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집 아기는 아빠랑만 다니던데, 집에서 노는가 봐"
"저 집 아기는 아빠랑만 다니던데, 집에서 노는가 봐"
  • 칼럼니스트 황수웅
  • 승인 2018.06.28 17: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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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아빠 육아일기] 육아대디가 아이와 외출하면 받는 시선 혹은 내 자격지심

아이가 첫돌이 지났을 때쯤 저는 육아대디 12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걸음마가 빠른 편이었고, 14개월이 지나니 혼자서 걷기 시작했고, 집안이 답답한지 밖에 나가는 것을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일 년을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오히려 제가 답답해서 나가고 싶었던 거죠. 처음에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오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어요. 뒤뚱거리며 겨우 걷는데 앞으로 넘어질까, 자전거나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하고 긴장했었죠. 그러다 보니 찾게 된 안전한 곳이 놀이터였어요.

아빠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 ⓒ황수웅
아빠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 ⓒ황수웅

놀이터에 가면 대부분 5살배기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고, 엄마들은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5살배기 아이들에게 치이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니 금세 걱정은 잊었어요. 그런데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들어오는 게 낯선지 엄마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엄마들끼리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이 시간에 아빠가 애랑 같이 놀러 나왔네."

"저 집 아기는 아빠랑만 다니던데."

대화를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빠가 아기를 보는 게 생소하다는 내용인 거 같았어요. 보통 30대의 남자들은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인데, 매번 아이랑 둘이서만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만했습니다. 시선을 계속 느낀 것도 아니고 이야기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제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빠가 아기랑 놀아주니 자상하다고 생각할까?'

'이 시간에 여기 있으니 집에서 노는 백수라고 생각하는 걸까?'

'요즘에는 육아휴직하고 아기를 보는 아빠들도 많아졌는데,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루는 베이비카페(일반적으로 두 돌 이하의 유아가 이용하는 키즈카페)에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바닥이나 벽에 쿠션이 잘 되어있고, 또래의 아이들만 있어서 놀이터보다는 조금 더 안전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보는 장난감도 많아서 아이는 혼자서도 잘 놀기 때문에 제가 조금 쉴 수 있겠다 싶었죠. 역시나 들어가 보니 아이와 함께하는 장소에 아빠는 저 혼자였고, 한 번씩은 엄마들의 시선을 느꼈어요. 게다가 레크리에이션도 하는 파티 시간이었는데, 많은 엄마들 사이에서 남자라고는 진행하는 MC 외에 저 혼자였습니다. 사회자가 청일점이라고 저를 언급하니,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싶었죠.

베이비카페에서 혼자 청일점인 아빠. ⓒ황수웅
베이비카페에서 혼자 청일점인 아빠. ⓒ황수웅

시대가 많이 변하고 있지만 아빠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돈 벌 능력이 없어서 육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싶었고, 제가 원하고 선택한 길이지만 점점 자격지심이 생기는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이용하는 대부분 시설은 엄마 위주로 되어있어서, 아빠와 단둘이 들어가면 자연스레 눈치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아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격지심이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아마도 육아하는 아빠에게도 심적으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지금은 다른 사람 시선이나 눈치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거 같아요. 머릿속에 잡스러운 생각을 많이 할수록 아이에 대한 집중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육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아빠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자격지심을 버리고 자신감을 가져라. 아이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눈치 보이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칼럼니스트 황수웅은 3살의 딸을 직접 육아하는 아빠이며, 아기 성장동영상을 제작하는 앙글방글의 대표입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육아를 위해 3개월의 육아휴직 후 퇴사를 하고 직접 육아하고 있습니다. 아빠가 하는 육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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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en**** 2018-06-28 19:31:00
생각하기 나름이긴한데
저는 개인적으로 친구같은 아빠 참 좋던뎅~~
보기좋아요~~아이도 좋아하궁~~
남들시선따윈 신경안써도되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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