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스케이트 타는 날, 아빠도 있었다면?
[스토리뉴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세 가족 이야기
누구에게나 '처음'은 특별합니다. 지난 22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찾은 세 가족의 '처음'도 특별했습니다.
오후 5시 30분. 화려한 개막식이 시작됐습니다. 멋진 축하공연에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빽빽한 사람들 머리 위로 포착된 목말을 탄 아이. 미국인 엄마를 둔 6살 칼리입니다. 푸른색 플리스 점퍼를 입은 칼리의 눈동자가 반짝입니다.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타는 날이에요."
반짝이는 얼음판과 신기하게 생긴 스케이트화, 그리고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이 칼리에겐 모두 처음 겪는 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비처럼 날아다니다 엄마 품에 폭 안겨 뽀뽀를 퍼붓는 칼리의 얼굴에 설렘이 가득합니다.
"익산에서 왔어요."
딸과 손주들을 데리고 스케이트장을 찾은 친정엄마가 크게 웃습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에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어쩐 일일까요? "둘째가 처음 스케이트를 타요." 화목한 전라도 가족에게도 처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나도 처음이요." 가만히 지켜보던 친정엄마의 고백입니다.
"아빠는 함께 안 왔어요?"
기자가 아빠 이야기를 꺼내자 아이들의 표정에 서운함이 금방 깃듭니다. 아이들의 소중한 처음을 함께 하지 못한 아빠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 손을 잡은 아빠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금요일 밤에 대한민국에서 육아 대디를 찾는 게 참 어렵습니다.
한참을 둘러본 끝에 아이와 함께 스케이트장을 찾은 아빠를 만났습니다.
"휴가 내고 아이랑 왔어요."
스케이트를 신겨주던 신동호 씨가 소탈한 웃음을 터뜨립니다. 태어나서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은 8살 아들 민석은 아빠와 함께여서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아빠는 그런 아들에게 완벽한 스케이트 자세를 전수(?)합니다. 손을 맞잡은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마치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이 아름답습니다.
최근 '아버지 교육개론'을 펴낸 김근규 미국 델라웨어주립대 교수는 베이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빠의 역할을 언급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의 포근한 품이 그리울 때가 있고, 아빠의 단단한 가슴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특히 영유아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성장해요. 아빠는 놀이에 있어서 전문가죠."
이날 '놀이의 전문가'와 생애 첫 스케이팅을 한 민석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땅에서와는 달리 얼음판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빠의 도움을 받아 얼음판을 열심히 지칩니다.
자신감을 얻은 민석이가 기자를 보며 밝게 웃습니다. 그것도 잠시. 아빠 손을 잡고 가다 균형을 잃고 크게 넘어집니다. 아빠는 놀란 아들을 품에 꼭 안아줍니다.
아빠의 단단한 가슴. 8살 아들에게 평생 잊히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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