이집이 5.3%였던 것과 비교하면 어린이집 수는 4496곳이 늘었지만 국공립어린이집 증가 폭은 1%도 되지 않는다.


해외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국공립어린이집 수가 얼마나 부족한지 짐작할 수 있다. 2011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우리나라의 보육실태와 외국사례’ 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인가보육소 공급 주체는 공영보육시설이 47.8%, 민영보육시설이 52.2%다. 민영보육시설도 원칙적으로 지방공공단체나 사회복지법인만이 설치·운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노르웨이는 46.3%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다. 프랑스는 3세 미만 아이가 다니는 집단보육시설의 경우 64%가 지방정부가 운영하며 29%는 부모협동 등 단체가 운영한다. 개인 등 사립에 의한 운영은 극소수다.


부모들은 “우리 동네에도 국공립어린이집을 만들어 달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원한다”고 호소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는 “엄마들은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엄마를 가장 부러워한다. 그나마 국가의 감시 아래 있는 어린이집이니 아동학대나 비리 등에서 민간어린이집보다 자유롭지 않겠느냐”며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서 국공립 국공립 하는구나 싶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이 확충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국공립어린이집 설치·운영 현황 분석 및 개선 방안 연구(2012년)’를 통해 “민간부문 중심의 공급 확대는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뿐만 아니라 보육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며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매년 1000개소씩 국공립어린집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이 전체 어린이집의 30%는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이 어느 정도 보육시장을 지배하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다른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제대로 된 무상보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의지는 시들해져가고 있다. 내년도 보육 예산 중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2016년 302억 3400만 원에서 2017년 223억 7000만 원으로 78억 6400만 원이 줄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해마다 감소 추세다. 국공립어린이집 신축 계획은 2015년 150개 신축에서 2016년 135개소, 2017년 90개소로 대폭 줄었다. 대신 신축보다 비용이 1/5이나 저렴한 공동주택리모델링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19개소 수준이던 공동주택리모델링 규모는 2017년 90개소로 크게 늘어났다. 복지부는 지자체의 연간 신축사업 신청이 저조하고, 손쉽게 국공립으로 전환 가능한 리모델링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을 매년 150개소씩 확충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크다.

 

반면 기존의 민간어린이집을 활용한 공공형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늘어나고 있다. 내년도 공공형어린이집 예산은 2016년 487억 3000만 원에서 70억 9700만 원 늘어난 558억 2700만 원이다. 공공형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을 지정해 운영비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공공보육 강화 책임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이라 사후관리가 제대로 될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참여연대 측은 보육예산 분석자료를 통해 “결과적으로 2016년부터 2년에 걸쳐 국공립어린이집 신축 규모가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현 정부의 보육 공공성 강화에 대한 정책적 의지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우려할 만하다”며 “국공립어린이집 신축보다는 공동주택리모델링을 통한 확충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소규모 시설 기준으로 예산을 배정해 국공립어린이집 신축의 대체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우려는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내년도 국공립어린이집 예산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국공립 등의 공공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어린이 비율을 현재 28%에서 2025년 4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와 반대로 가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신축 규모를 줄여 예산을 절감하는 방식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정부의 책임을 요구했다.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정책 방향이 수요자인 부모들의 요구와도 크게 엇갈리고 있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법률로서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정문자 공동대표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2020년까지 전체 어린이집의 30% 이상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늘리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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