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을 위해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일가정 양립을 위해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 기고 = 김희정
  • 승인 2017.10.3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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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특별기고]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2016년 기준 OECD가 발표한 한국의 고용률(66.1%)을 남성(75.8%)과 여성(56.2%)으로 나눠 보면 그 차이가 크다. 남성은 OECD 평균(74.8%)을 상회했지만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59.4%)에 미치지 못했다. 낮은 여성 고용률은 특히 30~39세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이 역시 OECD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러한 통계는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 상장 기업 또는, 어느 정도 소득이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 직장으로 한정해 본다면 여성의 고용률은 더 낮다. 뿐만 아니라 체감 고용률은 더 혹독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혼의 여성 직장인들이 기혼인 선배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모습을 보면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 두거나 아니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나 역시 사회에서 첫아이 출산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둘째를 임신한 직원이 "미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것을, 기혼이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여성 직원을 채용할 때는 어김없이 채용을 보류하려는 우려를, 육아휴직을 가는 직원에게 따가운 눈빛을 보내는 동료와 조직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냉혹한 시선과 인식은 어떻게든 남들보다 부지런 떨고 굳은 의지로 극복한다 쳐도,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가사와 양육의 상당 부분이 여성에게 집중된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출산과 육아, 일을 병행하려면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에서의 이러한 경험을 반영해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아이 돌봄 서비스를 출시했고, 부모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엄마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특히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접한다.


“지역 사회에 애정과 책임을 가지고 마을 도서관 등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데 사회에서는 이를 일로,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린이집 보낼 때 맞벌이 부부로 지원도 할 수 없다.”

“복직을 하고 싶은데 도저히 답이 없다.”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집중하고 있는데, 사회에서 낙오되고, 뒤처지고, 나는 없고, 엄마로서의 삶에만 희생해야 하는 것 같아 괴롭다.”

“워킹맘으로서 직장에서도 눈치 보이고, 아이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며, 양쪽에서 나만 생각하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어쩌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여성의 자존감 문제가 되고 삶의 고비가 된 걸까? 이것이 개인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여성들만의 문제일까? 천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믿을 거라곤 노동력뿐인 대한민국이 저출산 사회가 되고 우수한 노동력 손실로 이어지는 이 문제는 개인과 여성의 문제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도 다양한 육아정책을 내놓으며 애를 쓰지만,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시선의 변화다. 엄마에 대한 공감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아이 엄마를 맘충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아이 키우는 엄마를 이해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남용된다는 생각이 든다.


인성적으로, 도덕적으로 부족한 한 개인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할 수는 있지만 이 때문에 엄마라는 사회적 약자를 묶어 비하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표현 자체에 "아이의 주 양육자는 엄마"라는 편견이 있다. 아빠가 아이를 보는 과정에서 상식 밖의 행위를 하더라도 "아빠한테 애 맡기고 엄마는 뭐하고 있느냐"는 시각으로 엄마를 비난하는 현실인 것이다. 이렇게 엄마에게만 책임이 있고, 거기에 무개념이라고 여기는 시선이 지배적이라면 엄마들은 육아에 자존감이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육아를 바로 보는 회사의 관점 변화이다. 나의 경험상 육아에서 체득하는 기술은 경험상 일 잘하는 조직원에게 요구되는 관계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조직에서 또는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육아가 일종의 연수와도 같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워 보면 아이의 작은 감정에도 공감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온 귀를 쫑긋하고 비언어적 표현까지 알아듣는 능력이 생긴다. 아이가 조금만 찡그려도 엄마는 아이가 어디가 불편한지 알아차리는 변화 인식의 전문가가 된다. 강압적으로 하라는 지시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해 아이를 이끌 수 있게 되고, 효율적으로 10분 단위 스케줄링을 하고 육아, 가사, 회사일 세 가지의 멀티태스킹을 한다. 집을 늘려 가는 등의 재무적 계획, 아이의 장래 고민, 취학 고민, 언제까지 무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5년, 10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도 수립한다.


따라서 회사는 육아하는 직원에의 시간 등 편의 제공이 소모적인 낭비가 아닌 직원의 역량 향상을 위한 ‘육아 연수’로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육아 서비스의 정보 채널이 쉬워 졌으면 한다. 정부는 저출산 및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고자 육아와 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에서 아이돌봄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용자인 아이 엄마들은 아이 맡길 곳이 없다고 하고, 아이돌봄에 관해 무슨 정보를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최근에 서울 성동구가 실시 중인 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가 진행하는 아이돌봄서비스와 관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째깍악어 등이 모여 돌봄의 공백이 없도록 서로 협력하고, 엄마들에게 아이돌봄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인데, 돌봄에 고민이 많은 엄마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마술 같은 정책은 없을지 모른다. 엄마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금 같은 일시적 행정보다는 믿고 아이 맡길 곳이 제대로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회와 기업의 육아에 대한 관점 변화, 국가의 지원, 사회적 경제 민간의 실행력이 서로 협력하여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나가길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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