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위해 남편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임신한 아내 위해 남편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 칼럼니스트 황수웅
  • 승인 2018.02.21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씩씩아빠 육아일기] 임신 중인 아내 위해 남편이 해야할 일
아내의 임신을 기념하는 만삭 셀프촬영을 하고 있다. ⓒ황수웅
아내의 임신을 기념하는 만삭 셀프촬영을 하고 있다. ⓒ황수웅

임신을 하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게 됩니다. 신체적으로는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생리가 멈추고 체온이 증가하며, 체중의 증가와 함께 후각과 미각이 예민해져 입맛이 바뀌거나 입덧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수십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또한 신체적 변화에 대한 불안감, 엄마가 된다는 부담감, 그리고 임신을 민폐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정신적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읽어보면 누구나 알법한 내용이지만, 막상 남편들에게 임신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여자가 아기를 갖는 거지"라고 말하는 게 전부이고, 여러 가지 내용을 깊이 물어보면 "나는 잘 몰라. 아내가 다 알아서 하고, 필요한 거 있으면 이야기를 하겠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말은 '임신과 태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나는 보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물론 저도 임신한 아내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처음에는 몰랐고, 심지어 임신 기간이 열 달이라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그저 태아를 위해 음식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보통의 남편이라면 누군가는 겪을 법하지만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저의 부끄러운 경험담 몇 가지를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 '아빠가 된다'고 좋아하는 철없는 남편

"나 생리를 안 해서, 테스트기를 해보니 두 줄이야."

"테스트기가 두 줄이면 뭐야?"

"그것도 몰라? 임신이라는 거야."

"진짜 임신이야? 축하해!"

"그게 끝이야?"

"아니 고맙고 사랑해..."

임신을 기다려오기는 했지만,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고 아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아내는 그런 것도 몰랐냐는 듯한 매서운 눈초리와 함께 섭섭한 마음을 표현했지요.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하고 온 후, 아내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저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는 임신했다고 말하지 마. 첫 번째 임신은 유산될 가능성이 높아."

그렇지만 저는 들뜬 마음에 친구와 직장 동료에게도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한 달 후 아내는 자연유산을 하게 됐고, 몇 날 며칠을 아내와 함께 펑펑 울었어요. 설레발치던 제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아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거죠. 그 이후 다시 임신을 했을 때에는, 20주가 될 때까지 주변에 알리지 못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둘째가 아닌 두 번째 임신이 너무 소중했고, 지금은 딸로 태어나서 24개월째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아내가 별다른 이야기는 안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제 행동이 많이 서운했을 것 같아요. 임신에 대해서는 아는 것 하나 없이, 그저 '아빠가 된다'고 좋아하는 철없는 남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서는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이고 사회의 일원이며, 엄마가 된 것은 처음이라 많이 두려웠을 것 같아요.

◇ 임신한 아내를 걱정시키는 남편

철없는 행동에 후회를 하며, 남편도 임신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임신과 태교에 대한 정보는 책과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임신에 대해 알게 되는 만큼 저의 철없던 행동이 더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어요.

2015년 연말에 아내의 임신이 후기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배가 불러온 아내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아내를 혼자 두고 연말 회식자리에 참석을 했습니다. 술자리는 길어졌고, 결국 집에 빨리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죠. 시간이 늦어서 집 앞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끊어졌고, 주변지역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동안 잠이 들어버렸고, 내려야 하는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저는 잠을 깨지 못했습니다.

"기사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남편이 잠들어서 아직 못 내렸어요."

아내가 자고 있는 저를 흔들어 깨우면서 소리를 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얼떨떨한 상태로 아내를 따라서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술 먹고 평소랑 다른 버스를 타는데 전화도 안 받고. 잠들었을 줄 알았다, 내가. 으휴."

제가 버스를 탄 이후에 연락이 되지 않아서, 걱정이 된 아내는 도착하는 버스정류장에 나와서 기다린 겁니다.

"내가 이 몸으로, 술 먹은 남편 데리러 와야겠냐."

만삭의 몸으로 추운 겨울에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만원 버스 안의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저를 깨웠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했어요. 제가 임신한 아내를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걱정을 끼치게 한 거죠.

◇ 임신 중인 아내를 위해 남편이 해야할 일

과거를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잘 해준 것보다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크기 때문이죠. 남편들은 아내가 섭섭해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서 당시에는 모르고 나중에 후회를 합니다. 제가 이렇게 과오를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남편들은 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임신한 아내는 심리도 불안정하고, 혼자 있으면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한 아내를 대하는 남편의 행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중요함을 인지하면 아내에게 더욱 관심을 쏟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따스한 말과 표정 그리고 배려하는 행동이 아내가 임신해 있는 열 달 동안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임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내에게 해줄 말 생각해 두기
 ▲아내와 대화가 가능하도록 임신과 태교에 대해 공부하기
 ▲임신한 아내 걱정시키지 않고,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에 많이 투자하기
 ▲따스한 말과 표정, 배려하는 행동으로 아내를 대하기

*칼럼니스트 황수웅은 3살의 딸을 직접 육아하는 아빠이며, 아기 성장동영상을 제작하는 '앙글방글'의 대표입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육아를 위해 3개월의 육아휴직 후 퇴사를 하고 직접 육아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하는 육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글을 쓰게 됐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