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하루, 기록으로 남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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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아이는 체육수업을 못해서 화가 났다

[일하는 엄마의 눈으로] 통일시대를 살아갈 딸들아, ‘열차 타고 유라시아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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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성남시가 주최한 어린이 통일포스터 대회에서 화제가 됐던 그림이 있었다.

“포스터 그리기 지겹다. 통일해라!”

사실 통일이 된다면 그 사회를 살아나갈 주역들은 전쟁과 이산의 아픔이 있는 우리 부모 세대도 아니고, 통일운동을 해온 우리들 세대도 아닌 바로 이 아이들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언제 통일교육을 제대로 받아나 봤을까? 기껏해야 포스터 그리기나 연례행사로 하라하니 저런 ‘웃픈’ 포스터까지 등장했을 터.

4월 27일 아침, 예정된 정상회담을 기다리며 들떠 있던 나는 이런 생각이 난 김에 조금 적극적으로 움직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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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건의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일이 있는 날이네요. 아이들도 그 장면을 볼 수 있도록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시면 하는 부탁 말씀 드립니다.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 되지 않을까요.“

괜한 ‘교권침해’로 보일 수 있을 듯 해, 최대한 수식어를 동원해 두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모두 다 흔쾌히 “예!”

둘째아이의 담임교사는 “안그래도 (정상회담) 일정 보면서 언제 보여주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해볼게요”라는 답변까지 달아서 기분이 좋아 큰 아이에게 자랑을 하려고 방문을 열었다.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해볼게요”라는 답변까지 달아서 보내준 아이들 담임선생님. ⓒ엄미야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해볼게요”라는 답변까지 달아서 보내준 아이들 담임선생님. ⓒ엄미야

“엄마가 선생님한테 문자 보냈다!”

그런데 대반전. 아이 반응이 심상치 않다.

“혹시 엄마, 정상회담 보여주라고 문자 보냈어?”

순간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응” 하니, 아이가 한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왜!!!! 왜 그랬어!!!! 엄마 때문에 망했어”라는게 아닌가. 순간 사태를 직감한 나, "왜, 혹시 체육 있니?“

“그래! 체육 있단 말이야~!”

이런. 미안하구나. 엄마가 너에게 체육시간이 엄마에게 남북정상회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네. 그래도 말이다.

“체육은 다음에도 할 수 있지만, 오늘 정상회담은 다시 오지 않을 일인데, 나중에 역사책에 나올 일인데, 엄마한테 고마워하게 될 것이야.”

씩씩거리면 등교한 딸에게 카톡으로 문자가 왔다. “엄마 때문에 나 체육 안하고 있어.”

저녁에 우리 아이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한껏 격앙된 엄마의 정상회담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이 주로 하는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북한은 나쁘다고 들었는데, 김정은은 착한 사람이야?”(둘째)

“김정은은 살을 좀 빼야겠다. 말할 때 힘들어 보여.”(첫째)

“부인은 예쁘네.”(첫째)

“경호원들, 대박~ 멋있다!”(첫째)

“북한은 말투가 왜 저래?”(둘째)

“언니는 좋겠다. 북한(금강산) 가봐서. 나도 가보고 싶다.”(둘째)

(정작 언니는 어려서 기억 못함)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첫째가 혼자 키득거리고 웃는다.

“엄마, 김정은 뒷모습이 웃고 있어.”

"엄마, 김정은 뒷모습이 웃고 있어." 아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뒷목을 보고 말했다. ⓒ청와대
"엄마, 김정은 뒷모습이 웃고 있어." 아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뒷목을 보고 말했다. ⓒ청와대

이런, 뒷 목부분이 접힌 모습을 보고 아마 아이는 그 모습이 웃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 머리에 뿔 달린 지도자, 은둔생활의 북한 지도자가 아닌 ‘뒷모습도 웃고 있는’ 북한의 지도자. 아! 아이에게 이날의 기억은 ‘뒷모습이 웃고 있는 북한 지도자’라는 유쾌한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겠구나.

순간, 밥상머리의 엄마의 길고 긴 ‘통일에 대한 훈시’는 아무런 필요가 없는 듯 보였다. 아, 그래. 아이들 세대에 통일은 그저 선입견 없이 보고 느끼는 세상, 바로 그런 것이겠구나. 실제로 통일시대를 살아나갈 아이들에게 스스로 보고 느끼게 해주는 것, 그저 그것이 우리 부모세대들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렇다면, 판문점이 열리고, 통일열차가 놓여지면, 우리 그 열차를 타고, 북으로, 유라시아로 우리, 마음껏 다녀보자꾸나. 새로운 통일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아, 엄마가 축하한다.

*칼럼니스트 엄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의 엄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노동자 남편의 아내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교육 추종자이며, 꿈이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따뜻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민주노총 성평등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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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야2018.06.21 13:14

    어릴적 교육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

  • 정***)2018.05.05 07:26

    언젠가 아이들이 역사적인 순간을 보았노라 기억하겠죠 저희 아이도 초등 유아라 아직 잘 이해하긴 어렵지만 어린이집에서 학교에서 영상을 보고 집에와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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