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꿍놀이' 하나에 이렇게 깊은 뜻이?
'까꿍놀이' 하나에 이렇게 깊은 뜻이?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8.09.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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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영아의 대상영속성①

Q. 7개월 아기를 둔 엄마입니다. 제가 움직일 때마다 아기의 시선도 따라가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이런 모습이 인지발달과 관련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기가 까꿍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상황이 신기한 마법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베이비뉴스
아기가 까꿍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상황이 신기한 마법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베이비뉴스

A. 어머님의 관찰력이 매우 예리하십니다. 7개월 영아는 사물의 움직임을 서서히 눈으로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바로 대상영속성의 초기 조짐을 보이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아가 10개월 정도 되면 대상영속성이라는 개념이 생깁니다.

이 개념은 눈앞에 늘 있던 어떤 사물이 어느 순간 눈앞에서 없어져서 보이지 않더라도 사실상 없어진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누군가 일부러 그 물건을 치우지 않았다면 그 물건은 늘 그 자리에 항존(恒存)하고 있을 것이고, 없어질 리가 없다는 물리적인 사실을 예측하는 인지력이 발달하는 것입니다.

아기가 엄마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간다는 것은 내 앞에 있던 엄마가 움직여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리라는 초기 인과관계를 인지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엄마라는 대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늘 가던 곳으로 그 움직임을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 영아의 대상영속성이란?

엄마뿐 아니라 사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 앞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아기는 물건의 처음 시작점을 보고 있다가 물건이 아래로 떨어지면, 그 움직임의 속도까지 완전히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땅으로 떨어질 것을 예측하고 미리 땅을 쳐다보는 것과 같은 행동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기의 인지가 발달되어 세상의 물리적인 지식을 획득하고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상영속성 개념은 10~12개월경에 획득되는데, 6개월경부터 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는 대상영속성뿐만 아니라 초기의 인과관계, 낯가림, 분리불안 등도 발달하는 시기로, 이러한 개념은 영아기에 매우 중요한 발달과업이기도 합니다.

대상영속성이 발달했는지 아닌지의 차이는 세상이 얼마나 물리적으로 타당한 세계인지, 아니면 그저 진기한 마법(magic)의 세계인지를 구별해주는 가늠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기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특히 굴러가는 유형의 공 같은 물건을 손으로 만지면서 놀다가 손에서 떨어뜨려 소파 밑으로 또르르 굴러갔다고 생각해봅시다.

대상영속성이 발달된 아기는 그 물건의 궤적을 따라 가서 소파 밑으로 손을 넣어 그 공을 찾아냅니다. 반면에 대상영속성이 발달되지 않은 아기는 소파 밑으로 굴러가서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더 이상 공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없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장난감으로 눈을 돌리고 맙니다.

그럴 때 엄마는 ‘얘는 자기 물건에 관심이 없나?’ 하고 의아해할 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바로 대상영속성이 발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표어가 바로 영아의 이 개념을 명확히 설명해주는 말입니다.

◇ 까꿍놀이가 재미있는 이유

첫돌 이전에 엄마랑 아기랑 함께 하는 놀이로 ‘까꿍놀이’가 있지요. 이 놀이는 엄마가 손(가리개)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보였다가 하면서 엄마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반복하는 놀이를 말하는데, 이 놀이가 아기들에게 재미있는 이유는 대상영속성의 개념이 발달할 즈음에 엄마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상황이 신기한 마법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대상영속성을 획득한 아기는 엄마가 손(가리개)으로 얼굴을 가리면, 엄마에게 다가가서 엄마의 손(가리개)을 치웁니다. 그것은 엄마의 얼굴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손 뒤에 얼굴이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대상영속성을 획득하지 않은 아기는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순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다른 놀잇감을 찾곤 합니다.

바로 이 둘 사이에서 까꿍놀이를 재미있어 하는 아기는 대상영속성의 개념이 완전히 획득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조짐을 보이는 아기들입니다. 그 아기들은 엄마의 얼굴이 가려지면 ‘어! 이상하다. 금방 있었는데?’라고 의아해 하면서 엄마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그러다가 엄마가 다시 손을 치우고 얼굴을 드러내면 ‘어! 금방 없었는데, 어디서 나타났지?’라고 생각합니다.

즉, 엄마가 손이라는 도구로 얼굴을 가렸다 열었다 하기 때문에 얼굴이 드러났다 사라졌다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얼굴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반복하는 상황 자체가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가 있는 것입니다. 마치 엄마가 마술을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지요. ‘이상하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의아한 표정과 고개를 갸우뚱거림을 반복하면서 아기들은 “까르르” 웃음소리를 내면서 즐거워하곤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즐거운 놀이가 반복되면서 아기는 어느덧 엄마의 손놀림이 마술이 아니라 물리적인 세계의 타당한 속성임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첫돌 이전에 엄마랑 하는 ‘까꿍놀이’는 대상영속성의 획득과 함께 초기의 인과관계, 낯가림, 분리불안 등의 인지적, 정서적인 발달을 조장하는 과정이 됩니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석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 동덕여대와 서울한영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학교 밖에서는 부모교육전문가로,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자녀와 싸우지 마라」, 「꼬마영웅 레니」, 저서로는 「봄의 요정 보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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