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아프면 안 되는 사람, 그 이름 '엄마'
아기가 먼저인 삶…그렇게 엄마가 된다
[연재] 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출산을 앞둔 어느 날, 내가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엄마가 되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엄마가 돼도 괜찮은건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입학식 날 새 친구들을 만날 때의 기분도, 첫 출근을 앞뒀을 때의 두려움도,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떨림도 아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정이 마구 몰려왔다.
정말 엄청난 변화가 올 것 같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런 내게 엄마 경험을 먼저한 친구의 조언은 간단했다.
"엄마가 되면 말야. 절대 아파선 안돼."
"???????"
기대하지 않은 말이었다. 새생명을 만난 감동이나 색다른 감정을 알려줄 줄 알았는데 아프지 말라니. 다른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더니 "혼자만의 시간 즐기고 많이 자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요약하면 이랬다. '애랑 본격적으로 같이 있기 전에는 푹 자고 애 볼 때는 절대 아파선 안 된다.'

육아라는 실전에 돌입하고 나니 왜 그 친구가 그런 충고를 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육아는 정말 체력전이었다. 32년 통틀어 제일 힘든 나날이 계속됐다. 특히 잠 못자는 고통. 고등학교 3학년 수능공부할 때도 밤을 샌 적이 없는 난데, 밤에는 무조건 자야 하는 난데, 엄마가 되니 애 우는 소리에 깨고 또 깨고를 반복하는 건 기본. 비몽사몽 상태로 젖까지 물려야 했고 기저귀도 갈아야 했고 우는 아기를 안고 거실 행진을 해야 했다.
'신이시여. 왜 이런 고통을 제게 주십니까.' 생전 찾아본 적 없는 신을 찾는 날이 많아졌다. 하늘에서 신이 대답하는 것 같았다. '넌 엄마니까.'
미리 자야 한다는 친구의 말도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었음을 깨달았다. 잠 못자는 일에 길들여지는 것, 그게 엄마가 되는 길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 엄마는 아프면 안 되는 존재였다.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열이 펄펄 끓었다. 몸살이었다. 그냥 약먹고 보일러 따뜻하게 틀어놓은 뒤 땀 좀 빼면서 실컷 자고 싶었다. 그런데 모유수유 중이라 맘대로 약을 먹을 수 없었다. 젖병을 거부하고 모유만 찾는 아기라 분유를 먹이지도 못하는 상황. 내 몸을 챙기는 대신 아기에게 젖을 물려야 했다. 마음대로 눕지도 못했다. 내가 없으면 먹지도, 자지도, 놀지도 못하는 아기를 두고 아프다는 이유로 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엄마는 그런 존재였다. 아파도 아프면 안 되는 사람, 아기의 수족이 되어줘야 하는 사람. 엄마는 그랬다.
어릴 때는 아프면 내 머리에 차가운 물수건을 얹어주고 죽을 끓여주던 사람이 있었는데…. 엄마도 있었고 할머니도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그때 내 뒷바라지를 해주던 그분들도 나처럼 아파선 안되는 존재들이었겠지. 아기를 낳으면 부모가 생각난다더니···.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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