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육아... "기저귀 따블, 분유 따따블 등골 휘어요"
쌍둥이 육아... "기저귀 따블, 분유 따따블 등골 휘어요"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8.03.21 19: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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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트윈스 육아일기] 그레잇한 아나바다의 정신이 살아있는 쌍둥이 육아의 현장

분유를 주문하는 날이다. 800g짜리 분유 6통 결제 금액 11만 9000원. 그마저도 가장 싸게 파는 쇼핑몰에서 카드할인을 비롯한 이런저런 할인을 받은 금액이다. 분유 6통. 얼마나 가느냐고? 아기 한명 당 하루 4~5번, 한 번에 240~260ml를 먹는 우리 집에선 정말 길어야 3주다. 기저귀도 마찬가지다. 약 50매가 들어있는 기저귀 3팩 한 박스가 약 5만 원(핫딜이나 1+1행사가 있으면 더 저렴하게, 더 많이 사는 달도 있다). 어림짐작으로 역시 2주에서 3주 사이에 모두 소진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옛날 어르신들이 “기저귀 값 벌러 일 나간다”고 했던 말이 뼈저리게 와 닿는다.

◇ 아기는 기저귀와 분유와, 내복만으로 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기는 기저귀와 분유만으로 크는 것이 아니다. 젖병을 닦을 젖병전용세제, 아기 옷을 세탁할 아기 전용 세탁세제, 아기 목욕 전용세제, 아기 전용 화장품이 늘 구비돼 있어야 한다. 개월에 따라서 젖병 젖꼭지도 바꿔줘야 하는데, 이게 또 두 개에 만 원이 넘는다. 우리집은 젖병만 아직도 10개라 젖꼭지 바꾸는 값도 만만찮다. (이런걸 보고 어른들은 “우리 땐 하이타이로 애들 옷 빨고 퐁퐁으로 애들 젖병 닦았어도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잘 컸다. 요즘 애들이 너무 유난스러운거야”라고 하시지만,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인걸). 또, 아기는 내복만으로 크는 것이 아니기에. 철 따라, 때에 따라 입히고 벗길 옷도 여러 벌 갖춰놔야 한다.

그뿐인가. 이유식을 시작하고부터는 들어가는 돈이 따따블이다. 부모는 안 먹어도 새끼들은 먹여야 하기에. 무항생제 한우, 무항생제 닭고기, 유기농 쌀과 야채를 기저귀나 분유와 비슷한 사이클로 주문해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애들이 태어나고 100일이 지나고부터는 깨어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주변 사물에 관심도 많아졌다. 눕혀놓으면 앉혀달라고 울고 앉으면 갖고 놀 것 달라고 난리다. 그때그때 애들에게 필요한 ‘국민장난감’도 필수다. 없으면? 없어도 키울 수야 있겠지만 어른들의 삶이 피폐해진다. 애들 용품으로 가득 찬 곡간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지는 한편, 채워진 곡간만큼 통장 잔고는 텅텅 비기에… 남편이 점심값으로 7000원 이상 쓰는 날엔 괜히 바가지를 긁게 된다. “지금 시국이 어느 시국인데 만 원짜리 낙지덮밥을 먹어? 5000원짜리 백반이나 먹지!”라고.

◇ 필수 육아템은 물려받고, 아기 장난감은 중고나라에서

그렇지만, 너무 졸라매고 살면 돈 버는 맛도 안 나고 살맛도 안 나는 것이 인생이라. 원래도 내일이 없이 살던 우리 부부는 아기 용품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보고 대신 여윳돈을 우리의 데이트비용과 여유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방법은 이랬다. 우선 주변에서 챙겨 준다는 육아 용품은 무조건 다 받았다. 나보다 딱 1년 전 쌍둥이를 낳은 친한 언니가 나의 임신 소식을 듣고 “너 쌍둥이라며? 우리가 쓰던 바구니 카시트랑 이런저런 육아용품 줄게. 너 아무것도 사지마”라고 했다. 신생아 옷은 깨끗해야 하니까 새 옷을 사야하고, 카시트는 안전과 연관돼 있으니 역시 새것을 사는 것이 좋다는 인터넷 카페 '맘‘들의 충고에 어떻게 해야 고민하고 있던 찰나 온 연락이었다.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카시트가 하나에 최소 20만 원이 넘더라. 우리집은 무조건 2개씩 있어야 하니 돈이 남들보다 두 세배는 더 들었다.

