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책을 읽고 수다를 떨어볼까요?
아빠랑 책을 읽고 수다를 떨어볼까요?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7.07.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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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즐거운 우리 아이, 독서력 키우기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요즘 유치원 끝나고 집에 왔다 하면 가방 던져놓고 앉아서 동화책부터 꺼내어 읽는 나은공주. 언제부터인가 아빠보다 더한 우리 집 독서광이 되었습니다. “아빠가 읽어줄까?”라고 하면 “아니, 내가 읽을 수 있어”라며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앉아서 독서 삼매경입니다. 결국에는 엄마가 늦었다고 강제로 불 끄고 재우면 “더 읽고 싶은데 엄마가 못 읽게 했어”라면서 시무룩하고요. 책이 좋으면 덩달아 글쓰기도 재미있는지 책상 앞에 앉아서 엄마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를 합니다. 비뚤비뚤한 글씨체로 “엄마 아빠 나를 사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써서 선물이라면서 줍니다.
 

 
 


종종 주변 사람들로부터 “우리 아이는 책을 싫어해요.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게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모처럼 값비싼 전집을 사서 거실에 쌓아놓고 읽으라고 해도 도무지 안 읽는다면서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운동 신경이나 춤과 노래를 잘하는 것이 어느 정도 타고 나는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가령 저의 경우 가정 여건상 책을 즐겨 읽을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으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짓한다고 호되게 야단맞기 일쑤였죠. 누가 가르쳐 줘서라기보다는 그냥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이 좋았습니다. 나은공주가 책을 좋아하는 것 또한 일정 부분 이런 유전적인 소양 덕분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동도 꾸준히 노력하면 실력이 늘어나듯, 독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책 읽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만들어줘야 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교육부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암기 위주의 낡은 공부를 탈피하고 다양한 사고와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죠. 또한 “초등공부는 독서가 전부”라면서 아이들에게 가능한 독서를 많이 시킬 것을 권합니다. 대입에서도 논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학생부 종합전형까지 들어가면서 독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일부 극성맞은 엄마들은 별도로 고액의 독서 과외까지 하고 있다는군요. 


하지만 독서는 그저 학교 공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지성인으로서 필요한 교양을 함양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고 더 깊은 사고를 하게 해줍니다. 따라서 아이이든 어른이든 부지런히 책을 읽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독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죠.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책과 가까이하는 것은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닙니다. 제 주변에서도 이번 달에는 책 한 권을 꼭 읽겠다고 작심하고 하루에 단 50페이지만 읽겠다고 했지만 며칠 못 간 채 책꽂이의 장식으로 남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타고난 운동 신경이 없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운동 잘 하는 비법이 있을 리는 없듯, 독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시중의 자녀 교육서를 보면 아이에게 독서 일기를 쓰게 하라, 책에 대하여 질문을 하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그럼으로 아이의 표현 능력을 높이고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많은 엄마들은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 주겠다면서 100권, 200권 이런 식으로 목표량을 정하고 아이에게 무리한 다독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아이의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책과 멀어지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를 노동으로 만드는 것이죠. 그런 아이들은 부모의 성화에 건성으로 페이지만 대충 넘기고는 다 읽었다고 하고서는 막상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다독이 나쁘다거나 독서 일기를 쓰는 것, 질문을 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서는 책을 읽을 때에는 조용히 책에만 집중하고 싶지, 옆에서 자꾸 이러쿵저러쿵 질문을 던지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간섭하면 과연 책을 읽고 싶을까요. 저라도 책에 대한 정나미가 뚝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건 아이 스스로 알아서 할 부분이죠.


때로는 부모가 보기에 아이의 독서 방식이 이해가 안될 때도 있습니다. 가령 똑같은 책만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주야장천 읽는다거나, 다양한 장르를 보았으면 싶은데 공주 책이나 공룡 책만 가까이한다거나, 초등학생이 유치원생이나 읽을 만한 그림책을 아직도 읽고 있다거나요. 나은공주도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같은 공주책에 푹 빠져 있답니다. 공주책을 읽으면 자기가 공주가 된 기분이라네요. 아마 모든 여자아이들의 공통적인 모습이 아닐는지요.


어른이 모든 책을 다 좋아하지는 않는 것처럼 아이도 나름의 취향이 있습니다. 아직 다른 책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자기 딴에는 그 책을 읽을 때가 가장 즐거운 것이죠. 어른이 보기에는 똑같은 책, 유사한 내용이라도 아이는 열 번 읽으면 열 번 모두 다 다르다고 합니다. 한 권을 열 번 읽는 것이 아니라 열권을 열 번 읽는 셈이죠. 그리고 나서 때가 되면 부모가 굳이 간섭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다른 장르, 더 수준 높은 책으로 넘어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아이와 온갖 수다를 떱니다. 공주님이 무서운 용에게 납치당하자 병정 인형들이 으쌰으쌰 구하러 가네요. 그런데 용이 너무 웃기게 생겼습니다. “용이 하나도 안 무섭고 웃기게 생겼다. 그치?” “맞아. 웃겨. 그런데 공주도 안 예쁘고 목이 없어.” “병정들에게만 예쁘면 되지 않을까?” “맞아” 이렇게 얘기하면서 맞장구를 칩니다. 


또 다른 책을 펼치니까 이번에는 지저분한 똥 얘기가 나옵니다. “더러워. 나은이 똥 같아. 냄새~~~” 그러면 “아니야. 아빠 똥이 더 냄새나거든”이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이렇게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고 수다를 떨면서 아이는 책에 한층 빠져 들어갑니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병정의 숫자는 몇 명이지?” “병정들은 왜 공주님을 구하러 갔을까?”하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이나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꼬치꼬치 확인하려 들면 당장 “몰라. 그냥 책이나 계속 읽어줘”라고 짜증스레 대답하거나 입을 꾹 다물어 버립니다. 어떤 동화책에는 책 말미에 독후 활동이라면서 이런저런 질문들이 실려 있기도 하는데 굳이 그런 질문으로 아이를 귀찮게 하기보다는 책을 그냥 덮고 다른 책을 읽어줍니다. 누구나 질문은 부담스러운 것이니까요.


아이 혼자서 책을 읽는 것보다 아빠와 수다를 떨면서 함께 읽으면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낭독의 효과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소리 내지 않고 묵독하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이 머릿속에 훨씬 오랫동안 남는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에도 10권, 20권 쌓아놓고 무조건 정신없이 빠르게 읽어 주기만 해서는 아이의 귀에도 들어오지 않고 부모 또한 뭘 읽어줬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가지고 수다를 떨다 보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아이의 상상력과 표현력 또한 훨씬 풍부해집니다.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스킬도 함께 향상되겠죠.


세  째로 아이에게 독서를 노동이 아니라 그 자체로 행복한 경험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 바쁘다보니 평소 부모 자녀가 서로 대화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식사 한 번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애착심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죠.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 머리맡에서 동화책 한 권을 함께 읽으며 수다를 떠는 것은 애착심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요즘 너도나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책을 읽히려고 온갖 애를 씁니다. 하지만 그저 많이 읽는다고 독서의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책과 멀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또한 책을 읽으라고 하기보다는 함께 책을 읽어야 합니다. 독서의 즐거움이 그 어떤 즐거움과도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때 비로소 책 읽는 아이가 됩니다. 부모의 역할은 억지로 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즐거움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됐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여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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