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2주간의 천국
산후조리원, 2주간의 천국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0.11.17 15:44
  • 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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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해 쉴 수 있던 시간들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퇴원을 하고 남편 회사 근처 산후조리원으로 향했다. 초보엄마라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도 몰랐던 나는 11월 겨울문턱에 미리 준비한 겉싸개로 아기를 꽁꽁 싸고 남편 차를 타고 창동에서 역삼동까지 긴 여정을 시작했다. 진통이 와서 입원할 때만 해도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고작 3일새에 싸늘한 바람이 제법 춥게 느껴졌다.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두 시간동안 시속 50km로 천천히 달렸다. 보통 산후조리원은 친정 근처로 예약하지만 친정엄마가 없었던 나는 남편 회사 바로 옆으로 예약을 했다. 남편 아침으로 토스트가 나오고 남편의 빨래도 해결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입소 첫날에 처음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간단한 자기소개로 신입 신고식(?)을 했다. 밥은 하루 세끼, 간식은 아침과 오후에 두 번. 듣던 대로 식사는 아주 맛이 있었다. 조리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식사가 맛이 있는지 없는지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경험담이 딱 들어맞았다. 산모는 거의 대부분 미역국과 사골국만 나오기 때문에 같은 미역국이라도 한정된 재료로 얼마나 다양하고 맛있게 끓이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출산 후 얼마간은 모유가 잘 안나오기 때문에 국을 거의 한 대접씩 매끼를 먹어야 한다. 반찬도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아닌 담백한 종류의 반찬이 나오기 때문에 요리사의 손맛이 아주 중요하다. 산후조리원에서의 생활 2주 동안 내 기억의 70%는 식사시간이었을 만큼 음식 맛은 조리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행복인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다.)

 

입소 후 며칠 동안은 개인 방에서만 지냈다. 의외로 낯선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미리 몇 명의 그룹을 형성한 무리에 낀다는게 어색하게 느껴졌고 출산 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데도 힘에 겨웠다. 산후조리원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휴식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기는 모유 줄 때와 신생아실 청소할 때만 내 방에 맡겨졌고 그 외에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었다.

 

신생아실에서 전문 간호사분들이 아기를 돌봐주고 차트에 몸무게 및 수유 시간 및 기타사항들을 꼼꼼히 체크해주고 일주일에 한번 의사선생님이 회진을 한다. 아기들은 출생 직후 길게는 일주일간 체중이 감소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너무 걱정 할 필요가 없다. 곧 출생 때 몸무게를 회복하고 꾸준히 증가한다. 지안이는 초기에 황달기가 있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면 황달기가 없어져야 하는데 점점 심해졌다. 모유도 먹지 않고 잠만 자는 시간이 늘어났고 눈에 거즈를 붙이고 일광욕을 했음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옆에 아기와 비교해도 확연히 황달기가 보였다. 겁이 났던 나는 지안이를 안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간단한 체크로 피까지 뽑을 정도는 아니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안심을 하고 조리원으로 돌아왔다.

 

황달때문에 조리원에서 일광욕을 하던 모습. ⓒ정옥예
황달때문에 조리원에서 일광욕을 하던 모습. ⓒ정옥예

 

의사선생님은 모유를 계속 먹이라고 하셨고, 산후조리원의 간호사님들은 황달기가 좋아질 때까지 분유를 주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황달기가 있는 아기들은 젖을 빠는 것조차 힘이 들어서(처음에 모유가 잘 안 나오기 때문에) 분유를 먹이고 기운을 차리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선택은 나의 몫이었다. 나는 오랜 시간 아기들을 돌봐 오신 분들을 믿고 후자를 택했다.

 

단, 하루 종일 분유를 먹이지는 않고 낮에는 모유를 계속 먹이고 밤에는 분유를 먹였다. 모유를 아예 안 먹이면 혹시라도 완전모유수유에 실패할까봐 걱정이 돼서 혼합수유를 했다. 낮에는 모유를 계속 먹이고 새벽에는 몇 번씩 일어나서 유축을 했다. 3~4일이 지나자 아기는 포동포동 살이 올랐고 황달기도 눈에 띄게 없어져갔다. 모유성 황달은 3~4일간 모유를 끊고 분유를 먹이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했는데 지안이는 모유성 황달이었던 것이다.

 

모유성 황달 때문에 하루종일 잠만 잤다. ⓒ정옥예
모유성 황달 때문에 하루종일 잠만 잤다. ⓒ정옥예

 

며칠이 지나고 산후조리원의 생활에 적응이 되면서 각종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쉬지도 못했다는 선배 엄마들의 글은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강제적인 참여가 아니라 100% 본인의 선택이었다. 나는 같은 처지의 산모들과 모빌도 만들고 모유수유 강의도 듣고 함께 거실에 앉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현재도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았다는 공감대는 며칠 함께 있지 않았음에도 서로 끈끈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퇴소 2일전에 집에 남편을 보내서 도우미 아줌마를 불러서 미리 청소 및 먼지제거를 해놓았다. 그렇게 2주를 보내고 퇴소를 하는데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쁨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쉬움을 넘어서 살짝 슬프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산후조리원에 정이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의 생활은 천국이었음을 그때까지만 해도 난 알지 못했다. 곧 다가올 엄청난 일들을 알지 못한 채 난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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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 2011-04-22 17:49:00
저에게는
참 편했던 산후조리원이었어요.
일단, 시어머님 눈치를 안봐도 되니

dnwls**** 2011-02-26 17:44:00
산후조리원..
전 안들어가봐서..근데 황달이 정말

seperat**** 2010-12-17 09:59:00
산후조리원 선택도 잘해야해요.
전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하고
스트레스만 왕창 받은 기억이 있네요

skadmsql**** 2010-12-17 09:58:00
보석맘
몸조림 잘 하셔야 합니다..
여자는 애기 낳고 몸조리 잘 하셔야 합니다..
조리원도 선택 잘 하셔야겠드라고

jo**** 2010-12-17 08:45:00
몸조리 제대로~~
여자들은 출산을 하고 몸조리는 정말 잘해야한다고는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고 몸조리 해줄사람 없으면...세상은 돈있는 사람들만의 것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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