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키우고 있어요" 당당한 싱글맘 커밍아웃
"저 혼자 키우고 있어요" 당당한 싱글맘 커밍아웃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8.05.1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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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아이를 지키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

“카톡 프로필  딸이예요? 넘 이쁘다~”

“네, 사진 보셨어요? 이쁘죠? 저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혼자 키우세요?”

“네~! 한부모입니다.”

“정말요? 대단하시네요~ 아이 아빠는요?”

“아이 아빠는 다른 가정을 만들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딸 아이랑 잘 먹고 잘 살아야죠!”

며칠전 우연히 알게 된 교수님과의 대화 내용이다.

그냥 흘리듯이 인사차 얘기한 카톡 프로필 사진이 한부모 가정이라는 커밍아웃을 어설프게 하고 나서는, 서로에게 더 편안(?)하면서 왠지 모를 측은함과 대견함이 깃든 표정의 대화들이 오고 가며 서로의 대화에 선입견 없이 더 진솔하고 아름다운(?) 긴 대화가 그뒤로 더 이어졌으니 말이다.

'하... 나란 여자 정말 많이 치유됐구나.'

그 누구도 한부모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대답하는 당당함을 넘어 당돌함까지 깃든 뉘앙스가 제법 내 스스로 대견해 보이기까지 말이다.

별거 기간을 통 틀어 이혼을 하는 시간까지 총 7년이라는 시간동안 제대로 결혼다운 생활을 한 적이 없었고, 7년이라는 시간동안 꼬박 가득 채워도 1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 결혼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 시간, 끝임없이 기다려온 아이 아빠!

그 긴 시간동안 다른가정을 만든지도 모르채 나를 속인 4년이라는 시간동안 누군가 나에게 ‘아이 아빠는요’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아 미국에 있습니다’라고 얘기를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벌써 왜 그딴 질문을 하는거야? 날 무시하는거니? 왜? 내가 이혼이라고 한 사람처럼 보여서 넘겨짚으면서 떠보는거야?' 자격지심에 열등감에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있던 나에게 누군가 인사치레로 물어보던 아이 아빠에 대한 존재의 이유와 질문들은 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그날 하루는 그 질문으로 우울증에 난폭증에 신경질까지 모든 더러운 감정을 끄집어 와서 최대한 트러블 메이커로 온 집을 누비고 다녔는데...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내딴에는 최선을 다해서 참고 기다리고 있으니 이 정도 감정표현은 해도 된다고 뻔뻔하게 생각했다.

그것이 나는 지금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희생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으니 이 정도쯤은 주변에서 당연히 받아주고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오만덩어리였던 내가 이제는 우리 가정의 현실(?)을 날마다 커밍아웃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딸은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니 더 바르고 씩씩하게 사는 한부모 가정의 롤모델이 되겠어요'라며 희망찬 비전으로 하루 하루를 살고 있으니 말이다.

이혼이 자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창피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이비뉴스
이혼이 자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창피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이비뉴스

‘한부모’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우리 회사 동료들!

결혼도 하지 않은 나의 회사 동료들은 처음 나의 한부모 커밍아웃에 살짝(?) 당황한 기세로 우리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너 혼자 한부모 커밍아웃을 하면 우리는 어찌 받아드려야 하느냐, 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제는 동료들 모두가 우리 사랑이를 함께 걱정해주며 또 얼떨결에 또 세트 묶음(?) 같은 삼촌들과 이모들의 생겨 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 딸아이를 보면서 그저 감사하고 고마운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제는 그들의 눈빛에 열심히 살라고 하는 위로를 넘어 응원까지는 해주는 정도가 됐으니 제법 이 회사에서 욕먹을 정도로 하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심 뿌듯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처음에 내가 한부모라는걸 얘기하면 사람들이 나를 인내심이 없는 여자. 혹은 드센 여자 혹은 실패한 사람으로 볼까 그 시선조차 두려워 그 시선에서 회피하고자 사람도 만나질 않았고, 아이 아빠의 얘기라도 나오면 오늘은 어떤 거짓말로 넘어가야하나 싶을정도록 예민덩어리였다.

그렇게 집을 나간 남편을 기다린 끝에 이혼이라는 결론이 너무도 억울했었지만, 이제는 너도 그리 가정을 만들어서 잘살고 있으니 나도 내 딸과 더 잘살아보겠다 라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어 제법 내 마음도 건강해진듯 싶었다. 그 이유의 시작이 어찌됐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서 하루하루 살아낸다면 편견이 깃든 차가운 시선 속에서 굳건히 살아내는 내 모습을 나의 주변 사람들은 언젠가 인정해주는 날이 올거라고 나는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집에서도 이제는 속썩이는 딸에서 그래도 아이랑 살겠다고 아둥바둥 하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기특한지 이제는 악착같이 살아가는 딸로서 나를 바라봐주는 든든한 지원까지 해주는 친정식구들.

이 날이 오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마음 고생과 눈물을 흘렸는지 이혼해 본 사람만 안다고 해야 할까, 라고 뻔뻔하게 말할 정도로 건강한 마음까지 생긴 것이 마냥 신기하고 감사할 뿐이다.

사람들이 물어보진 않는다. 얼굴은 너무 궁금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이지만, 예의상 상처를 건드릴 수 없으니 '왜, 이혼했냐고' 물어보질 못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볼 때면 내가 먼저 그들의 마음을 긁어 주듯 농을 던지듯이 얘기한다.

‘남편이 바람을 펴서 이혼했구요, 이 방법 저 방법 다 해봤는데 결국 마지막 하나 남은 방법이 최고의 용기와 나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지혜로운 선택이 이혼이었습니다’라고 얘기를 하면 누가 알까? 이 속내를 싶다가도 부부라며 모두가 겪어 봤을 감정이기게 더 쉽게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새로 알게 되는 관계 속의 사람들에게 ‘싱글맘 커밍아웃’을 한다. 매번 살짝 놀라지만 놀란 표정을 짓지 말아줘야하지 하는 그들의 배려섞인 표정을 보는 것이 이제는 제법 즐겁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혼이 자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창피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나름 환경 안에서의 결정이 이혼이었지만 어쩌면 이 결정이 나를 더 성숙하게 단련시켰고 이혼에 실패한 환경 속에서도 계속 건강한 방법과 선택을 수정해가면서 나가는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싶다. 나처럼 아이를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이 길을 선택한 모든 분들의 용기가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건강한 싱글맘 커밍아웃이 계속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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