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손에 손잡고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손에 손잡고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12.18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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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공감 #유아발달 #안전가드제거시기 #모방 #독립심 #집안일 #참여

우리 아이는 요즘 “내가 할래요!” “혼자 할래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엄마의 계획에는 단계가 있어 최대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천천히 일러주고 싶은데 아이는 도통 기다려주질 않는다.

덕분에 집안은 이제 구석구석 아이의 흔적이 남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이전까지는 금기에 가까웠던 영역, 예를 들면 부엌의 가스레인지나 오븐 근처까지 침범하여 "내가 할래요" "나도 할래요"를 외치는 상황이다.

갑자기 이렇게 된 것에는 얼마 전 유아 안전가드를 제거한 것도 한몫 했다. 연말도 되고 해서 활동적인 아이 성향에 맞추어 집 안의 위험한 가구들을 재배치하고 이래저래 분위기를 바꾸어 보았는데, 아이 아빠와 의논 끝에 현관과 부엌에 설치해둔 안전가드를 아예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다.

가끔 아이의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갇힌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었던 가드는 아이가 조금 자라고 말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자 우리 사이의 장벽이 되어버렸다. 이따금씩 아이와 놀다 부엌으로 쏙 사라지며 잠금장치를 닫을 때면 아이는 으레 아무 죄 없는 안전가드를 부술 듯 치기도 하고, 가드 안쪽으로 장난감을 던지는 등 오만 심술을 부렸다.

그리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가드를 사이에 둔 서운함과 무안함에 대해 여과 없이 표출하곤 했다. “엄마 집으로 들어와요.” “나도 같이 나가요!”라고. 아이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가드를 열고 부엌으로 가는 내 모습은 아이에게 마치 문을 열고 집 밖으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되어 있더라.

그래서 과감히, 아이의 위험을 빙자해 사실 조금은 자유로웠던 내 공간을 포기했다. 그렇게 우리 사이의 벽은 허물어졌다.

금지된 영역이 없어진 집은 금방 아이의 놀이터로 변했다. 아이는 눈만 뜨면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세계로 달려가 각종 살림살이들을 꺼내고 엎고 두드리고 놀았으며, 나는 그 뒷수습을 하느라 안전가드 제거가 과연 최선이었는지를 실시간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더욱 많은 것들을 아이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아이는 청소, 빨래를 넘어 설거지, 요리까지 동참해 각종 집안일을 함께한다. 평소 30분이었으면 끝날 일도 이제는 기약이 없다.

작고 앙증맞은 손으로 내가 하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 하는 아이가 기특하고 사랑스럽다가도, 조그만 실수에 불같이 화를 낸다. 살림을 하는 건지 같이 어지르자는 건지 도통 모르겠지만, 이제 나도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가끔은 피식 웃음이 난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자는 주문을 몇 번이고 외며 하루를 시작해 보지만 늘 체력과 정신력은 한계에 부딪히고 마는 전쟁 같은 일상!

스스로 하고 싶고, 모든 걸 따라 하고 싶은 시기!이제 엄마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세요.
스스로 하고 싶고, 모든 걸 따라 하고 싶은 시기! 이제 엄마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세요. ⓒ여상미

이제는 피할 곳도 없어 그저 아이 주변만 서성이며 이마를 부여잡고 있노라면 어느새 여우같이 자란 아이가 다가와 내 손을 잡는다.

“엄마 괜찮아요?” “엄마, 같이 해요!”

어쩔 수 없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어질러보자는 다짐을 몇 번이나 받아내지만, 결국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아이와 나 사이를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도 허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손을 잡고 전쟁터로 향한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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