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잘 맞는 육아스타일 알려준 '클로버 부모교육'
보건복지부 보육수기 공모전 우수작
보건복지부는 6월 한 달간 ‘아이와 함께 커가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보육수기 공모전을 열었다. 총 511건의 응모작 중 우수작에 선정된 김윤정(37) 씨의 수기를 소개한다. _편집자의 말

[보건복지부 보육수기 공모전 우수작] 엄마, 클로버를 만났다
아마도 이것을 운명이라고 하는 것 같다. 결혼 8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부부 둘만 잘살아보자고 남편과 이야기를 끝낸 상황이었는데 그즈음 기적처럼 아이가 내게로 찾아왔다. 마흔이 다 돼가는 늦은 나이에 운명처럼 만난 귀한 아기였다.
내 품에 아기를 처음 받아든 순간 적어도 이 아이가 내 품에서만큼은 행복할 수 있도록 잘 키워보리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더랬다. 그러나 그런 굳은 결심도 아주 잠시… 그동안 전혀 몰랐던 엄마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말 그대로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 버렸다. 많은 초보 엄마들이 그러하듯 별다른 지식과 경험 없이 닥친 육아의 길은 그야말로 온통 가시밭길이었다. 밤낮으로 우는 아기가 급기야 두려울 정도였으니까.
양가 부모님은 이미 연로하시고 나를 키웠던 그 옛날의 기억마저 단편적인 이미지뿐이라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 또래 주변 친구들은 이미 초·중학생을 둔 학부모여서 나와 다른 세상에서 또 다른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급한 대로 인터넷커뮤니티밖에 마땅히 조언을 구할만한 곳이 없어 글 동냥을 얻고 다녔지만 모든 아이가 특색이 다르듯 답도 그에 따라 다르기에 가끔은 혼란만 더 가중되곤 했다.
남편 역시 자기 나름대로는 도와준답시고 도와주는데 사실상 별 도움이 되지 못했고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남편이 잘하지 못한다며 짜증을 부렸다. 세상에 나 혼자 이런 거대한 짐을 짊어진 것 같아서 우울하고 또 우울했다. 조금만 버티면 좋아질까 하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아침을 시작했다가도 점심을 넘어서면 소금을 잔뜩 뿌린 배추마냥 푹푹 꺼지기 시작했고 저녁쯤 되어서는 너덜너덜 해져버린 구두 바닥처럼 새까맣게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 끝도 없는 일과가 반복되다 보니 오랜 시간을 보내고 기적적으로 만난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급기야는 남편 얼굴을 닮은 아이만 봐도 짜증이 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느 순간 말도 못 하는 아기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는 나 자신의 민낯을 보면서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는지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고 마치 쏘아 올린 화살마냥 속절없이 빨랐던 내 인생의 시계가 왜 유독 아이를 낳고부터는 이다지도 가지 않는 건지 무슨 마법에 걸린 건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나의 우울함도 극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클로버 부모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어라!? 이게 좀 신기하다. 처음 예상으로는 아이를 쉽게 키우는 특별한 속성 팁이나 노하우와 같은 것을 일회성 특강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 밖에도 그런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주제로 골라 듣는 부모 대상의 강의이며 신청하게 되면 2주에 걸쳐서 두 번의 강의를 듣게 되는 것이었다.
