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스마트폰과 부모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이에게 스마트폰과 부모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5.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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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자녀와 좋은 관계 속에 자녀가 성공하는 DNA가 있다

미국의 링컨 대학에서 5만여 명의 아이들에게 ‘아빠와 TV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를 물었다. 결과는 68%의 아이들이 아빠 대신에 TV를 선택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아빠와 스마트폰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고 질문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몇 퍼센트가 스마트폰 대신에 아빠를 선택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연구기관에서 아빠들에게 질문하기를 ‘당신 자녀가 고민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아빠인 당신을 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50.8%의 아빠들이 ‘우리 아이가 아빠인 자신을 찾아 올 것이다’라고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그러나 실상은 아빠의 바람과는 차이가 크다. 동일한 질문을 자녀들에게 했을 때, 자녀들은 단 4%만이 자신이 문제가 생겨 누군가를 찾아야한다면 아빠를 찾겠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고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상담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4%에 해당하는 부모인가를 점검해보자. 내가 4%에 포함되는 부모인지를 확인하는 하나의 방법이 있다.

우리 아이의 학교 친구 이름 다섯 명을 지금 즉시 말해 보라. 자녀의 학교 친구 이름 다섯 명이 어렵지 않게 입으로 나온다면 당신은 4%에 포함되는 부모이다. 자녀 친구의 이름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자녀로부터 학교생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녀로부터 듣지 않고 어떻게 자녀의 학교 친구 이름을 알 수 있겠는가? 지금 듣고 있지 못하다면 자녀가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부모를 찾지 않을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만큼도 아이들에게 중요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은 부모로서 매우 속상한 일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대부분의 필요를 채워주고 걱정해주고 돕고 있음에도 아이들에게는 영향력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호동 씨는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아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른바 ‘뽀통령 신드롬’을 만들어낸 방송인터뷰이다.(2011년 4월 17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봄철 최고의 밥상’을 주제로 한 경남 남해편 방송 중)

PD : 강호동 씨는 집에서 두 살 아들하고 자신이 나온 프로그램을 자주 보시나요?

강호동 : 그 애는 지금 아빠고 뭐고 모릅니다. 뽀로로에 미쳐가지고... 상대가 안됩니다. 상대가 안돼요. 아빠가 나오는 프로그램 보자고 하면 혼납니다. 우리 가정에서 뽀로로는 대통령입니다. 방귀대장 뿡뿡이는 국무총리쯤 됩니다. 아들이 뽀로로 보고 있을 때, 아빠 나오는 것 보자고 다른 방송 틀면 난리가 난다. 절대로 채널 고정이다.

PD : 진짜? 뽀통령, 뿡총리네요.

강호동 :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이나 공공장소에 갔을 때,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떠들고 하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니까 신경이 쓰이잖아요. 뽀로로로 다 정리합니다. 막 울며 보채다가도 스마트폰으로 뽀로로 눈에 딱 비춰주면 울음을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서 스마트폰을 바라봅니다. 가끔 아들이 그러는 것을 보면 질투가 나기도 합니다.

아이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으로 뽀로로를 볼 때, 우리는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집중하고 있다고 기특하게 생각하며 칭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밥을 차려 놓고 엄마가 아이를 불러보자.

“아들! 이제 TV 그만 끄고 와서 밥을 먹자.”

아이는 “네” 하고 벌떡 일어나 달려오지 않는다. 엄마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가 단지 ‘뽀로로’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이는 지금 부모의 음성을 무시하고, 흘려듣고 있는 중이다. 부모의 말이 더 이상 어린 자녀에게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이 TV에 빠져있는 동안 부모의 말은 더 이상 어린 자녀에게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권장희
아이들이 TV에 빠져있는 동안 부모의 말은 더 이상 어린 자녀에게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권장희

몇 번 불러도 반응이 없으면 엄마는 아이에게 다가가 리모콘으로 TV를 끄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오늘은 TV 많이 봤으니까 이제 밥 먹자! 내일 또 보여줄게."

그러면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뒤집어진다. 아이는 단지 TV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음성을 무시하고 거역하고 있다. 텔레비전의 영향력에 사로잡혀 부모의 말의 영향력이 아이에게 미치지 않고 있다.

