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의 '식사전쟁', 해법은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의 '식사전쟁', 해법은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8.09.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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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식습관이 좋지 않은 3세 아이

Q. 아이가 편식이 심하고 운동량이 상당히 많아 몸무게가 다른 아이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유달리 울고 보채고, 밥을 해줬는데 평소처럼 잘 먹지 않고 대부분의 음식을 버리게 되어 엄마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저는 쫓아다니며 먹이는 버릇 멈추고 안 먹으면 배고파 울 때 까진 놔뒀다가 먹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엄마 방법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앞에서 싫은 소리하기 싫어 참고 있었는데 아이 울음 섞인 짜증에 저도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위협이 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으나, 홧김에 아이에게 다가가 눈앞에서 손가락질하며 울지 말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식사시간만 되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하는 우리 집,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베이비뉴스
식사시간만 되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하는 우리 집,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베이비뉴스

A. 3세 아이들 중에는 식사시간만 되면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 안 먹겠다고 버티는 아이, 돌아다니며 먹는 아이, 음식으로 장난치는 아이,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먹는 아이, 심지어 싫어하는 음식을 먹이면 바로 토해버리는 아이까지….

그런데 이런 식사 버릇은 부모로 인하여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밥을 굶으면 배고플 텐데…’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여야지…’라는 마음에 아이의 행동에 맞추어 밥 먹이기에만 급급하다면 잘못된 아이의 식습관은 고쳐지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아이의 식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조금은 강해질 필요가 있다.

식사 중에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하고, 식사할 때의 규칙과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가해지는 패널티를 간결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정해진 규칙을 아이가 따르지 않을 경우, 부모는 미리 알려준 패널티를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를 혼낼 때 감정이 격해지거나 협박에 가까운 표정과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의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아이가 나쁜 것은 아니므로 혼을 낸 후에는 바로 너는 착한 아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감정을 바꾸어주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생략되면 아이가 충격을 받는다. 물론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부정적 기억은 상당히 오래 간다.

◇ 뇌과학적 의미

아이도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르면 먹는 것을 그만둔다. 배고픔을 느끼는 공복감은 먹는 행위의 출발점이지만, 공복감을 느꼈다고 해서 바로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다.

먼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인식한 후 그 다음에 먹을 것을 찾는다. 먹을 것을 찾은 후에도 그것이 어떤 음식인지, 냄새나 맛은 어떤지, 먹을 수 있는 것인지 등의 판단을 내린 후에야 비로소 음식을 먹는다. 먹는 행동은 감각, 인지, 평가, 그리고 운동의 작용이 서로 연동하여 이루어져야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작용들 뒤에는 뇌의 복잡한 시스템이 작동한다. 뇌의 중심부에는 시상하부라는 부위가 있는데, 이곳에서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를 관장한다. 식욕도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이다. 시상하부에는 배가 고프면 뭔가를 먹게 하는 섭식중추와 배가 부르면 그만 먹도록 자제시키는 만복중추가 있다.

시상하부의 외측핵에 있는 섭식중추가 자극을 받으면 음식을 계속 먹게 된다. 반대로 섭식중추의 기능이 좋지 않으면 음식을 먹지 않게 된다. 시상하부의 복내측핵에 있는 만복중추가 자극을 받으면 음식을 먹는 것을 중지하게 된다. 이처럼 시상하부에 있는 음식을 먹게 하는 중추와 먹는 것을 중지시키는 중추가 상호작용함으로써 식욕이 적절하게 조절되는 것이다.

섭식중추와 만복중추는 혈액 중의 포도당 증감에 반응하여 활동을 조절한다. 혈액 중의 포도당 농도가 감소하면 섭식 중추가 반응하여 음식을 먹도록 신호를 보낸다. 반면 혈액 중 포도당 농도가 증가하면 만복중추가 반응하여 음식을 그만 먹도록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신호는 대뇌의 전두연합영역으로 전해져 공복감이나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섭식중추의 자극요인
섭식중추의 자극요인 ⓒ김영훈

◇ 양육솔루션

▲아이들이 식습관이 좋지 않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밥 먹을 때 부모가 모델링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신문이나 TV를 보면서 식사를 한다거나, 부모 자신이 편식을 하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다면 아이도 따라 하기 쉽다. 식사시간에는 식사만 하라. 부모의 행동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따라서 엄마 아빠도 식사시간에는 TV나 비디오, 신문 등을 봐서는 안 된다.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라. 식사는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에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두고 실천하자. 돌아다니거나 장난을 치며 먹는 아이들에게는 밥 먹기 전에 식사규칙을 미리 알려주자. 식사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치워버리겠다고 말하고 그대로 실천하라.

