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영유아 시기는 가르쳐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뛰어놀고 놀이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접촉하고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듣고 상상해 이해하는 그런 시기다.”
이병민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교수가 9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세미나실에서 ‘조기 영어교육,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번 강의는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마련한 영유아 자녀 부모를 위한 특별강좌 ‘어서와, 육아는 처음이지’의 세 번째 시간이었다. 두 번째 강의는 지난 2일 열렸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이 교수는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서 영유아 영어 조기 교육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학자다. 이날 강의에서도 이 교수는 "영유아 시기는 무언가 가르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본능으로 배우는 시기"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 "언어 배우는 결정적 시기? 가설에 불과할 뿐"
이 교수는 “흔히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연구가 여럿 있지만 가설에 불과할 뿐 명확하게 검증된 바 없다. 사람의 언어능력은 그 언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환경이 두루 갖춰져야 효율적인 언어습득이 이뤄질 수 있다. 이성적 판단이 아닌,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영유아 시기부터 조기 교육을 한다고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언어를 배운다는 게 단순하지 않다. 영유아에게 ‘Monday는 월요일이야. Tuesday는 화요일이야’라고 가르쳐봐야 아이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영유아 시기는 그냥 엄마하고 이것저것 소통하면서 배우는 시기일 뿐, 엄마가 아무리 아이에게 공부시켜봐야 영유아 시기 때 영어 조기 교육은 사실상 배우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영유아 시기에 영어 조기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엄마가 곁에서 하루 종일 돌봐주고 놀아준다. 아이는 그런 자연스런 일상 속에서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밟아간다. 그러나 이 상황에 영어를 대입해보면, 우선 모국어를 익힐 때와 같은 상황을 만들 수 없다.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으니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조기 영어교육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말을 가르쳐주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어릴 때 조기 영어교육을 하는 게 안하는 것보다 나을 순 있지만 부모들의 일반적인 기대보다 효과는 낮다. 왜냐하면 영유아는 의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말하는 걸 이해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영어학원 보내고 싶다면 보내라... 하지만 별 효과 없을 것"
이 교수는 영유아 시기 언어습득은 외우게 해서 습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해 나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영유아 시기는 엄마가 가르쳐서 언어를 습득할 수가 없다. 생활 속에서 뛰어놀고 놀이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접촉하고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듣고 상상해 이해하는 그런 시기다. 그 속에 언어는 무의식적으로 아이와의 소통의 도구로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영유아는 모든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 아이는 소통의 필요성이 있을 때 두 언어 아니면 그 이상의 언어를 동시에 습득하지만 그럴 필요성이 없어지면 곧바로 한 언어로 회귀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자녀를 영어 학원에 굳이 보내고 싶으면 보내라. 하지만 명심할 것은 어린 아이들은 언어를 인위적으로 가르쳐준다고 배우는 게 아니다. 이 시기 아이는 의식적으로 학습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가르쳐봐야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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