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지 40일 만에 찾아온 최대의 위기
아빠가 된지 40일 만에 찾아온 최대의 위기
  • 칼럼니스트 황수웅
  • 승인 2018.03.09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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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아빠 육아일기] 육아에 자만한 아빠

아이를 갖기 전까지는 '육아'라는 단어가 제 입 밖에서 사용된 적이 없었습니다. 육아는 내 인생과는 별개였고, 그만큼 생소할 수밖에 없었죠. 일반적으로 아빠도 육아 공부가 필요하다고 하면, 반응하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 거 같아요.

▲"왜 내가 육아를 공부해야 해? 엄마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무관심한 아빠

▲"아빠가 뭘 알아? 엄마가 알려주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지"라고 소극적인 아빠

▲"미리 공부할 필요가 있나? 필요하면 그때그때 찾아보면 되지"라고 천하태평한 아빠

▲"애 키우는 게 뭐가 어렵다고.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대충 알지"라고 자만하는 아빠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네"라고 안절부절하는 아빠

대부분 소극적이거나 천하태평한 아빠가 많고, 저는 육아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자만하는 아빠였어요.

제가 아빠가 된지 40일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씩씩엄마가 일이 생겨서, 씩씩아빠 혼자서 씩씩이를 하루 종일 봐야 했어요.

"씩씩아빠 혼자서 하루 종일 씩씩이 잘 볼 수 있겠어? 걱정되는데..."

"괜찮아. 지금까지 내가 잘 도우면서 했잖아. 얼른 갔다 와."

항상 씩씩엄마와 함께했고, 조리원이나 친지 등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는데, 제가 잘하는 줄 안심하고 있었죠.

신생아를 혼자서 씻기는 것조차 어렵고 생소하다. ⓒ황수웅
신생아를 혼자서 씻기는 것조차 어렵고 생소하다. ⓒ황수웅

◇ 안절부절 씩씩아빠

그렇게 아내가 나간 직후, 씩씩이는 잠에서 깼음을 울음으로 알립니다.

"나 잠에서 깼어요. 배고파요. 맘마 주세요."

저는 며칠 해봤다고 씩씩이를 품에 안고 유축해둔 모유를 먹입니다. 다 먹은 후 제 어깨에 턱을 받히고 토닥토닥 소화를 시켜주고요. 그런데 평소처럼 트림을 하지 않고, 먹었던 모유를 울컥 토해 버렸어요.

"아빠가 하는 토닥토닥은 아파요."

씩씩이가 먹은 것을 뱉어내니 저는 당혹스러웠어요. 먹일 때 최대한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잘못한 것은 아닌지, 다 먹고는 바로 세워서 소화를 시켜줘야 한다고 했는데, 너무 세게 등을 두드린 것은 아닌가 싶었어요.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원래 그럴 수 있다는 말밖에 없더라고요.

안타까운 마음에 안아서 쓰다듬어 주니 잠이 스르륵 드는 거예요. 잠이 든 줄 알아서 침대에 눕히니 금세 울면서 깨버립니다. 저는 안절부절 하면서 아내에게 메시지로 물어봤어요. 먹고 토해서 잠을 못 드는 게 아닌가 하고요.

"침대보다 아빠 품이 좋아요. 안아주세요."

소위 말하는 등 센서 작동이라고 하네요. 그렇게 30분을 안아서 재우고 나서야 침대에 눕힐 수 있었어요. 아내가 나간 지 겨우 두 시간인데, 혼자서 아기를 보려니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네요.

◇ 허둥지둥 씩씩아빠

저는 간단히 밥 먹고 젖병 씻고 세탁기를 돌린 후 잠시 쉬어볼까 하니, 다시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먹고 잠든 지 세 시간도 안되어서 배고프지는 않을 텐데 생각하며 씩씩이를 보았어요.

"응가했어요. 닦아주세요."

엉덩이 전체가 묽은 변으로 범벅이라 씻겨줘야 했어요. 항상 씩씩 엄마가 목을 받혀주고 같이 씻겨주었는데, 혼자서 하려니 난감한 상황이네요. 저는 욕조에 물을 틀고, 허둥대며 기저귀와 갈아입힐 옷을 준비했어요. 목욕을 시켜주는 동안에도 혹시나 얼굴이 물에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옷을 갈아입히면서도 서투른 손놀림에 낑낑거렸어요.

"다시 배고파요. 또 맘마 주세요."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었는데, 씩씩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수유 일지를 보니, 먹은 지 어느새 4시간이 넘었네요. 다시 먹이고 소화를 시켜주니 금세 잠이 듭니다.

혼자서 육아를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데, 잘 하는 줄 착각하고 자만하고 있었구나 반성을 하게 되는 하루였어요. 최근에 정부에서나 사회적으로 아빠 육아휴직을 권장하는데, 가능하다면 최소한 100일 정도는 같이 육아를 해야 어려움이 줄어들 것 같아요. 아빠가 육아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퇴근 후나 휴일에는 엄마가 몸조리하고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칼럼니스트 황수웅은 3살의 딸을 직접 육아하는 아빠이며, 아기 성장동영상을 제작하는 '앙글방글'의 대표입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육아를 위해 3개월의 육아휴직 후 퇴사를 하고 직접 육아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하는 육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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