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아내의 속옷장을 확인해 보세요"
[이정수의 결혼수업] 속옷은 선물을 넘어서 배우자에 대한 깊은 관심
저는 평소에 아내에게 행동선물을 많이 합니다. 아내가 나갔다 왔을 때, 집을 깨끗하게 치워 놓는다거나 아이의 식사와 목욕을 시켜 놓는 거죠. 저는 이런 것들을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돈도 안 들고 좋죠. 명절 때도 행동으로 선물을 합니다. 명절의 앞부분에 처가댁에 먼저 가는 거죠. 이건 빅 선물입니다. 아무나 못하는 선물이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상대가 기쁘고 고마워하면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선물이라는 게 뭔가 눈에 좀 보여줘야 기분이 더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실물로도 선물을 종종 하는데,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선물은 속옷입니다. 결혼 전엔 해본 적이 없는 속옷 선물인데, 결혼 후엔 자주 하는 선물이 됐습니다.
이렇게 선물하게 된 어느 날의 이야기입니다. 여느 때처럼 빨래를 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속옷을 개는데 너무 낡은 겁니다. 그러고 보니 처녀 때 우리 아내는 비싸고 좋은 속옷을 입었었거든요. 그런데, 결혼 후엔 가족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정작 본인의 속옷에는 돈을 아꼈던 것이죠.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선물을 하기로 했죠. 사이즈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제가 빨래를 개기 때문에 달려있는 라벨을 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사이즈를 확인하고 어떻게 살지 고민이었는데, 대박! 요즘 속옷도 다 인터넷에서 살 수 있더라고요.
남자가 속옷가게에 가서 부끄럽게 둘러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스크롤만 내리면 되었죠. 참 다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마음에 드는 장르의 속옷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기존의 아내의 취향과는 조금 달랐지만, 속옷 선물은 본 소유자의 취향보다는 배우자의 취향이 들어가도 되겠더라고요. 내가 맡고 싶은 향기를 배우자에게 향수로 선물하는 것 같은 거죠.
2쌍 정도를 장바구니에 담아서 결제를 하는데, 생각보다 저렴했습니다. 유명 브랜드였는데 말이죠. 이게 속옷 선물의 또 다른 장점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제가 주문한 선물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택배가 도착했고, 아내에게 선물이라고 짜잔! 했죠. 우리 아내는 진짜 상상도 못한 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놀라더라고요. 그리고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런 표정을 보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자주 선물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속옷은 다른 선물과 차원이 다릅니다.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누구도 잘 모르는 비밀을 공유하며 챙겨주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나의 취향으로 상대를 인도할 수도 있고요. 아무리 오래 연애를 했어도 연인끼리는 어려운 선물입니다. 부부라고 쉬운 선물은 아니지만, 부부이기에 할 수 있는 선물이기도 한 거죠.
속옷은 선물을 넘어서 배우자에 대한 깊은 관심입니다. 결혼 후에 배우자가 날 사랑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어서 힘든 순간들이 많습니다.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관심이 있다는 것은 느껴져야 할 텐데, 그것도 안 느껴지는 부부들이 허다하죠. 그래서 느끼지 못했던 그 관심을 선물하는 겁니다.
“난 널 아끼고 있어. 부끄러워서 표현은 잘 못하지만, 이런 세세한 부분들도 기억하고 관심이 있어.”
속옷선물엔 그런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다는 겁니다. 선물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한번쯤 아내의 속옷장을 확인해 보세요. 느끼는 점들이 많을 겁니다.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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