흥미가 생겨 자세히 살펴보니 클로버 부모교육은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으로 개발된 신뢰성 있는 전문프로그램으로 부모 대상교육과 부모와 영유아 자녀의 다양한 체험 활동프로그램 이렇게 크게 두 종류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특히 부모대상프로그램은 무려 4편의 강의 (1) 소중한 나 (2) 멋진 아이 (3) 긍정의 가족 (4) 아름다운 이웃으로 나뉘어서 자신에게 맞는 내용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그 내용도 과학적으로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화 되어 있었다. 과연 기존에 접해왔던 부모로서의 의무만을 강요해왔던 흔한 부모교육과 다를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몸도 마음도 바닥을 향해 달려가는 나한테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한줄기 기대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 중 내가 맨 처음 들었던 클로버 부모대상교육은 ‘소중한 나’였다. 강사님께서 이 시간만큼은 오롯이 한 사람으로서 ‘나’에 대해 공부하고 ‘나’의 성격과 가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될 거라고 하셨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울컥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강의 첫날 육아지원센터에서 지원한 교재를 받아 첫 장을 넘겨보자 시인 류시화의 말이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너 자신을 알면 너의 길도 알게 될 것이요, 너의 길을 알면 힘을 얻게 될 것이요, 힘을 알게 되면 영혼을 보게 될 것이요, 영혼을 보면 사람을 볼 수 있을 것이요…….
교육시간 내내 강사님께서는 내가 몰랐었던 나에 대해 끊임없이 또 거침없이 묻고 또 물어왔다. 또 강의시간에 교재로 제공된 에니어그램 성격검사를 통해 바다 아래 거대한 빙산처럼 숨겨져 있던 내 성격을 면밀히 파악해보고 나라는 인간에 대해 다각적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9가지 유형의 성격을 점검한 뒤 또 다시 머리형, 가슴형, 배형으로 분류해 나라는 사람의 진짜 에너지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도 몰랐던 내 숨겨진 특징을 찾는 과정들은 정말 흥미롭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놀랍게도 나는 나에 대해 잘 몰랐었다.
사실 나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 줄곧 아이만을 위해 살았고 아이만 바라보았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연한 두려움과 풀리지 않는 고민만 반복했었다. 소위 남들이 말하는‘카더라’통신에 민감해져서 아이의 존재에 집중하기보다는 부표 없이 떠도는 작은 배처럼 강박관념과 불안함 때문에 이것저것 육아용품을 사기에 급급했다. 미련하게도 더 좋은 육아용품을 준비하면 부족함이 채워지고 해결될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완벽해지고자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불안함과 두려움은 가중되었고 때문에 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했다.
그러나 클로버 부모교육을 받게 되면서 그러한 막연한 불안함은 제거하는 대상이 아니라 멋지게 인정하고 가볍게 넘기면 되는 것이지 육아에 있어서만큼은 완벽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유형에 대해 알게 되니 나에게 잘 맞는 육아 스타일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고 내게 맞는 육아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임을 알게 됐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란 것이 공존하는 것이기에 내 약점을 바라보기보다는 강점을 개발해야만 소중한 나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며 나와 마찬가지로 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주며 서로 현명한 대화로 풀어가야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강의시간 도중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오자 대부분의 엄마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어느새 눈빛은 반짝이기 시작했고 한 사람씩 발표할 때마다 힘든 육아와 일 속에서 힘겨움을 이야기하며 울기도 하고 자신들의 숨겨진 꿈과 소망을 이야기하며 웃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주어진 강의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고 이내 모두가 엄마의 이름으로 동질감을 느꼈다. 모르는 타인이 내 마음을 이해해준다는 것,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이 이토록 좋고 또 고마운 것인지 예전에는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다.
2주에 걸친 클로버 부모교육을 마치고 나니 한없이 불안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았고 전에 없던 자신감이 조금씩 솟아났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어둡고 먼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밝은 등불을 얻은 든든한 느낌이랄까?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게 존재하는 약점은 내 강점 뒤에 숨기고 행복에너지를 가지고 더 힘차게 한 발짝 한 발짝을 내딛으리라!
아이를 부모에게 억지로 맞추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의 타고난 개성을 존중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소통한다면 길고 긴 육아의 여정도 절대 어렵지 않으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클로버 부모교육은 부모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사는 한 인간으로서 더욱 행복하기 위해 나의 인간적 가치와 삶의 목적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는 귀중한 힐링의 시간이 되었고 운명처럼 내가 엄마가 되었듯이 내 인생의 클로버(행운)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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