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전문의이면서도 위장관 영양 담당이어서 그런지 영양제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듣게 됩니다. ‘먹여도 되나요’부터 시작해 ‘어떤 영양제를 먹여야 하나요’까지.
현대는 이른바 영양제 홍수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각종 유산균부터 비타민, 미네랄, 보약 심지어 이름도 처음 들어본 중국에서 직수입했다던 체질 개선제까지 다양한 영양 보충제를 섭취하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유산균도 먹고 비타민도 먹습니다. 저희 아이들 역시 비슷한 보충제를 섭취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영양제는 보충제일 뿐 근본적인 영양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영양제는 왜 먹이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필자가 거꾸로 물어보려고 합니다.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이야기하는 분은 경험상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감기가 자주 걸리거나 자주 아파서 혹은 면역력이 약한거 같아서 아니면 아이가 작거나 허약한거 같아서 등이었습니다. 밥을 안먹어서라는 답변도 가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정말 자주 아프거나 많이 아프거나 진짜 면역력이 약하거나 허약한 아이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돌 지난 이후 정말 콧물 감기 혹은 중이염이나 기관지염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폐렴까지 진행되어 1년에 3~4회씩 입원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3~4년 이상 지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생각해봐야 하겠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아니 먹으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첫째가 이미 조금 컸다거나 둘째 혹은 셋째를 키우시는 분들은 공감할 테지만, 외래 시간에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린이집 처음 가면 정말 많이 많이 많이 아프고 그 다음 해에는 정말 많이 아프고 그 다음해에는 좀 아프고 그 다음해부터는 대학병원까지 오는 일은 별로 없을꺼라고. 실제로 아이들에게 고가의 영양제를 먹이고 나면 감기에 덜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과연 영양보충제 덕분일지 아니면 단체 생활에 적응하고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생긴 덕분인지는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소아과 실습을 처음 나오는 20대 중반의 건강한 학생들은 항상 감기를 달고 지냅니다. 하지만, 소아과 의사만 15년 해온 제 경우에는 수많은 감염 환자들을 보면서도 혈압약을 먹는 40대의 나이임에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반면 저한테 감기가 옮을까 걱정되서 퇴근 후에도 손 씻지 않으면 저희 아이가 어릴 때는 바로 만지지 않았습니다.
가끔 감기가 너무 오래 간다고 면역 문제 아니냐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가족끼리 동남아 혹은 스위스, 캐나다 같은 곳 1주일만 여행 다녀와 보시라고, 가면 좋아질꺼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 대부분 이해들은 하십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과연 면역력이 문제가 되서 영양 보충제를 과하게 먹여야 할까요? 정말 면역이 문제가 되는 아이들은 저렇게 여유있게 외래 진료실에 있기 어렵고, 저와 같은 분야의 의사가 진료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작아서 영양제를 먹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그 중에 정말 영양 보충제가 따로 필요한 작은 아이들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앞쪽에 있는 것만으로 판단하면 안되고 아빠 엄마의 체형이나 성장 패턴, 식습관 등을 고려하는 것이 맞습니다. 영유아 검진이나 기타 진료를 보시면서 소아과 선생님께서 영양관련 문제가 있다고 하시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의 경우 추가적인 영양보충제는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식사를 안해서 영양제를 먹인다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사를 안하니까 영양제를 먹인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지요. 식습관이나 다른 이유로 안먹는 아이는 그 근본적인 부분을 고쳐 주어야지 무조건 영양제만 먹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단백질 보충을 위해 일반적인 고기, 밥, 콩, 생선 등의 식사를 더 잘 하는 것이 면역력 향상과 영양 보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밖에서 지저분한거 많이 만져서 더러워진 손을 씻으면 깨끗해 지겠지만, 다시 지저분한 걸 만지면 다시 더러워질 것입니다. 그러면서 왜 우리 아이 손은 씻어도 더럽기만 하지 라고 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일시적인 영양 보충제를 먹이는게 나쁘지는 않지만, 더러운 물건을 만지지 않듯이 근본적인 식습관 조절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적다보니 잔소리 같은 이야기만 길어진 듯 합니다만 다음에는 영양제 가운데서도 특히 비타민과 관련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칼럼니스트 이대용은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교수이며 소아위장관영양 세부전문의이다. 위장관 질환과 모유영양에 대한 진료와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또한 2012년, 2017년에 태어난 두 아들의 아빠로서 육아는 책과 입으로 하는 이야기와는 다름을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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