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유혹하는 마트 내 오락기, 대수 제한 ‘무슨 소용?’
5대 이상 설치 장소, 홍보·서비스 목적과 ‘거리’
# 5월 16일. 서울 양천구 ㅂ대형마트. 식품 코너로 가는 길 설치된 오락기 앞에선 게임을 하는 또래를 본 어린 아이가 엄마를 조르고 있다. 마트에 입점한 한 음식점 앞에는 크레인을 이용한 토이 뽑기 기계 등이 5대 설치돼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종류의 오락기가 발견된다. 최신 유행하는 VR게임기도 2대 있다.
# 5월 20일. 서울 구로구 ㄹ백화점. 쇼핑을 하는 공간 한구석에 두더지잡기 게임기가 설치돼 있다. 자리를 옮기니 캔디 뽑는 기계가, 의류 판매 코너에는 단기 이벤트를 위한 사격 게임기 2대가 있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캡슐토이와 조이스틱을 이용하는 고전 아케이드게임 등이 한데 모인 공간이 따로 있다.
기자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내에 위치한 백화점 및 대형마트 10곳을 취재한 풍경이다. 게임물이 5대 이상 설치된 곳은 총 4곳으로 게임제공업소로서의 등록 여부 확인이 필요했다.
◇ 게임물 5대 이상 설치 문제없다? 대수 제한 목적 ‘유명무실’
대부분의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오락기, 즉 법적 용어로는 ‘게임물’을 설치하며 고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는 엄마 손을 잡고 마트에 온 아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닌데, 일부 매장에서는 법적으로 지정된 대수보다 많은 게임물을 두고 있어 홍보나 고객 서비스 차원의 설치라는 본래 목적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자아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일본의 A아케이드 게임과 국내 B게임 기계가 설치된 장소는 각각 전국 200여 곳과 160여 곳이다. 이 중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의 대형마트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에 식당, 장난감 매장 등도 포함돼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게임물’이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해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다.
게임물 설치 대수는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에 의한 백화점 및 대형마트에서 게임제공업소로 등록하지 않았을 땐 5대 이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관계자는 게임물 설치에 대수 제한이 있는 이유를 “게임제공업소가 아닌 영업소에서 홍보나 서비스 목적으로 게임을 제공하는데 그 양이 많아지면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 대수 제한은 게임 제공의 무분별한 남발 등 영업소의 질서나 안전 유지를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에서 게임물을 5대 이상 설치했다고 모두 위법은 아니다. 게임제공업소로 등록하면 5대 이상의 게임물을 설치할 수 있지만, 이는 백화점 및 대형마트에서의 게임물 대수 제한을 둔 본래의 목적이 유명무실해지는 대목이다.
5대 이상의 게임기가 설치된 ㄹ백화점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지 확인하고 있다. 문제라고 확인되면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 게임물 종류는 ‘천차만별’ 정의는 ‘하나’
백화점 및 대형마트 내 게임물 단속이 어려운 이유는 게임물에 대한 법적 정의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설치된 게임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법적으로는 게임산업법 제1장 제2조(정의)에서 ‘게임물’이란 하나의 말로 정의하고 있어 해당 기계들을 게임물로 보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해당 업체가 게임제공업소인지 아닌지를 일반인이 확인하는 것 또한 어려워 신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유통을 위해 등급분류를 받은 것들은 게임물로 본다. 가챠로 부르는 캡슐토이 기계는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게임물의 정의상 게임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옛날처럼 종이로 뽑기를 한다면 게임물로 보지 않겠지만 기기장치이면서 비슷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게임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캡슐토이는 게임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수 제한에 포함되지만 경찰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이스틱이 있는 게임기나 캔디를 뽑는 기계 같은 걸 게임물로 보고 단속한다. 동전을 넣어 캡슐이 나오는 기계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전했다.
ㅂ마트 관계자도 “구청에 직접 확인을 받았다”라며 마트 내에 설치된 오락 기계들을 게임물로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적 기준을 드러냈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에 설치된 게임물들은 '전체이용가'지만, 그 수가 많아 아이들에게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체험이 지속되면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법과 실제 단속 사이 애매한 지점에 있는 캡슐토이는 대부분의 백화점 및 대형마트에서 설치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사용연령은 작은 글씨로 눈에 띄지 않게 표기돼 있어 아이들의 이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정욱 덕성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오락은 아이들의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몰입감을 높여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사행성 게임일 땐 아이들의 교육과 정서에 더욱 좋지 않다”며 “아이를 마트에 데려간다면 교육적인 방향으로 이어주는 게 바람직하다. 경제교육과 연결시켜 구매물품을 계획하거나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훈련을 시키는 게 새로운 교육 기회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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