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보육·육아 정책 가운데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정책이 있다. 바로 아동수당이다. 문 대통령이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실제 아동수당 정책의 도입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아동수당은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아동 양육자에게 매달 현금으로 지급되는 사회보장급여로 미국, 멕시코, 한국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동수당을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대책으로 바라보고 있다.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이 10여 년째 계속되면서 아동수당이 부모의 경제적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현실적인 정책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것. 문 대통령은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특히 아동수당은 대선 과정에서 원내 5당의 공통 공약이었던 만큼 우선과제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주요 대선 후보 5명 모두 아동수당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날인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공통적으로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만큼은 우선적으로 빨리 입법 되도록 해주고, 입법이 필요 없이 대통령 결단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제가 빨리하겠다”고 협조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관련 법안을 입법, 내년 하반기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수당 지급과 관련한 출산·양육가정 지원에 관한 법률(양승조 의원 발의), 아동수당의 지급에 관한 법률(김부겸 의원 발의) 등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관건은 재원 마련 방안이다. 아동수당을 도입하려면 연간 최소 2조 6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출 개혁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당장 추가 예산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1년 국가 예산이 400조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2조여 원을 마련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복지 정책은 한 번 도입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높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무상보육 타이틀을 걸고 보육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예산논리에 막혀 누리과정 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맞춤형보육·초과보육 등을 강행해 결국 “보육정책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양육수당 정책과 얼마나 차별성을 두느냐가 중요하다는 관측도 많다.
박근혜 정부 시절 시행된 무상보육 정책에 따라 0~5세 아동 가정에는 10~20만 원의 가정 양육수당이 나온다. 양육수당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 부모의 형평성 문제로 도입됐다. 12개월 미만은 월 20만 원, 24개월 미만은 월 15만 원, 36개월 미만 및 36개월 이상의 미취학 아동은 월 10만 원의 양육수당을 받고 있다. 만약 아동수당이 도입될 경우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12개월 이전의 아동은 매월 아동수당 10만 원과 양육수당 20만원 총 30만원을 받게 되는 구조다.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은 수당의 목표가 다르긴 하지만 이미 저출산 대책으로 막대한 보육예산을 쏟는 만큼 예산 논란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아동수당을 도입한다는 이유로 양육수당 등 기존 보육제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육수당이 아동 복지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아동수당과 통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통합 이야기가 거론될 경우 ‘거짓 공약’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양육수당과는 별개로 아이 수에 따라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수당은 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 아동 인권적 차원에서 도입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며 “다만 아동수당을 저출산 해결을 위한 만병통치약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궁극적으로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이 통합되는 방향도 있겠지만, 부모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