TV에만 집중하는 아이는 TV를 끄는 순간 소리를 지르며 뒤집어진다. ⓒ권장희
TV에만 집중하는 아이는 TV를 끄는 순간 소리를 지르며 뒤집어진다. ⓒ권장희

세월이 흘러 10년이 지나 세 살이었던 아이는 이제 13살이 된다. 그는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 엄마가 주방에서 일을 하시다 심부름 시킬 일이 생겨 아이를 부른다. 아이는 하던 게임을 멈춰 놓고 엄마에게 달려 나와 “엄마 저 부르셨어요”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게임만 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자녀에게 무엇을 시켜보라. 대답은 ‘응, 응’ 하겠지만, 엉덩이는 떼지 않는다. 그러면 엄마는 똑같은 말을 다섯 번, 여섯 번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다섯 번째 말할 때도 첫 번째 말할 때처럼 평상심을 가지고 부드러운 음성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엄마의 입에서 온갖 악한 말들이 아이에게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러한 일상이 가정에서 빈번히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그림으로 표현하는 엄마의 이미지는 충격적이다. 한 친구는 무서운 이야기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렸는데, 내용은 ‘컴퓨터 하고 있는데, 거울 반대편에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이다.

초등학생이 그림으로 표현한 엄아의 이미지. ⓒ권장희
초등학생이 그림으로 표현한 엄아의 이미지. ⓒ권장희

요즘 초등학생에게 엄마가 나타나시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한 친구는 게임하다가 엄마에게 야단맞는 그림을 그렸는데, 엄마의 형상을 바퀴벌레로 표현했다. 엄마를 사나운 조폭으로 그리는 아이들도 있고, 심지어는 엄마 목을 칼로 참수하는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도 있다. 엄마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그들의 마음 안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엄마의 형상을 바퀴벌레로 표현한 초등학생 그림. ⓒ권장희
엄마의 형상을 바퀴벌레로 표현한 초등학생 그림. ⓒ권장희

‘사랑과 신뢰, 순종과 존중’ 이것이 우리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관계의 핵심 가치로 살아 있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신뢰하며, 자녀는 부모를 존중하고 순종하는 좋은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부모의 영향력이 자녀에게 머무르기 위해 우리 가정에 바로 이 네 가지 핵심가치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

요즘 많은 부모들이 자녀 키우기 힘들다고 말한다. 중고등학교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물론이고, 초등학교나 심지어는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자식 키우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 자녀가 부모를 존중함으로 말을 잘 듣고 따르고 있다면 자녀를 키우는 것이 무엇이 힘들겠는가? 

이것이 부모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선생님들도 그래서 힘이 든다. 가정에서 부모를 순종하고 존중하지 않는 아이가 어떻게 교실에서 선생님을 존중하고, 순종하겠는가? 많은 아이들이 교실에는 앉아 있지만, 선생님의 영향력 밖에서 살고 있다.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집중해 듣는 아이를 교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선생님의 말씀을 집중해 듣는다는 것은 지금 선생님으로부터 모든 좋은 것들이 그 학생에게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수도관에서는 물이 흐르고, 송유관에서는 석유가 흐르는 것처럼 어른세대의 좋은 것들은 자녀세대와의 좋은 관계라는 통로를 통해 흘러간다. 이것을 ‘관계의 법칙’이라고 한다.

관계의 법칙은 다르게 표현하면 ‘사람의 마음을 끌어오는 능력’이다. 지금 교실에서 이 능력이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끌어오는 능력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좋은 관계 속에서 맺어지는 것인데, 부모의 자리를 TV, 컴퓨터, 스마트폰이 차지하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깨졌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영어를 잘하고, 수학도 잘하지만, 선생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다. 실력 있는 아이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 취직은 하겠지만, 교실에서 선생님을 무시하듯이 직장에서 상사의 말을 무시한다면 그는 성공하는 인생이 될 수 없다. 결혼은 하겠지만, 교실에서 선생님의 말을 업신여기듯이 배우자의 말을 우습게 여긴다면 어떻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 부모님은 자녀의 공부에만 목숨을 걸고 있다. ‘내가 너와 원수가 되는 한이 있어도 너 영어는 반드시 잘하게 만들겠다’는 식의 결기를 가지고 자녀와 싸우고 있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미국에 가면 ‘거지도 하는 것이 영어’이다. 성공은 그런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권위적 관계인 부모, 그 다음 단계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을 존중하고 순종하는 하는 아이들이 결국에는 성공할 수 있다.

부모는 가정에서 자녀와 좋은 관계를 맺는 한 가지에 집중해야한다. ‘사랑과 신뢰, 존중과 순종’의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DNA이다. 그래서 이를 방해하는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멀리 하자. 그리고 공부시킨다고 자녀와 감정상하는 일을 줄이자.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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