그러나 나보다 먼저 아기를 키워본 주변의 엄마들은 “애들 용품은 길어야 3개월을 못 넘기니 최대한 물려받고 나눠 쓰거라”라는 진리를 깨우쳐 주셨다. 선배님들의 고견만 믿고 나는 정말 출산 한 달 전까지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그리고 친한 언니는 카시트 2개를 비롯해 신생아 케어에 필요한 옷과 육아용품을 잔뜩 들고 산타클로스처럼 우리집에 왔다. 언니와 남편은 우리집에서 미숫가루 한 잔을 마시고 또 가볼 데가 있다며 쿨 하게 떠나셨다. 아주버님댁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큰조카, 작은조카가 쓰던 장난감, 책, 보행기, 아기욕조를 비롯해 내가 돈 주고 사기엔 아깝지만 하나 있으면 좋을 법할 육아템도 엄청 나게 물려받았다. 형님은 “한번 보고 쓸 것은 쓰고 버릴 것은 버려요. 너무 오래 돼서 주기도 미안하네”라고 하셨지만 형님네가 물려주신 육아템은 묵은 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잘 보관돼 있었다. 마치 조카들이 태어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연히 사귀게 된 동네 이웃에게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집은 우리와 비슷한 월령의 딸 하나를 키우는 집인데, 마찬가지로 육아템 아나바다를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간혹 여자아기들보단 남자애기들에게 어울릴법한 것들을 나눔 받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집에 와서 역시 산타클로스처럼 툭 하고 내려놓고 갔다. 아기 옷은 말 할 것도 없다. 아기들을 낳자마자 옷 선물이 정말 많이 들어왔고, 많이 물려받았다. 우리 부부가 우리 돈으로 산 아기들 옷은 지금까지 헤아려도 10만 원이 채 안될 것이다.

우리 부부가 우리 돈으로 산 아기들 옷은 지금까지 헤아려도 10만 원이 채 안될 것이다. ⓒ전아름
우리 부부가 우리 돈으로 산 아기들 옷은 지금까지 헤아려도 10만 원이 채 안될 것이다. ⓒ전아름
병원에 예방접종 하러 가던 날의 외출룩. 모자, 상의, 하의, 카시트는 모두 지인들에게 물려받은 것. 신발은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것. ⓒ전아름
병원에 예방접종 하러 가던 날의 외출룩. 모자, 상의, 하의, 카시트는 모두 지인들에게 물려받은 것. 신발은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것. ⓒ전아름

◇ 아기용품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기들 장난감은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을 이용한다. 처음에는 애들이 물고 빠는 장난감을 중고로 산다는게 찝찝했지만 열탕 가능한 것들은 열탕해서 잘 말려 쓰면 새것만큼, 아니 새것 보다 깨끗하게 쓸 수 있다. 열탕이 안 되는 것들은 구연산이나 식초를 희석한 물에 깨끗한 수건을 담가서 그 수건으로 닦고 잘 말리면 된다. 어떤 판매자는 쌍둥이 집이라고 하면 원래 사려던 물건에 양말이나 모자 같은 것을 덤으로 넣어서 보내주기도 했다. “애들 키우느라 돈 많이 들죠? 우리 애들 쓰던 건데 필요하면 쓰세요~”라는 메시지가 오면 마음이 훈훈하다 못해 후끈하다. 이것이 전우애 비슷한 감정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주변에 아기용품을 물려받을 수 있는 좋은 이웃과 가족이 있다는 것이 엄청난 복이라는 걸 이번에 느끼게 됐다. 그래서 나도 물려받은 육아템들을 잘 갖고 있다가 신생아가 있는 집에 또 잘 물려 줬다. 중고나라에서 사서 잘 쓰고, 사용시기가 지난 것들은 종종 다시 중고나라에 올리긴 하는데 에누리 해달라는 요청에는 군말 없이 무조건 해준다. 나는 집에 쌓여가는 육아용품을 적은 돈이나마 받고 팔 수 있어 좋고, 사는 사람은 꼭 필요한 것을 ‘그레잇’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좋으니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행복하다. 내가 받았던 것처럼 나도 파는 물건에 양말이나 모자 같은 것들을 덤으로 더 넣는다. “아기들은 딸꾹질을 자주해요. 그럴 때 양말이나 모자 잠깐 씌워주면 금방 나아요. 괜히 사지 말고 이거 쓰세요”라는 메시지도 함께.

소소하게 나누고 사는 이 육아의 참 현장을 ‘돈은 안 쓰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긴 김생민 오빠가 본다면 뭐라고 얘기 해 주실까? “아기는 7살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본인이 뭘 입고 컸는지 몰라요. 둘째부터는 왼손으로 키우고, 셋째부터는 발로 키웁니다(실제로 방송에서 이런 비슷한 말을 하신 것 같다)”라며 “이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그뤠잇, 육아는 나눔이다 그뤠잇 드립니다”라고 하지 않을까?

덧 : 아기들 이유식 재료는 생협매장을 이용한다. 가입만 하면 화학물질 걱정 없이 안전한 먹거리를 대형매장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인터넷 몰에서 주문하면 일주일 내로 집에 도착하니 언제나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그레잇이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없는 장난감은 용산구 장난감도서관에서 대여한다. 월령별 필요한 장난감들이 잘 갖춰져 있다.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육아하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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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g**** 2018-03-22 10:29:43
ㅎㅎㅎ 공감하는 31개월 7개월 아기 엄마에여 근데 요즘 오염 과 아토피 때문인지 넘 요란한 육아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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