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바탕 했군...' 아내와 아이가 냉랭할 때 아빠는?
'또 한바탕 했군...' 아내와 아이가 냉랭할 때 아빠는?
  • 칼럼니스트 김혜준
  • 승인 2018.04.02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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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의 Fathering Tips] 아빠들의 고충

간혹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집안 분위기가 '쎄~' 할 때가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 중간에서 누구 편을 들어주기도 힘든 입장에서 눈치를 봐야 할 때면 기분이 급 우울해집니다.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가정내 냉랭한 분위기도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가정내 냉랭한 분위기도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미세먼지로 호흡이 불편한 요사이... 집안 공기가 '쎄~' 할 때 아빠는 숨쉬기가 버겁지요. 아무리 값비싼 공기청정기가 있어도 소용없습니다. 아내의 속상한 마음과 아이의 억울한 울음이 온 집안 바닥과 벽에 튀어 있는 상황에서 아빠의 처신이란 참 쉽지 않죠. 

이런 경우 당신의 남편은, 아이 아빠는 어떻게 행동하나요?

상황에 적극 개입해서 갈등을 풀어보려고 애쓰시나요?(중재형) 아니면 짐짓 모른 체하면서 억지로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나요?(외면형) 혹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 자체에 화를 내면서 분위기가 더 어둡게 만들지는 않습니까?(억압형) 상황에 따라 이런 행동들이 왔다갔다 하나요?(갈팡질팡형)

남편이 아이 아빠가 갈팡질팡형이라고 한숨 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실은 거의 모든 아빠들이 그럴 테니 말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란 변화무쌍하고 일관성도 부족한 존재이죠. 더욱이 오늘날 아빠들은 예외없이 아빠역할에 ‘혼란’을 겪고 있답니다.

모든 상황과 모든 사람에게 꼭 들어맞는 정답이란 없겠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선배 아빠로서 많은 아빠들의 고충을 접해온 아버지교육 전문가로서 제가 제시하는 처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외면’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냉랭한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마음에 공감하는 과정이 없이 삐에로처럼 행동하면서 유쾌한 상황을 억지로 만들려고 하면 역효과와 부작용이 생깁니다. 마치 갈등상황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때, 아이에게 아빠란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함께 나누는 존재가 아니라 뭔가 의례적인 그래서 겉도는 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라는 의식을 심어줄 위험도 있으니까요. 이때 중요한 건 지시하고 바로잡으려는 방식의 개입이 아니라 갈등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싶은 마음에 성급하게 치킨파티를 벌일 게 아니라... 아내와 아이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우선돼야 합니다. 아빠는 가뜩이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기 쉬운 만큼, 비록 갈등상황일지라도 그것을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둘째, ‘긍정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임합시다

아내와 아이의 다툼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엄마와 아이의 갈등상황이 아빠의 존재감을 드러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어이구 또 골치아픈 일 생겼구나. 정말 스트레스 받네’라고 할 게 아니라 ‘아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구나’, ‘아내에게 점수 딸 좋은 기회가 생겼다’, ‘아이와 친근하게 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는 식의 발상이 필요합니다. 아빠가 이렇게 생각할 때 밝고 희망적인 아빠의 긍정적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습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루면서 다 말라버렸을 사랑스럽고 애틋한 감정을 아내와 아이에게 재충전시켜 주려면 아빠 자신부터 긍정적 에너지가 충만해 있어야 하니까요. 최악의 경우는 긍정적 에너지가 아니라 아내와 아이에게 화를 내면서 부정적 에너지를 내뿜는 것이겠지요.

셋째, 아내와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게 핵심’입니다

우선 아내의 마음과 생각을 경청하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지레짐작은 금물이고 성급하게 캐묻는 방식도 득보다 실이 큽니다. 차분하게 아내의 답답한 심정을 들어주되, 판단과 조언은 접어두고 아내의 감정을 충분히 어루만져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내는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자기가 왜 그랬는지 그 과정에서 뭐가 잘못됐는지 누구보다 잘 파악합니다. 그러니 그냥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되겠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아이의 억울한 마음을 들어줄 차례입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의 감정과 느낌을 잘 알아봅니다. 그리고 아빠의 비슷한 경험과 느낌을 떠올려서 아이에게 들려주면 더욱 좋겠습니다.

중재 역할은 아내와 아이 모두에게 남편은 아빠는 내편이라는 신뢰가 생겨야만 어찌 해볼 가능성이 생긴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 일단 아내와 아이의 마음을 잘 보듬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요. 이때 중재한답시고 아이 앞에서 아내의 행동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비록 아내의 판단과 행동에 문제가 있어 보이더라도 일단은 아내의 권위를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만일 아내의 생각과 행동에 보태고 싶은 의견이 있을 때에는 그날 말고 아내의 컨디션이 좋아서 의논이 될만한 때를 골라서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이거 참 어렵습니다. 특히 아이 교육에 관한 서로 다른 생각에서 비롯되는 의견차이가 있다면 더더욱 어려울 테고요. (부부의 서로 다른 인생관과 교육관에서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넷째, 서두르지 말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십시오

연애를 오래 했다고, 돈이 많다고, 많이 배웠다고 해서 남편과 아빠 그리고 가장 역할을 잘 하는 건 아니더군요. 아빠노릇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책도 보고 교육도 받고 선후배에게 조언도 구해야 합니다. 그냥 하다보니 그럭저럭 되더라는 아빠노릇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공짜 점심도 없다는데 하물며 아빠노릇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칼럼니스트 김혜준은 2012년부터 아빠들의 일가정균형을 돕는 저술과 교육 및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단법인 '함께하는아버지들'(www.fathers.or.kr)의 대표이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분과위원을 맡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부모교육 매뉴얼 제10권(아버지)'을 책임 집필했고, '부모3.0 – 육아살롱 in 영화' 외 2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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