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새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거운데 아직도 명확한 정답이 있지 않아 혼란스럽습니다. 어린 나이에 학원을 보내자니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지 염려가 되면서도 영어교육에 열성적인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을 볼 때마다 제 아이가 뒤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집니다. 어느 시기가 아이에게 가장 적합할까요?
A. 아동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스스로 가장 많이 고민했고 또 자주 질문 받았던 질문입니다. 사실 많은 학설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저 또한 명쾌한 답을 갖고 있지 않지만 경험을 토대로 우선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만 6~7세를 추천 드립니다.
Reason 1.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가 다가올 쯤이면 아이들은 자신의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합니다. 언어는 단순 의사소통의 매개체가 아닌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으며 한 사람의 정체성(identity)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모국어를 완벽히 터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특히 영어권 국가가 아닌 한국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Reason 2. 'Porch'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쉬운 난이도의 단어이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라면 어려울 것입니다. 'Porch'는 외국 영화에서 흔히 보는 주택의 현관을 말합니다.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고 사실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이렇듯,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이 있습니다. 과외를 할 때면 아이들과 단어를 공부하곤 하는데 이러한 단어를 접할 때마다 (사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많이 힘들어하고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곤 합니다.
Reason 3.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에 따르면 구체적 조작기(만 7~11세)부터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은 8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이는 영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취학 전에도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수학 연산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아직 아이들의 뇌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Reason 4. 성인이 됐을 때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의 장점은 우리는 이미 공부를 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하는지 대체적으로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지구력이 있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쉽게 삼천포로 빠지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집중하면서 몇 십분 동안 앉아있는 것보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것이 당연한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가 수년간 학습해서 얻은 능력을 똑같이 발휘하길 원한다면 이것은 어른들의 욕심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어를 공부시키는 것이 좋을까요? TESOL과정을 이수하고 저 또한 끊임없이 영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관심사를 통한 자연스러운 접근을 추천해드립니다. 예를 들어, 책을 좋아하는 아이의 경우 엄마와 함께 그림이 많은 영어 책을 읽고 읽은 책을 바탕으로 가상 인상 깊었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기 등의 짧은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노래를 좋아한다면 아이와 영어로 노래를 부르며 같이 춤을 출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활동이든 아이들이 영어를 즐겁게 접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공부가 아닌 놀이가 될 것입니다(실제로 가장 큰 효과를 본 방법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연수는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 심리학 학위를 받았습니다. YL-TESOL 과정을 이수하고 MCI마인드케어센터에서 영어튜터로 활동하며 ADHD, 자폐 등의 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영어로 학습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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