▲아이가 먹는 것도 느리고 많이 먹지도 못하기 때문에, 영양이 걱정되는 엄마들은 아이가 스스로 먹게 하기보다는 밥을 떠먹여 주어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면 밥을 먹는 시간은 아이에게는 먹는 것이 아니라 '먹어주는' 것이 된다.

아이가 먹기를 거부할수록 엄마가 안달이 나서 관심을 더 보이고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하니 아이의 입장에서는 '밥을 먹어주면 엄마가 뭐든지 해주는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먹게 하라.

▲처음부터 욕심 부리지 마라.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여러 종류의 반찬을 골고루, 많이 먹이려고 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엄마가 준 음식을 아이가 남김 없이 다 먹으면 칭찬해주면서 서서히 밥의 양이나 반찬 가짓수를 늘려나가자.

이런 식으로 지속하면 길어도 3일 정도면 식습관을 고칠 수 있다. 다 먹지 못할 만큼 음식을 많이 늘어내 놓지 마라. 식욕이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놀면서 먹게 하는 원인이 된다. 맛있는 음식 몇 가지만 놓아서 아이가 잘 먹게 하자.

▲처음에는 젓가락 갖다 대는 것만, 그 다음은 코로 가져가서 냄새만 맡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깨알만큼만 맛을 보고, 다음에는 입에 넣어본다는 자잘한 스텝으로 나눠서, 즐거운 게임처럼 하면서 한 가지 스텝만으로 1주일쯤 걸릴 셈으로 천천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가 잘 먹지 않는 음식은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라. 억지로 먹게 하면 더욱 싫어하게 될 뿐이다. 편식을 하지 않는다면 다시 바랄 것이 없지만, 시금치를 안 먹더라도 다른 것으로 같은 영양가를 가진 먹을 것이 많다.

가령 고기를 싫어하더라도 생선이나 달걀을 먹을 수 있다면 영양은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달걀 알레르기 때문에 달걀을 싫어하거나, 몸에 안 맞는 음식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있을 때도 있기 때문에 편식은 나쁘다고 미리 단정하지 마라.

▲간식을 주지 말자. 밥을 조금 먹었다고 해서 간식을 주면 다음 식사도 잘 하기 힘들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땐 간식도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해주자. 아이가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단 냉장고를 비워야 한다. 그래야 간식을 먹을 수 없다. 안쓰러워 이것저것 먹이다가는 식습관을 교정하기는 힘들다.

▲식사와 관련된 습관을 만들자. 아이에게 식단을 짜보도록 시키고 채소를 기를 수 있는 정원을 함께 가꿔보자. 식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함께 장을 보러 가자. 아이를 요리에 참여시켜 간단하고 건강한 간식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자. 식욕이 나도록 정기적인 운동과 규칙적인 수면을 습관화하자. 식사를 할 때도 부모와 아이가 즐거운 마음으로 식탁 앞에 같이 앉아서 먹는 습관을 들이자.

▲편식습관은 대부분 어릴 때 다양한 음식 맛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유아식에 신경 쓰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갖가지 신선한 재료로 만든 유아식을 먹은 아이는 커서도 여러 가지 맛에 익숙해져 반찬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제부터라도 반찬을 골고루 먹을 수 있게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아이의 식단에 신경 써야 한다.

▲영양제가 아이의 식욕을 돋우는 데 일조를 할 수 있다. 특히 3세 아이들은 철분이 부족하거나 비타민이 부족하여도 식욕을 잃기 때문에 특히 철분이 들어 있는 영양제는 식욕을 돋운다. 철분의 경우에는 반응이 빨리 나타나 하루 이틀 사이에 짜증을 부리거나 주의산만이 줄어들고 식욕이 증가하게 된다.

아연이 부족하여도 키가 작고 성의 성숙이 지연된다. 식욕을 잃어버리고 피부에 발진이 나고 상처가 잘 치료되지 않는다면 아연의 부족도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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