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기가 태어난 지 90일이 지났습니다. 아기에게 모유가 좋다고 해서 완모를 하고 싶었지만 젖양이 부족해 혼합수유를 하고 있습니다. 모유를 먹이고 먹고 나서도 배고파하면 분유로 보충을 했었고요. 밤에 잘 때는 분유를 먹어야 수유간격이 길어져서 분유를 먹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젖병을 주면 자지러지게 웁니다. 배가 고픈 것 같은데 먹지도 않고 심지어 뱉어내요. 특히 밤에 충분히 먹지 못하니 잠을 길게 자지 못해 너무 힘들어요. 한참 자라야 할 아이가 먹는 양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젖병거부가 와서 배고픈데도 안 먹고 울면 엄마들은 너무 속상하고 어쩔 줄 모르게 되죠. 그럴 때 많이 하시는 방법이 분유나 젖병을 바꿔보는 것인데 이것은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아기가 인지가 발달하면서 엄마젖과 젖병을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젖꼭지 혼동이라면서 모유를 끊으시는 분들도 있는데 젖병거부 때문에 모유를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을 정해두고 일관성 있게 수유를 시도하면 배가 고픈 아기는 먹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엄마는 속이 타고 아기가 제대로 크지 못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점차 적응해나가면 다시 혼합수유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 젖병과 친해지게 해주세요
분유를 주면 젖병을 밀어내고 싫어하는 때에 억지로 계속 밀어 넣으면 역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때는 젖병을 빼시고 분유는 한 시간이 지나면 버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기가 기분 좋게 놀 때 젖병을 보여주고 빠는 시늉을 하며 아기에게 보여줍니다. 즐거운 경험과 젖병을 연합시키는 겁니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와 음식을 연합시켰던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구강기의 아기들은 입에 들어오는 것은 빨아서 탐색합니다. 놀고 있을 때에 빈 젖병을 입에 넣어 빨아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요즘은 젖병거부 아이를 위한 젖병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 것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젖병거부의 원인은 모유를 선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시도하는 젖꼭지나 분유를 이것저것 바꿔보는 것은 원인에 근거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시도해야 합니다
아기가 원래 먹던 수유간격에 맞춰 수유시간을 정합니다. 3시간 간격이라면 12시, 3시, 6시, 9시... 이렇게 되겠죠. 이 시간이 되면 원래 먹던 양의 분유를 타서 수유를 시도합니다. 젖병거부 중인 아기는 먹지 않고 밀어내겠죠. 그러면 과감히 분유를 버립니다. 그럼 한 시간쯤 뒤에 아기가 배가 고파서 보채게 되겠지요. 그때 다시 수유를 시도하지 않고 놀아주거나 안아서 달래면서 다음 수유시간이 되길 기다립니다. 그리고 세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시도합니다. 그러면 처음엔 안 먹던 아기도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먹기 시작합니다. 물론 다 먹지는 않겠지만 배가 고파지면 점점 먹기 시작합니다. 아기가 굶다가 탈진될까봐 걱정되시겠지만 아기도 너무 힘들면 본능적으로 먹습니다.
◇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세요
저도 혼합수유로 인한 젖병거부를 경험해봐서 얼마나 마음이 타는지 잘 압니다. 하지만 마음을 편히 갖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중엔 아기한테 “먹기 싫어? 그래도 배고프니까 조금만 먹자”라고 말도 건네면서 시도했었네요. 저희 아이는 일주일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잘 견디면 이후에 1회 수유양이 늘면서 수유간격도 더 길어지니 아이가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조급한 마음은 버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시간이 지나니 모유도 분유도 다시 잘 먹어주더라고요. 젖병거부를 극복한다고 스파르타식으로 마냥 굶기기도 하는데 그것도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천천히 젖병과 친해질 시간을 주는 것도 충분히 효과가 있으니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며 극복하시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칼럼니스트 윤나라는 두 딸을 키우며 많은 것을 배워가는 워킹맘입니다. 사랑 넘치는 육아로 슈퍼맘, 슈퍼대디가 되고 싶지만 마음같지 않을 때가 많은 부모님들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민하고자 합니다. 한국통합예술치료개발원 교육현장개발부 선임연구원이자 국제공인행동분석가(BCBA)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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