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끼리는 서로 센 척할 필요 없어요"
[이정수의 결혼수업] 결혼생활, 배우자에게 센 척해봐야 이득이 될 것 없어요
우리 아내는 정글의 땡칙을 좋아합니다. 예전엔 제가 그 방송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사실 많은 연예인들이 나가고 싶어 하는 방송이죠. 그런데, 저는 가기 싫습니다. 무서워요. 오지에 가서 맞닥뜨릴 낯선 벌레들과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 다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진짜 무서워요. 전 겁이 너무 많거든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출땡 드림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이빙 특집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특집 아이템의 특성상 거기에서 눈에 띄면 방송생활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했죠. 당시에 저도 그 기회가 탐이 나서 그렇게 처음 다이빙대 위에 서봤습니다. 처음엔 1미터에서도 못 뛰겠더라고요. 그러다가 5미터까지 올라갔습니다. 사실 거기서도 너무 무서워서 고드름이 땅으로 떨어지듯 뛰었습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10미터! 거기에서 뛰어줘야 특집에 임하는 연예인의 모습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참가한 거의 모든 연예인들이 10미터에서 그간 연습의 성과를 보여줬습니다만, 저는 결국 7미터에서 반 냉동된 애벌레처럼 뛰어 내렸습니다. 진짜 대박 무서웠거든요. 겁쟁이라고 놀림을 받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센 척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게 방송인으로서는 불리한 성격이긴 한데, 결혼을 하니 이것이 결혼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는 우리 아내에게도 센 척하지 않습니다. 영화 보다가 울기도 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도 하고, 묘한 자존심으로 인간관계가 힘들어도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아내만큼 편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친구가 생겼습니다.
우리 아내 역시 저에게 센 척하지 않습니다. 아주 여린 여자죠. 그냥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죠.
얼마 전엔 제가 일적으로 미팅이 있어서 집에서 머리를 만지며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아내가 옆에서 보면서 멋지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그날따라 스케줄이 없는 아내에게 같이 나가자는 이야기를 안했던 것이죠. 원래는 제가 우리 아내가 스케줄이 없을 때, 마치 데이트처럼 함께 나가자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그러지 않았던 거죠.
우리 아내가 오빠가 멋지게 하고 나가는데, 자신에게 같이 나가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글썽이는 겁니다. 나참! 이게 눈물이 날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얼른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같이 나가자고 했지만, 우리 아내는 괜찮다고 오히려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무튼 많이 여립니다. 그래서 쉽게 상처 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조심하게 되고 제가 더 섬세해지게 되었죠.
세상을 살다보면 거친 세상과 싸워야 하고, 상처에도 둔감한 단단한 마음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부끼리 그럴 필요 없습니다. 센 척하면 할수록 배우자는 그것보다 더 강해지려 할 겁니다. 그냥 약해지세요. 약해도 괜찮아요. 부부는 서로 약해도 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강한 상대는 꺾고 싶고, 약한 상대는 지켜주고 싶은 인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센 척을 해봐야 이득이 될 것 없는 것이 결혼생활입니다. 그리고 센 척하지 않는 것이 진짜 센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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