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많이 먹는다고 키가 크나요?
[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아이의 성장 스트레스 줄이기
회사에 있는 저에게 아내가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오늘 의선이 어린이집 안 보냈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의선이가 어디 아픈 거야?”라고 물었더니 아내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더군요. 내용인즉, 아침 등원 준비하면서 아침을 먹이는데 아이가 신통치 않게 먹는 모습에 엄청 화를 내고 그 벌로 어린이집을 안 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딸들은 어릴 때부터 밥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 좋게 시작한 식사 시간이 결국에는 엄마의 잔소리로 끝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빠의 입장에서는 왜 그렇게 아이들의 밥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어릴 때 동네에서 소문 날 정도로 밥을 안 먹는 아이였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키가 작으셨던 아버지를 닮을까봐 어릴 때부터 유독 제가 밥 먹는 거에 신경을 쓰셨습니다. 오죽하면 저의 어머니 소원이 “우리 아들 밥 잘 먹는 거!”라고 하셨겠습니까.
그랬던 저도 직접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생각만큼 행동이 뒤따르지는 못했습니다. 직접 요리를 하고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다 보니까 어느새 저도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음식을 남기면 아깝기도 하고 정성껏 만든 저의 노력을 생각하니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씨름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밥을 강요할수록 식사시간은 오히려 아이와 저 모두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대화가 사라지고 오직 잔소리하는 저만 있었습니다. 과거에 이해하지 못했던 아내의 행동을 제가 그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식구라는 단어는 먹을 식, 입 구의 한자어로 같이 밥을 먹는 사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식사 자리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의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떠들거나 밥을 조금 남기면 어떻습니까? 우리 그냥 밥만 같이 먹는 사이가 아닌 가족이잖아요.
그 후부터는 조금 달라지기로 했습니다. 다른 집안일도 충분히 힘든데 아이들 밥 먹이는 것까지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더욱 악순환에 빠지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식사시간은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주고 덜 받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더 빨리, 더 많이 먹는 걸 강요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의 식사량도 조금 모자라게 주고 부족하다고 하면 더 주는 식으로 바꿨습니다. 밥 먹는 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식사시간을 자유롭게 밥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바꿨습니다.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스트레스도 줄고 오히려 가족애가 더 깊어지게 됐습니다.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아이들의 속마음도 더 잘 알게 됐고요.
아이들이 스스로 밥을 잘 먹으면 부모로서는 육아의 큰 걱정거리 하나는 덜게 됩니다. 하지만 식욕이 뛰어난 아이도 있고 어릴 때부터 소위 뱃골이 작아서 밥을 빨리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밥에 신경 쓰는 이유도 결국에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키라는 게 밥만 잘 먹는다고 크나요? 기본적으로 유전적인 영향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키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전적인 영향을 제외하고 아이들의 키를 크게 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균형 잡힌 식사, 둘째는 규칙적인 운동, 셋째는 충분한 수면입니다. 이 세 가지 중에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고루고루 채워져야 아이의 성장이 발달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머지 두 가지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오직 밥으로만 아이들을 키우려고 하지 않나요?
정말 아이의 키를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면 식사뿐만 아니라 충분한 운동과 수면도 필요합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밥만 많이 먹으니까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소아 비만도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습니다. 비만은 아이의 키를 크지 않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키고 크고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또 하나의 양육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식사시간마다 아이들 밥 먹이는 전쟁을 굳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먹이는 부모도 힘들지만 그걸 억지로 꾸역꾸역 먹는 아이들도 힘드니까요.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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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2018.04.26 17:58
정말 ㅠㅠㅠㅠ 제마음같지않네요흐허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