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아이를 키우며 결혼, 육아, 창업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면 멀쩡히 앉아 있다가도 헛웃음이 난다. 하지만, 나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게 좋다. 극한에 몰려 한심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내 눈물을 닦아주는 아이들이 있어 좋고, 아이들에게 기가 빨려 깊어진 스트레스를 일로 해소할 수 있어서 좋다. 지금도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있다. 그들에게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렇게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p10
부모교육 전문기업 ‘그로잉맘’ 부대표이면서 지난 14일 신간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아르테 출판)를 펴낸 이혜린 작가의 책 일부 내용이다. 현재 5살 딸과 7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 작가는 ‘내가니엄마’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해 콘텐츠 합산 500만 뷰를 이뤄 낸 워킹맘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YES24 중고서점 목동점에서 출간기념 강연회를 가졌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모성
“마더후드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오래되지 않아 깨달았다. 모성이라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마법의 물약을 먹은 것처럼 탑재되는 아이템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전 과정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것임을 말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모성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p74
이 작가는 “일을 하고 있는 저에게 누군가는 모성이 부족한 엄마라는 불편한 시선을 내비친다. 너는 아이를 집에 두고 나와 무엇이 그렇게 즐겁고, 무엇을 그렇게 희생하려 하지 않느냐라는 질책도 서슴지 않는다. 엄마가 되어놓고, 너 자신을 그렇게 지키려는 것은 욕심이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이런 사람에게 내 모성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아이와 함께 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라고,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에 대한 나의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것 그 이상으로 잘 성장해왔다고, 나는 나의 모성을 지키기 위해 세상이 정한 틀의 모성을 밀어냈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큼 나 자신도 사랑한다. 내 존재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낄 때 나는 최고의 불행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나의 존재를 지켜내야 하는 사람인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미혼인 친구들이 엄마로 사는 삶을 두려워하는 기조가 있다. 엄마가 된 것이 개인에게 있어 어리석은 선택인 것처럼 비춰질 때 속상하기도 하다. 우리가 바보라서 결혼했나, 바보라서 아이를 낳았나, 엄마가 된 것은 선택이었고 그것을 받아들인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녀들의 말도 공감이 된다. 하지만 그 친구들한테 엄마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엄마가 되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세상은 육아를 여전히 스펙으로 보지 않지만, 육아도 스펙이다
“세상은 육아를 여전히 스펙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믿고 있다. 세상 수많은 경험 중에서, 어쩌면 세계일주보다도 더 많은 경험과 견문을 쌓아가는 과정이 바로 육아라는 것을. 그 작고 치열한 세계 속에서 우리들의 하루하루는 흘러가는 시간만큼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엄마로 살아간 지 이제 다섯 살. 세상에 적용할 일만 남은 시간들 앞에서 나는 조금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 나에게는 육아라는 멋진 스펙이 있으니까.” -p103
엄마 경력은 스펙이 되지 않는 세상. 하루 종일 육아와 집안일 등 일하고 있지만, 이력서에 한 줄도 채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노동·무임금으로 오늘도 엄마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사노동을 하고 있다.
이 작가는 “개인적으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전환점과도 같았다. 무엇인가를 끈기 있게 해내지 못했던 내가 어찌 됐든 아이를 꾸역꾸역 5년째 키워내고 있고, 심지어 아이 하나를 더 낳아버렸다”며 “빠르게 흘러가는 아이와의 일상에서 무수히 내려야 하는 판단 앞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끊임없이 타인을 설득해가며 기다리고 인내할 수 있는 것 등의 아이를 통해 배워가게 된 놀라운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를 창업해 경영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나는 전보다는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게 됐다. 아이로 인해 타인의 입장에 서는 무수한 연습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나는 내 아이를 진짜 사랑한다. 나만의 모성으로 진짜 사랑하고 있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사람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삶을 살아도 괜찮다는 말이다. 그리고 거기서 내가 내 존재의 삶을 살 때 아이도 건강하게 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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