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퇴사" 임신부의 적은 누구?
"임신하면 퇴사" 임신부의 적은 누구?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7.07.21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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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배려 문화 제고 위해 기업이 나서야"

【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배려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수도권 지하철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임신부 배려 캠페인 문구다.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려는 지자체와 정부에 의해 이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약 4년.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임산부 배려라는 단어를 골백번은 봤을 세월이다. 과연 우리 사회 속 임산부 배려 인식은 시간과 비례하게 긍정적으로 개선됐을까.

안타깝게도 배려 대상인 임신부들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몇 년 텀을 두고 둘째, 셋째 아이를 가진 임신부들에게서는 “제도나 인프라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체감상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대답마저 들려온다.

이는 출퇴근 지하철에서의 자리 배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임신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직장과 가정을 둘러싼 전반적 사회 분위기에서 임신부 배려 인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임신부 보호를 위해 직장 내를 포함한 전 사회적인 차원의 임신 보호 및 배려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 보건복지포럼, 이삼식 선임연구위원)

◊ 폭언, 퇴사 압박, 권고사직 빈번한 임신부 근로 환경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직장 상사에게 임신했다고 말했더니 퇴사를 종용 당했다.”

가임기 여성을 지인으로 둔 사람이라면 흔히 들어봤을 법한 경험담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임신부가 이러한 일을 겪고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네트워크 및 커뮤니티가 발달하며 임신부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기업들의 작태를 고발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커졌고, 공공의 이슈로 떠오르는 횟수도 잦아졌다. 워낙 핫한 이슈이다 보니 드라마 속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가영(31) 씨는 이러한 경험을 몸소 해 본 당사자다. 여느 직원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다가 임신을 했지만 결국 실업자로 내몰렸다. “유산기가 있으면 출산 휴가를 임신 주수에 관계  없이 당겨쓸 수 있는 제도가 막 시행된 때 첫아이를 임신했다. 초기에 유산 위험이 높았어서 반가운 마음에 상사에게 사용 컨펌을 요청했지만, ‘두 달 치 월급 줄 테니 돌아오지 말고 그냥 나가라’는 소리가 돌아왔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처럼 사표를 내지 않으면 임신 기간 내내 상사의 폭언과 압박에 시달리거나 눈칫밥 신세가 되기 일쑤다. 김수영(38) 씨가 그러한 케이스다. “둘째를 임신하니 내 앞에서 임원이 나를 지목해 ‘인사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말하는 일이 잦았다. 버티니까 내 직책으로 새로운 사람을 고용해 압박하더라. 육아휴직은 한 번도 승인된 적 없는 회사였고, 출산휴가 3개월도 눈치 보며 겨우 쓸 수 있는 곳이었다. 심지어 아이와 엄마를 위한다는 이미지로 돈을 버는 육아 기업임에도 그랬다.”

◊ 모성보호 제도 개선과 기업의 참여 필요

 

 

정부의 모성보호 제도는 기업이 나서서 참여해야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정부의 모성보호 제도는 기업이 나서서 참여해야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료에 의하면 임신·출산을 이유로 불이익이나 해고를 당하는 경우는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84건에서 2013년 108건, 2015년 137건이 집계됐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시행하는 모성보호 위반 사업장 적발 건수도 줄지 않는 모양새다. 조사 기간과 조사 대상의 수가 매번 상이한데, 몇 년째 꾸준히 10개 기업 중 7~8개 기업은 임신·출산·육아와 관련한 법을 어기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제도의 도입이나 개선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중 임신 기간에 사용 가능한 제도는 2013년 도입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대표적이다. 유산 및 사산 위험이 큰 임신 12주 이내 혹은 36주 이후의 임신근로자가 임금 삭감 없이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할 수 있는데, 근로자의 사용 요청을 사업자가 거부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실효성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는 늘 지적되는 부분이다. 제도를 만들고 보완하기를 몇 년째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의 수급자인 임신부들은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 출산율은 OECD 가입국 중 꼴찌 순위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범용화하려면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임신부 및 모성보호 앞장서는 기업들

 

 

직장 내 초기임신부를 배려하는 5계명 준수를 약속하는 기업에 사내 홍보를 위한 포스터와 임직원에게 비타민을 제공하는 '함께키움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솔가
직장 내 초기임신부를 배려하는 5계명 준수를 약속하는 기업에 사내 홍보를 위한 포스터와 임직원에게 비타민을 제공하는 '함께키움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솔가

 

 

정부는 기업의 모성보호 장려와 일가정양립 지원을 위해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가족친화 지원 사업을 200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처음 16개에서 시작한 가족친화 인증 기업은 현재 1828개에 달한다. 미인증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과 인증 기업 대상으로 진행하는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더 많은 기업을 참여시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기업 내 모성보호 제도 실시를 경험하는 임신부 및 근로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제도 시행 후 근무 환경 제고는 물론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반응은 법규를 지키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기업 내 자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을 운영하는 경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일례로 여성가족부가 2016 일가정양립 우수사례로 꼽은 (주)아모레퍼시픽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예비맘이 있는 팀에 임신부 배려 이유를 웹툰으로 제작해 알리기, 예비맘 전용 의자, 발 받침대, 전자파 차단 담요를 제공해 전사적 관심 보여주기, 임신 축하 케이크 제공 등 예비맘 배려 프로그램을 기획한 경우다. 대상자의 만족도 및 구성원의 몰입도가 큰 폭으로 증가 중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기업 차원에서 나서 다른 기업의 모성보호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임신부 배려 캠페인을 시행 중인 한국솔가가 대표적이다. 직장 내 초기임신부를 배려하는 5계명 준수를 약속하는 기업에 사내 홍보를 위한 포스터와 임직원에게 비타민을 제공하는 '함께키움 프로젝트'를 실시 중으로 SK플래닛, 서울우유, 유비온 등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과 기업 간 협력으로 다양한 부분을 지원해 임신부 배려 문화를 제고하는 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국솔가 측은 설명했다.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 베이비뉴스는 "배가 나오지 않아서 더 배려가 필요해요" 초기 임신부 배려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임신 초기는 가장 배려가 필요한 시기이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해피빈X포스트 공감펀딩(https://goo.gl/tPzB7h)을 계기로 초기 임신부 배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캠페인은 한국솔가와 함께합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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